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 조종할 수 있는 사이보그 바퀴벌레 만들었다

일본 연구진, "바퀴벌레에 유연 소재로 만든 동작 통제 장치와 태양전지 패널 탑재"

과학입력 :2022/09/06 13:45    수정: 2022/09/06 13:50

등에 작은 센서를 매단 바퀴벌레 떼를 멀리서 조종, 재난 현장에 투입해 내부 상황을 알아내 구조 계획을 세우는 날이 올 수도 있겠다.

일본 이화학연구소 연구진이 바퀴벌레에 무선 조종 장치와 초소형 유연 태양전지 충전 시스템을 달아 원격 조종이 가능한 '사이보그 벌레'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연구는 5일 학술지 'npj 플렉서블 일렉트로닉스(npj Flexible Electronic)'에 실렸다.

일본 이화학연구소 연구진이 만든 사이보그 바퀴벌레 시스템 (자료=이화학연구소)

연구진은 다리 움직임을 제어하기 위한 무선 조종 장치와 0.04㎜ 두께의 얇고 휘어지는 태양전지 충전 장치 등으로 구성된 모듈을 6㎝ 크기 바퀴벌레의 등 부분에 부착했다.

움직임 통제 장치에서 나온 전선을 바퀴벌레 후면의 미각(尾角) 부위에 연결하고, 통제 장치에 블루투스로 무선 신호를 보내 바퀴벌레의 다리를 좌우로 움직이도록 조종하는 자극을 전달했다.

바퀴벌레에 부착된 유연 태양전지는 17.2㎽의 전력을 일으켰다. 이는 살아있는 곤충에 부착된 기존 최고 효율의 에너지 하베스팅 기기에 비해서도 50배 이상 높은 수준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바퀴벌레의 신체 구조와 움직일 때의 변화 등을 고려해 접착제가 있는 부외와 없는 부위를 적절히 혼합, 움직일 때 모듈이 구부러지면서도 몸에서 떨어지지 않게 했다. 바퀴벌레가 장비를 매단 상태에서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이화학연구소 연구진이 만든 전자 모듈은 바퀴벌레가 등에 매단 채 자유롭게 움직이게 할 수 있다. (자료=이화학연구소)

더 두꺼운 태양전지 패널을 쓰거나, 몸 전체에 필름을 붙여 비교한 결과 이동 시간이 2배까지 늘어나고 균형 잡는데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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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를 바탕으로 충전 걱정 없이 반생체-반로봇 벌레를 재난 구조나 환경 데이터 수집 등에 활용할 길이 열릴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했다.

이화학연구소 개척연구본부 후쿠다 켄지로 박사는 "이같은 하이브리드 전자 시스템은 움직이는 동안 가슴과 배의 모습이 변형되는 바퀴벌레에 적합한 설계인 것으로 보인다"라며 "딱정벌레와 같이 비슷한 구조의 다른 곤충은 물론, 나아가 매미 같은 날벌레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