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없이 美 전기차 없다?"…'IRA' 법안의 딜레마

2025년 국내 배터리 3사 미 배터리 설비 70%…국내 기업 배제시 미 전기차 전환 요원

디지털경제입력 :2022/09/10 06:05    수정: 2022/09/12 06:53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Inflation Reduction Act)의 전기차 세액감면 조항이 결국엔 수정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 주요 완성차 업계와 손잡은 국내 3사 배터리를 배제하면 미 전기차 시장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이유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제너럴모터스(GM)·스텔란티스·포드와 합작 법인을 설립해 미 현지에 배터리 공장을 건립했거나 건설을 추진 중이다. 특히 포드는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수위권을 달리는 기업이다. 포드 머스탱 마하 E 모델은 올 상반기 미 전기차 판매 순위에서 4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의 미국 오하이오주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미 에너지부에 따르면 오는 2025년이면 미 전체 배터리 생산설비에서 국내 배터리 업체 비중이 70% 수준으로 확대된다. 사실상 국내 3사 배터리가 미국 대다수 전기차에 공급된다는 이야기다.

SNE리서치가 발표한 연간 누적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중국 시장 제외) 10위권 기업을 살펴보면 중국 기업과 국내 3사를 빼면 일본 배터리 기업 3개가 남는다. 리튬에너지재팬(LEJ), 프라임어스 EV 에너지(PEVE)는 아직 걸음마 수준의 배터리 기술력으로 평가 받고 있어 실제 기술력으로 따지면 파나소닉이 유일한 셈이다. 

파나소닉은 테슬라에 전체 공급량의 87%에 이르는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파나소닉 역시 배터리 원자재 수급은 중국 의존도가 큰 상황이다. 국내 배터리 3사와 큰 차이가 없다. 더구나 현대자동차와 테슬라가 미 전기차 시장을 양분하는 가운데 국내 배터리 3사와 파나소닉 배터리에 세액공제가 불가능하게 되면 미국 친환경차 전환은 공염불이 되는 것과 다름 없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백악관)

일부 전문가는 미 당국도 이를 알고 있으면서 일종의 '정치적 관망'을 취한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윤성훈 중앙대학교 융합공학부 교수는 "2년 내에 중국산 원자재를 대체한 배터리를 공급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이를 모를 리가 없다"면서 "일종의 정치적 수사로서 강하게 행동을 한 다음 나중에 서서히 법안을 수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실제 미 정부는 한국·유럽연합(EU) 등 각국이 우려를 나타냈음에도 'IRA' 법안 서명을 강행했지만 최근 정부와 전기차 세액공제 관련 긴급 채널을 구성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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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7일(현지시간)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과 전기차 세액공제 관련해 별도 양자 협의채널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법안 수정이 될 거라고 단언하기는 힘들지만 긍정적 기류 정도로는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