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는 끊을 수 있지만 미세먼지는 못 피하는데...
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아도 미세먼지 때문에 폐암에 걸릴 수 있다. 영국 연구진이 미세먼지가 폐암을 유발하는 유전자 변이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규명했다.
영국 프랜시스크릭연구소와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연구진이 영국과 한국, 대만 사람 50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경 2.5㎛ 이하인 PM2.5 미세먼지에 대한 노출이 비소세포폐암 발병과 연관된 것으로 드러났다.
폐암 발생이나 종양과 연관된 유전자인 EGFR이나 KRAS에 변이가 있는 사람은 PM2.5 미세먼지에 노출됐을 때 기도 세포가 마치 암 줄기세포 같은 상태로 보다 빠르게 변화했다.
또 PM2.5 미세먼지는 염증매개체인 인터루킨-1β를 분비하는 소식세포의 유입을 촉진해 EGFR 변이가 있는 세포를 늘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루킨-1베타 분비를 차단하자 폐암 발병을 막는 효과가 있었다.
이같은 결과는 항인터루킨-1β 항체를 처방받은 사람의 폐암 발발이 줄었다는 과거 대규모 의학 연구 결과와 일맥상통한다.
연구진이 변이 프로파일링을 실시한 결과, 정상 폐세포 샘플의 18% 및 33%에서 EGFR과 KRAS 변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암 세포에서 종종 발견되는 이 변이가 일반 세포에도 적잖게 있다는 의미인데, 이는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찰스 스완튼 프랜시스크릭연구소 연구원은 "이러한 변이 자체만으론 암 발생과 연관이 약하지만, 변이가 있는 폐 세포가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폐암이 보다 자주 나타났고, 발병도 빨랐다"라며 "대기 오염이 폐암 발병을 촉진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폐 스캔 이미지를 분석, 암으로 발전하기 전 관련 병변을 발견하고 인터루킨-1β 억제제를 써 발병을 막을 수도 있으리란 기대다.
스완튼 연구원은 "세계적으로 담배 여기보다 대기 오염에 노출되는 사람이 더 많다"라며 "이번 연구는 우리가 미세먼지 등 대기 오염을 일으키는 기후 변화를 막아야 할 또 다른 이유를 제시해 준다"라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종양학 분야 학회인 'ESMO 2022'에서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