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동물이 제한된 수명만 사는 것은 번식을 하기 때문이다. 번식에 많은 에너지가 들기 때문에, 일단 성적 성숙을 마친 후엔 성장을 멈추고 재생산에 에너지를 집중한다. 수명과 번식을 맞바꾼 셈이다.
하지만 개미 군집의 여왕개미는 예외적 모습을 보인다. 여왕개미는 군집 내에서 유일하게 알을 낳으면서, 동시에 수명도 일개미에 비해 길다. 여왕개미는 일개미와 유전적으로는 같지만, 최대 10-30배까지 오래 살기도 한다.
미국 플로리다대학교와 뉴욕대학교 연구진이 이같은 개미 수명의 신비를 밝혔다. 여왕개미는 생식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인슐린 분비를 늘이면서도, 인슐린이 노화를 촉진하는 과정은 차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1일(현지시간)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렸다.
■ 수명-번식 다 가진 여왕개미 될 수 있다면?
연구진은 뜀뛰기를 잘 하는 것으로 유명한 인도점프개미(Harpegnathos saltator)를 연구했다. 이 개미 역시 알을 낳는 여왕개미와 일개미, 수개미 등으로 구성된 무리를 이뤄 산다. 특이한 점은 여왕개미가 죽거나 사라질 경우, 일개미 중 알을 낳을 수 있는 '생식 일개미(gamergate)'들이 서로 여왕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싸운다는 것이다.
승리한 개미는 일꾼에서 여왕으로 신분이 바뀐다. 비록 몸 크기는 여전히 작은 일개미 크기인 '유사 여왕(pseudo-queen)'이지만, 알을 낳기 시작하고 수명도 7개월에서 4년으로 크게 늘어나는 등 여왕처럼 행동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다른 여왕으로 대체되면 다시 일개미로 돌아가 일개미로 살아간다. 알도 낳지 않고 수명도 원래대로 줄어든다. 2021년 미국 펜실바니아대 연구진은 이것이 'Kr-h1' 단백질의 작용 때문임을 밝힌 바 있다.
이 개미를 연구하면 생식 능력을 유지하면서도 수명을 늘이는 방법에 대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를 이끈 후아 얀 플로리다대학 교수는 "이 연구가 많은 동물의 노화 과정을 더 잘 이해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번식은 돕고, 수명도 높이는 인슐린 전달 경로
연구진은 일개미와 유사 여왕의 뇌와 난소, 곤충의 간에 해당하는 지방체 등 대사와 생식에 관련된 조직을 RNA염기서열 분석 등을 통해 살펴봤다.
일개미에서 신분상승한 여왕은 알을 낳기 위해 뇌에서 인슐린 분비가 늘어났다.
이는 연구진이 예상한대로였다. 인슐린은 섭취한 음식을 에너지로 전환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번식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번식을 위해선 인슐린 분비도 늘어난다. 하지만 보통 동물에선 인슐린이 늘어나면 수명은 줄어든다.
하지만 이후 과정은 조금 달랐다. 유사 여왕 개미 몸 안에서 늘어난 인슐린은 주요 인슐린 신호 전달 경로 중 하나로 대사와 알 형성에 관여하는 MAPK 경로의 활성화 정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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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인슐린 분비는 유사 여왕개미의 난소 형성을 촉진했고, 이는 인슐린을 억제하는 'Imp-L2' 단백질 생성으로 이어졌다. Imp-L2 단백질은 또 다른 주요 인슐린 신호 전달 경로인 AKT를 억제했다. AKT 경로는 노화를 관장하며, 이 경로의 활성이 높아지면 수명이 짧아진다.
논문의 공동 제1저자인 대니 레인버그 뉴욕대 교수는 "인슐린 신호를 전달하는 두 가지 주요 경로가 번식과 수명을 다르게 관장하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유사 여왕의 번식을 돕는 신호 전달 경로는 활성화되고, 다른 경로는 약해져 수명을 늘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