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이 기술 개발 이후 본격적인 승부가 시작되며 이를 버틸 수 있도록 하는 정부 지원과 육성책이 요구된다는 전문가 견해가 나왔다.
16일 오전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디지털 헬스케어 포럼 2022’에서는 우리나라의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발전을 위한 여러 방안이 제시됐다.
기술력에 힘입어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세웠다면, 실험실을 벗어나 기술 개발을 끝 낸 이후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진다. 임상시험 신청을 승인받기도 어렵지만 임상을 성공적으로 마쳐도 규제당국의 인허가와 특허 이슈, 자체 기술을 적용한 상품의 상용화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들이 스타트업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별다른 매출 없이 자본을 투입해야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버틸 여력은 줄어들고 스타트업의 폐업 가능성도 더욱 높아진다. 한마디로 기술 개발 이후 본게임은 아직 시작도 안했다는 이야기다.
디지털 헬스케어 포럼 2022에 연사로 참여한 김법민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장은 “문제는 기술 개발 영역이 아닌 부분에서 발생한다”고 조언했다. 김 단장은 “인허가와 특허 등 여러 시장 이슈를 해결하는데 네트워크가 중요하다”면서도 “문제를 해결해줘야 할 품목이 다양하고, 사례도 많아서 어떤 부분에 어떻게 도움 줄지도 제각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를 정확히 인지하고 파악하고, 개발하고자 하는 게 의료기기로 분류되는 지 여부와 임상시험 필요 여부 등에 대해 대비하고자 하는 경영진의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참고로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은 지난 2020년 설립돼 개발부터 인허가 지원을 맡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인허가가 빡빡하고, 법과 제도는 탄력이 없다고 토로한다. 사업을 하려야 제도에 막히고, 제도가 기술 개발을 따라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헬스케어 영역이 국민건강과 밀접하기 때문에 마냥 산업계의 요구만을 반영해 규제 등 제도를 헐겁게 운영할 수는 없다. 한호성 디지털 헬스케어 연합포럼 회장(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은 “앞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개인정보 보호 등 역작용을 고려하면서 발전 방향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이 원하는 것은 정부 지원 확대만은 아니다. 제품에 대한 제대로 된 가치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게 이들의 궁극적인 요구다.
김건훈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진흥과 과장은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의 허가 승인 이후 일선 의료현장에서 활용되고, 이를 통한 과학적·의학적 근거가 쌓이면 건강보험 적용이 이뤄지는 프로세스를 정부도 고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가) 의료 행위처럼 가치평가를 받아야 하는 제한사항이 존재한다”는 점을 전제로 “규제를 개선하면서 건강보험에서 어떻게 가치보상 받을 수 있는지 고민하고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군호 네이버 헬스케어연구소장은 ‘인간적인 측면의 기술 도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나 소장은 “디지털 헬스케어는 좁게 보면 의료기관의 측면, 건강관리 주체를 개개인 스스로로 두는 등의 시각으로 볼 수도 있지만, 법적인 부분은 최소한 안전성을 보장하되, 정부 차원에서 급여화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인간적인 측면의 기술을 도입할 수 없을지 고민하고 있고, 내년과 내후년을 거치며 상당한 패러다임 변화가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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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지 웰트 대표는 본격적인 디지털 헬스케어 전환에 대해 정부 차원의 더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봤다. 관련 예산 증액과 법·제도의 보완이 요구된다는 조언이다.
그는 “헬스케어 분야는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돼야 하기 때문에 전기차를 지원한 것처럼 정부 예산과 법 모두가 보완돼야 디지털 헬스케어 대전환이 이뤄질 수 있다”며 이를 위해 마이데이터를 포함해 개인 스스로 데이터를 주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