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e게임] 대항해시대 오리진, 확률형아이템 없는 항해의 맛

원작 좋아하는 이들도 만족할 수 있는 충분한 게임성...느릿한 템포는 호불호 갈릴 여지 있어

디지털경제입력 :2022/09/02 14:54

게임사에게 특별하지 않은 게임이 어디 있겠냐만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원작사인 코에이테크모와 퍼블리셔 라인게임즈에게 매우 중요한 게임이다.

코에이테크모 입장에서는 대항해시대6가 시장에서 혹평을 받으며 대항해시대 IP 이름값에 큰 상처를 입었으니 이를 만회할 카드가 필요했고 라인게임즈는 수년간 여러 시도를 이어가며 시행착오를 거치는 와중에 확실한 동기부여와 수익을 가져올 수익원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대항해시대 오리진이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을 순항 중이다. 지난 8월 23일 출시된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2일 기준 구글플레이 스토어 매출 순위 14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엄청난 호성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을 수 있는 성적이지만 1990년대 출시된 원작 지적재산권(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이라는 점과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의 핵심 수익원인 확률형아이템 모델을 채택하지 않은 게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기세를 눈여겨 볼만하다.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배를 만들고 항해사를 모아 선단을 꾸리고 항로를 개척하는 게임이다. 그 과정에서 무역을 통해 돈을 벌고 항로를 개척하는 등 이름에 걸맞는 플레이를 이어가는 것이 핵심인 게임이다.

큰 틀에서 이용자가 해야 할 일은 비교적 간단명료하다. 하지만 그 일을 해내기 위해 이용자가 신경을 쓰고 고려해야 하는 요소가 상당히 다양한 편이다. 항해사를 영입하고 선박 전문 지식과 함대 전문 지식을 높여가야 더 거대한 함대의 이름난 제독이 될 수 있다.

원작과 다른 점은 각 제독마다 잘 하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명확하게 구분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원작에서는 모험을 잘하면 교역에 취약하거나 교역을 잘 하는데 전투에는 능력이 없는 식으로 캐릭터를 구성했지만 대항해시대 오리진에서는 이용자 플레이에 따라 모든 것을 두루 잘 하는 캐릭터로 육성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느긋하게 즐기고 그 흐름 속에서 여러 경우의 수를 머리 속으로 정리하며 점점 영향력을 높여가는 것이 모토인 게임이다. 이는 최근 모바일게임 시장의 트랜드인 속전속결과 전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지만 오히려 그런 이유로 신선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확률형아이템 요소가 없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다만 현금 재화인 레드잼으로 인게임 재화인 두캇을 확보할 수 있어 교역을 통해 얻는 메리트가 상대적으로 크게 상쇄된다는 점은 아쉽다. 여러 특산물을 찾고 시세를 확인하며 적절한 매매 타이밍을 잡는 것이 대항해시대 시리즈의 재미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실 자금이 게임 내 교역의 가치를 해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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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항해시대 오리진은 전체적으로 제법 잘 만들어진 게임이다. 특히 원작을 즐겼던 이들이라면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요소를 차근차근 잘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출시가 어느 정도 연기되기는 했지만 이 정도 완성도를 갖추기 위한 준비과정이었다고 생각하면 납득이 갈 정도다.

향후 교역 밸런스, 차별화된 함선을 만들 수 있는 방법 등을 다양하게 선보인다면 꾸준하게 항해를 이어갈 수 있는 게임이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