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년 전 살았던 구석기 시대 인류 화석에서 다리 절단 수술을 받은 흔적이 발견됐다.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 된 외과 수술의 증거보다도 2만 년 이상 앞선 것이다.
호주와 인도네시아 연구진은 보르네오섬 인도네시아측 영역 내 리앙 테보 동굴 무덤에서 왼쪽 다리 아랫 부분 3분의 1 정도를 절단 수술한 것으로 보이는 3만 1천년 전 인간 화석을 발굴했다.
이 연구는 7일(현지시간)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유골 화석은 거의 완전한 형태로 발굴됐으나 왼쪽 다리 아랫 부분만 없었다. 정강뼈와 종아리뼈는 끝이 깨끗하게 잘려 있었고, 감염 흔적도 없었다.
이는 사고나 짐승의 공격으로 생긴 상처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절단 수술을 하고 세심하게 치료한 정황을 보여준다. 발견된 뼈의 골 재형성 과정도 오늘날 정상적으로 이뤄진 절단 수술에서 볼 수 있는 변화와 일치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유골 주인은 수술을 받을 당시엔 어린이였고, 수술 후에도 6-9년을 더 살아 20세 전후에 세상을 떳을 것으로 추정된다. 왼쪽 다리의 정강뼈와 종아리뼈 크기가 오른쪽에 비해 작다는 점 등을 토대로 이같은 결론을 얻었다.
유골의 성별은 확인하지 못 했으나, 키는 당시 그 지역에서 살았던 남성의 평균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연구진은 방사선 동위원소 측정과 우라늄 계열 측정, 전자 스핀 공명 등 여러 측정법을 활용, 유골이 3만 1천201년에서 3만 714년 전 사이에 매장된 것으로 확인했다.
이번 발견은 의료의 발생과 발전 과정에 대한 통념을 뒤집는 결과이기도 하다. 지금까진 약 1만년 전 신석기 시대에 인류가 정착해 농경 생활을 시작하면서 과거 수렵 생활 시절엔 없던 건강 문제들이 일어난 것이 의료 기술의 기원으로 여겨졌다.
지금까진 프랑스에서 발견된 7천년 전 신석기 시대 농부의 유골이 가장 오래된 외과 절단 수술의 증거로 알려져 왔다. 프랑스 연구진은 2007년 '네이처 프리시딩스(Nature Precedings)'에 발표된 논문에서 이 농부가 왼쪽 팔뚝 절단 수술을 받아 부분적으로 치료된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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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발견으로 약 3만년 전 보르네오 섬에 살던 구석기 시대 사람들 역시 높은 수준의 의료 및 외과 수술 지식을 가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열대 기후 지역에 풍부한 약초들을 활용했을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또 절단 수술을 받은 어린이가 수술 후 몇 년 간 살아있었다는 점에 비추어 마을 커뮤니티 차원의 돌봄이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에 참여한 팀 말로니 그리피스대학 연구원은 언론 브리핑에서 "인류 의학 발전의 역사를 다시 써야 할 발견"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