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반도체 고립작전 가속화…AI칩도 통제

'기준넘는 제품' 수출금지…WSJ "거래금지 지정보다 더 큰 파장"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2/09/01 14:35    수정: 2022/09/01 16:27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중국 ‘반도체 굴기’의 기세를 꺾으려는 미국 정부 공세가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이번엔 인공지능(AI) 분야에 활용되는 고성능 칩 수출 통제를 시작한 정황이 공개됐다.

월스트리트저널, 프로토콜을 비롯한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업체 엔비디아는 31일(현지시간) 고성능 서버용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중국과 러시아에 수출할 때는 새롭게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공개했다.

특정 기준 이상을 성능 제품을 수출할 경우 상무부 허락을 받도록 한 것이 변화된 조치의 골자다. 이 조치로 중국 시장에 인공지능(AI)용 고성능 반도체를 수출하는 것이 엄격하게 제한될 전망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백악관)

엔비디아 뿐 아니라 AMD도 AI용 반도체 수출 제한 방침을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 반도체 디자인 소프트웨어에도 이미 수출금지 조치 

이번 조치로 엔비디아는 2년 전 출시한 A100 칩의 중국 수출에 차질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올해 내놓은 H100 칩 역시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AMD 역시 AI 칩인 MI200이 수출규제 대상에 포함됐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미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전 세계 반도체 생태계에서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최근 520억 달러(약 68조5천억원) 보조금 지원을 골자로 하는 반도체산업지원법을 시행하면서 반도체 산업 육성에 대대적인 힘을 쏟고 있다.

(사진=엔비디아)

이와 함께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면서 무섭게 추격해 오고 있는 중국 견제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산업지원법에 따라 보조금을 받은 업체들에 대해선 10년 간 중국 투자를 금지했다.

상무부는 또 미국 상무부가 차세대 프로세서를 만들 때 꼭 필요한 첨단 반도체 디자인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도 수출 통제 명령을 발령했다.

이 조치로 차세대 기술인 'GAA(Gate All Around)'를 활용해 반도체를 제작할 때 사용되는 칩 디자인 소프트웨어 중국 수출은 사실상 금지됐다.

케이던스, 시놉시스, 지멘스 등 전자설계자동화(EDA)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들이 직접 영향을 받게 됐다.

■ AI 칩은 일정 성능 이상 수출금지…특정기업 거래금지보다 더 파장 클듯

중국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던 미국 정부는 AI 반도체 분야에서는 사실상 포괄적인 수출 규제 명령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그 동안 상무부의 중국 수출 규제는 주로 특정 기업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를테면 중국 기업 화웨이를 거래금지 대상 기업에 포함시키는 등의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엔비디아와 AMD에 적용된 수출규제 조치는 일정한 성능을 넘는 제품에 포괄적으로 적용해 파장이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분석했다.

이번 수출 규제 조치는 반도체 시장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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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이날 증권거래위원회(SEC) 제출 서류를 통해 “허가 절차가 적용됨에 따라 우리의 중국 수출은 훨씬 성가신 과정을 거쳐야 할 뿐 아니라 불확실한 상태에 놓이게 됐다”고 주장했다.

엔비디아는 또 “이에 따라 중국 고객들이 중국 반도체기업을 비롯해 유럽, 이스라엘 등에서 대안을 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많다”고 강조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