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 항암 치료가 잘 들을 유방암 환자를 예측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효과적인 항암 치료 전략을 세우는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KAIST(총장 이광형)는 의과학대학원 신의철 교수 연구팀이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김승일 교수, 가톨릭대 의과대학 박우찬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유방암 환자의 면역 항암치료 핵심 원리를 발견했다고 14일 밝혔다.
암 환자는 암세포를 제거하는 세포독성 T세포의 기능이 약해져 암세포에 대해 효과적으로 면역 반응을 나타내지 못한다. 이는 세포독성 T세포의 기능을 저하하는 억제 수용체 PD-1이 종양 조직 내 세포독성 T세포에 과다하게 발현되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면역항암제는 PD-1 억제 수용체의 기능을 차단해 약화된 세포독성 T세포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원리다. 하지만 투여받은 유방암 환자 중 일부에서만 치료 효과가 나타나며, 그 이유를 알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방암에 대한 면역 항암치료의 기전을 이해하고 치료에 효과를 보이는 환자를 선별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연구팀은 종양 조직에 있는 세포독성 T세포 중에서도 CD39 단백질과 조직 상주 마커 단백질을 동시에 발현하는 조직 상주 기억 T세포(CD39+ tissue-resident memory CD8+ T cell)가 유방암 환자에서 효과적인 항암 면역반응을 매개하는 핵심 면역세포임을 새롭게 밝혔다.
종양 조직에 있는 세포독성 T세포 중엔 항암 면역반응에 영향을 주지 않는 방관자(bystander) 세포들이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었다. 이렇게 항암 면역반응과는 상관없는 방관자 세포들도 종양 조직에 있기 때문에 암 환자의 항암 면역반응을 정확히 측정·분석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은 CD39 단백질과 조직 상주 마커 단백질의 발현을 측정해 항암 면역반응과 관련 있는 세포독성 T세포들만 분리해 개별 환자의 항암 면역반응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음을 새롭게 밝혔다.
유방암 환자에서 CD39를 발현하는 조직 상주 기억 세포독성 T세포는 특히 삼중음성유방암(triple-negative breast cancer) 환자에게서 증가해 있었다. CD39를 발현하는 조직 상주 기억 세포독성 T세포가 늘어나 있는 유방암 환자들은 수술 이후 재발이 적게 나타나는 등 예후가 좋았다.
CD39를 발현하는 조직 상주 기억 세포독성 T세포들은 PD-1을 차단하는 면역항암제 처리에 반응해 기능이 효과적으로 회복됐다. CTLA-4라는 다른 억제 수용체까지 함께 차단하자 세포독성 T세포의 기능은 더 크게 회복됐다.
이러한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을 CD39 발현 조직 상주 기억 세포독성 T세포가 증가해 있는 환자들에게 선별적으로 사용하면 치료 효과가 극대화되리란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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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철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항암 면역반응의 메커니즘과 측정에 대해 상세히 연구함으로써 유방암에서 새로운 임상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라며 "향후 암 환자의 생존율을 보다 높일 수 있도록 항암 면역반응 및 면역 항암치료의 적응증에 관한 연구를 계속하겠다"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학술지 '사이언스 면역학(Science Immunology)'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