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실버테크'(노인+기술) 시장이 산업 관점에서 더욱 주목 받고 있다.
이 가운데 남들보다 반걸음 먼저 미래를 내다보고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 중 집에서 받을 수 있는 모든 요양 서비스를 일컫는 '재가요양서비스' 사업에 뛰어든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2019년 설립된 한국시니어연구소가 그 주인공이다.
한국시니어연구소는 재가요양서비스 브랜드 '스마일시니어'를 바탕으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반 행정 자동화 솔루션 '하이케어', 요양보호사 구인구직 알림 서비스 '요보사랑', 복지 및 실버제품 '스마일시니어몰' 등을 운영 중이다. 직영과 파트너를 합하면 현재 약 60여 곳의 방문요양센터가 한국시니어연구소의 하이케어 솔루션을 사용한다. 소프트뱅크벤처스, 해시드, 가디언펀드, 본엔젤스, 패스트벤처스 등 누적투자액은 123억원에 달한다.
■ "IT로 낙후된 실버시장을 바꿔보자" 결심 후 창업
'실버테크 선도 기업'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는 한국시니어연구소의 가장 큰 강점은 낙후된 재가요양서비스 시장을 누구보다 빠르고 편리하게 '디지털전환' 시켜나가고 있다는 데 있다. 모바일 시대, 그 다음 코로나 시대가 되면서 모든 영역에서 모바일 중심의 비대면 서비스가 자리를 잡았지만 가장 발전이 더딘 곳 중 하나가 바로 재가요양서비스 시장이다. 아직도 수기로 종이 문서를 작성해 보관하는가 하면, 승인 도장을 받아 팩스로 보내는 등의 업무가 이뤄진다.
한국시니어연구소 창업 멤버인 이진열 대표와 김선중 최고개발책임자(CTO)가 이 시장에 뛰어 들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두 사람은 첫 창업 때 '마이돌'이라는 잠금화면 앱 서비스를 통해 '큰 성공'과 '큰 실패'를 동시에 맛봤다. 팬들이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을 핸드폰 잠금화면에 올려놓고 가상 메시지를 받을 수 있는 이 서비스는 글로벌 누적다운로드 수 1천400만까지 찍었지만, 수익화에는 실패했다. 결국 20여 명 있던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었고, 서비스만 매각된 채 회사는 문을 닫게 됐다. 이 때 김선중 CTO는 "단 1원이라도 흑자를 내는 구조에서 사업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여기에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사업 아이템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오랜 기간 시장을 조사, 현재의 회사를 이진열 대표와 함께 세웠다. 그렇게 두 번째 창업이 이뤄졌다.
"이전 회사를 정리할 때 정말 힘들었어요. 임직원들 모두가 격 없이 지내고 친했는데, 회사를 내보내고 월급도 제대로 못 줘 제 돈으로 주는 과정 등이 너무 아팠어요. 그 때 이진열 대표와 이런 건 정말 하지 말자고 했어요. 그래서 제일 중요한 건 시장 선택이란 판단을 하게 됐고, 고객들이 지불 능력이 되면서 회사는 흑자를 낼 수 있는 사업을 찾게 됐어요. 그러다 재가요양 서비스를 발견했고, 이 시장에 비효율이 많아 IT로 풀어볼만 한 것들이 많겠다 싶었죠. 거스를 수 없는 큰 흐름이라 봤고, 기술로 실버 시장을 바꿔보자는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 "그 어느 곳보다 보람 큰 시장...개인의 성장 도와"
현재 한국시니어연구소 개발조직은 프론트엔드 4명, 백엔드 6명으로 이뤄져있다. 또 김선중 CTO 외에도, 지난 7월 삼성전자 출신 서재민 최고디지털혁신책임자(CDxO)를 영입해 기술 조직을 강화했다. 김 CTO는 조금 더 기술적인 영역에서 설계와 개발 등을 담당하고, 서 CDxO는 해당 기술들을 실제 서비스 영역에 적용시켜 효율적인 운영과 관리가 이뤄지는 데 좀 더 힘쓴다는 방침이다.
"저는 기술 개발과 설계에 집중한다면, 서재민 이사는 그 기술이 필드에서 실 사용자한테 잘 구현되도록 디지털 전환에 힘쓰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 개발자들을 이끌고 교육하고 관리하는 부분에 있어 서 이사가 삼성전자에서 10년 이상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큰 도움을 주고 있죠. 회사가 성장한 만큼 서로의 역할과 강점을 살려, 개발 조직을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바꿔나가고 있습니다."
전 산업 영역에 디지털 전환이 큰 화두가 되면서 개발자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대기업들도 시니어 개발자 충원에 애를 먹을 정도다. 당연히 상대적으로 자금과 인지도가 떨어지는 스타트업들은 개발자 구하기가 더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시니어연구소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 어느 시장보다 혁신을 이뤘을 때 보람이 가장 큰 시장이긴 하지만, 밖에서 봤을 때는 저희 사업이 ‘힙’해 보이지 않고 재미가 없을 것 같다는 인식을 갖는 듯해요.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아직 낙후된 시장을 기술로 바꿔가는 과정에서 큰 보람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주니어 개발자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시니어 개발자들이 코드 리뷰와 교육은 물론, C레벨과의 정기적인 개별 면담도 진행하고 있어요. 특히 구성원들이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당위성을 갖고 일을 진행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힘든 면도 있지만, 변화가 확 느껴지는 게 저희 회사의 매력입니다.”
■ "실버 시장의 많은 서비스들 디지털 혁신 이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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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나이를 먹고 늙기 마련이다. 지금 갓 태어난 아기도 예외일 수 없다. 언젠가 우리 모두 거동이 불편해질 테고, 가족의 도움만으로 생활이 어려워질 수 있다. 앞으로 재가요양 시장이 더욱 투명해지고 편리해져야 하는, 혁신이 꼭 필요한 이유다. 이 일을 한국시니어연구소가 하나씩 바꿔 나가고 있다.
“저희는 실버시장에서 IT 혁신을 꿈꾸고 있습니다. 많은 비효율을 해결하고 많은 대상자, 실무자들이 조금 더 편하고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가치를 제공해줄 생각입니다. 또 개발조직 내부적으로는 그만큼 탄탄하고 안정적인 프로덕트를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충분히 마련할 생각입니다. 배달 전단지가 배달의민족 앱으로 대체되고, 콜택시가 카카오택시로 전환되고, 은행 점포들이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 등 비대면 은행으로 전환됐듯 실버 시장에 있는 많은 서비스들이 한국시니어연구소 이름으로 디지털 혁신을 이루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