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7개국(G7)이 러시아 자금줄을 막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라는 강수를 꺼내들었다. 우리 정부도 가격 상한제에 동참할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자칫 이같은 제재조치가 국내 원유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뒤섞인다.
지난 2일 G7 정상은 러시아산 원유 가격에 상한선을 정하고 그 이상 가격으론 원유를 수입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원유로 막대한 수익을 축적하는 러시아의 자금줄을 끊겠다는 의도다.
한편, 정부도 이같은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긍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지난 7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방한 당시 "취지에 공감하며 동참할 용의가 있다"고 언급했다.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에 참여하더라도 국내 석유 수급엔 지장이 없을 거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러시아산 석유 수입은 상반기부터 점차 줄여가는 추세다"면서 "그나마도 러시아산 수입 비중도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러시아에서 들여온 원유는 101만9천배럴로 전체 수입 비중에서 1.04%의 수준을 보였다. 지난 1월 5.5%의 수입 비중과 비교해보면 5배 이상 하락한 수치다.
다만 문제는 액화천연가스(LNG)다. 한국이 러시아산 원유 상한제에 긍정적 의견을 나타내자 지난 7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원유 가격상한제에 동참하는 국가를 향해 “가스도, 원유도, 석탄도, 휘발유도 아무것도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에 더해 지난 1일 러시아 외무부의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제1 아주국장은 "한국 정부가 유가 상한제 계획에 동참한다면 심각한 부정적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직격했다.
EU와 러시아가 LNG 수출입을 두고 샅바싸움을 벌이면서 동절기 가스 공급 압박이 커졌다. 우리나라는 호주에서 가장 많은 LNG를 수입하고 있다.
호주는 러시아로부터 촉발된 에너지 패권 다툼으로 LNG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내년도 LNG 수출 제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른 여파로 가스 도매 단가는 천정부지로 뛴 상황이다. 한국가스공사의 9월분 가스 도매가격(열량단가)은 G㎈당 14만4천634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과 비교해 326% 폭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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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가 LNG 수출량을 조절하면 정부로서는 대체 수급처를 찾아야하지만 LNG가격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대체국을 찾는 것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다만 정부는 지난 3월 LNG 물량을 조기에 확보하고 LNG를 LPG로 대체하는 등 동절기 가스 수급 대비태세를 갖췄다는 입장이다.
박진호 에너지경제연구원 가스정책연구팀장은 "가스 수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국가들간 가스 물량확보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더군다나 동절기에는 가스 가격이 올라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보니 국제 정세와 맞물려 수급에 대한 불확실성도 가중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