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픽셀플러스 가보니…"차반도체 회사로 변신"

이미지 센서 개발…"우여곡절 성장 경험 스타트업 전수할 것"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2/09/12 06:49    수정: 2022/09/12 22:35

픽셀플러스는 반도체 설계 전문(팹리스) 회사다. 상보성 금속 산화막 반도체(CMOS) 이미지 센서와 이미지 처리 집적회로(IC)를 개발한다. 스마트폰과 폐쇄회로TV(CCTV)를 넘어 차량용 반도체 시장으로 나아간다.

최근 찾아간 픽셀플러스 사업장은 팹리스답게 깔끔했다. 경기 수원시 영통구 광교테크노밸리에 있는 경기알앤디비센터 6~7층을 빌려 쓰고 있다.

이서규 픽셀플러스 대표는 “광교산에 광교호수공원까지 있어 점심시간 산책하기 좋다”며 “요즘 직원들은 회사 근처가 쾌적하고 살기 좋은지 먼저 본다”고 말했다.

경기 수원시 영통구 광교테크노밸리에 있는 픽셀플러스 사업장 입구(사진=유혜진 기자)

팹리스 생명은 우수 인재

픽셀플러스가 수원에 둥지를 튼 이유는 인재를 데려오기 위해서다. 임직원 105명 가운데 연구개발(R&D) 인력이 57명이다. 픽셀플러스는 2000년 4월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설립됐다. 이듬해 수원시청 인근 중소기업지원센터로 옮겼다. 2007년 경기도가 광교에 경기알앤디비센터를 짓자마자 입주했다.

이 대표는 “지방은 수도권보다 열악하다”며 “특히 인력을 확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삼성전기 본사 옆에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미지 센서로 스마트폰 산업이 활발해진 덕을 봤다”고 설명했다.

사세를 키운 픽셀플러스는 지하5층~11층 규모 사옥을 짓고 있다. 내년 경기도 성남시 판교2테크노밸리로 이사한다. 정보기술(IT) 스타트업 상생에 공간을 20% 할애하기로 했다. 자율주행·로봇 등 스타트업은 저렴한 임차료를 내고 사무실을 쓰면서 픽셀플러스와 기술·경영을 상담할 수 있다.

경기 수원시 영통구 광교테크노밸리에 있는 픽셀플러스 광학측정실(사진=유혜진 기자)

"폰·CCTV·차 이미지센서 종합"

2003년 12월 픽셀플러스는 고해상도(HD) 시스템온칩(SoC)을 개발해 삼성전자에 납품했다. 2004년 11월 무역의날 ‘2천만불 수출의탑’을 받았다. 2008년 6월에는 보안·감시카메라용 아날로그 센서를 선보였고, 2013년 12월 무역의날 ‘1억불 수출의탑’을 거머쥐었다.

픽셀플러스는 자율주행 시대에 또 다른 성장 기회가 있다고 봤다. 차체 사방에 카메라가 달리기 때문이다. 2019년 2월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진출했다. 미국 자동차전자부품협회(Automotive Electronic Council)로부터 전자장치용 부품 신뢰성 평가 규격 ‘AEC-Q100’ 인증을 획득했다.

이 대표는 “종합 이미지 센서 칩셋 솔루션 업체로 지속 성장하는 게 픽셀플러스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서규 픽셀플러스 대표가 8월 29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광교테크노밸리 픽셀플러스 사업장에서 나스닥 상장(왼쪽)과 코스닥 상장 기념패를 소개하며 웃고 있다.(사진=유혜진 기자)

눈물·콧물 다 뺀 나스닥·코스닥

픽셀플러스도 파산 직전까지 몰린 적 있다. 2005년 12월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하고서 몇 년 흘렀을 때 대형 고객사가 ‘다른 업체에는 스마트폰용 이미지 센서를 납품하지 말라’고 했다가 계약을 취소했다. 픽셀플러스 매출이 급감했다. 주가도 고꾸라졌다. 특허 소송까지 휘말렸다. 결국 나스닥시장에서 상장 폐지됐다.

이 대표는 “세계적인 회사로 크려고 나스닥시장에 직상장하는 도전을 했다”며 “나중에 소송에서 이겼지만 주가를 회복하지 못해 직원에게 월급마저 못 줄 정도로 사정이 굉장히 어려웠다”고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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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셀플러스는 CCTV 이미지 센서로 부활했다. 나스닥시장에 발 들이고 10년이 지난 2015년 6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이 대표는 “문제가 닥치면 돌아가지 않고 직접 해결하려 했다”며 “상대방이 내 진심을 알고 믿어줬기에 사업을 계속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어릴 적 경남 함양군 백두대간 산골마을에서 뛰어 놀며 자랐다”면서 “자연과 더불어 살았던 게 순수한 감정을 지키고 기본에 충실한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픽셀플러스 제품(그림=픽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