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규 칼럼] 트위터, 운명의 5%

전문가 칼럼입력 :2022/09/01 10:19

이정규 비즈니스 IT컬럼니스트
이정규 비즈니스 IT컬럼니스트

지난 7월 8일, 일론 머스크는 4월 25일에 맺은 트위터 인수계약을 취소했다. 머스크와 그의 재정자문인 모건 스탠리 측이 합리적인 비즈니스 목적을 위해 요청한 자료를 트위터가 제공하지 않는다는 이유이다. 이에 대해 트위터는 계약이행을 강제하려는 소송을 제기했다. 핵심 이슈는 가짜 및 스팸계정이 5% 미만이라는 트위터의 발표내용에 있다. 그러나 미국증권거래소(SEC)에 제출한 트위터의 공시 내용과 머스크 측 법률대리인의 편지를 검토해 보면, 트위터가 더 어려운 법문제에 얽혀 있는 듯하다.

먼저 머스크 측 변호인의 주장을 보자. 주된 줄거리는 ‘합병계약을 체결한 이후 2달 동안 수차례(5/9, 5/19, 5/25, 6/6, 6/17, 6/29)에 걸쳐서 가짜 및 스팸계정의 정보를 요구했으나, 트위터 측은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이에 부응하지 않았다. 이것은 합병계약의 완성을 위한 머스크의 재정계획 수립에 심대한(material) 결손을 유발시키는 행위’라는 말이다. 

미국 계약에 자주 등장하는 material이라는 단어는 모호하지만, 매우 큰 계약위반을 포괄적으로 설명하는 법률 용어이다. 결국 법원은 다툼의 내용이 심대한지 여부를 판단할 것이다. 계약내용과 괴리가 심대하다고 판결이 난다면 트위터는 소송에 질 것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머스크가 붙잡고 있는 취소 근거는 트위터가 SEC에 제출한 다음의 공시자료 내용이다. “during the second quarter of 2022 represented fewer than 5% of our mDAU during the quarter.” 가짜 및 스팸 계정 수는 “2022년 2사분기 동안 monetizable Daily Active Users의 5% 미만.”이라는 문장이 문제이다. 이를 근거로 머스크는 트위터에게 아래의 5개 자료를 요구했다. 물론 이에 국한되지 않는다(including, but not limited to)는 말과 함께 말이다.

첫째, mDAU 안의 스팸 및 가짜 계정의 포함여부를 감사(Audit)하는 프로세스에 대한 정보

둘째, 스팸 및 가짜 계정을 식별하고 사용을 중지시키는 프로세스 정보

셋째, 지난 8분기 동안의 mDAU 일일 측정지표

넷째, mDAU 계산에 관련된 이사회 보고 자료

다섯째, 트위터의 재무 상태에 관련된 자료

위의 내용은 합병을 도모하려는 머스크가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합리적 비즈니스 자료임에 틀림이 없다. 일반인 입장에서는 mDAU 오류가 4.99%인들 5.01%인들 무슨 문제이냐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트위터의 매출 대부분이 mDAU크릭광고에 의존한다는 점이 문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인간의 거래 계약 관점에서, 그리고 기업의 분식회계를 막기 위해 2002년 7월30일에 발효된 사베인스 옥슬리 법의 제정 취지에 비추어 트위터의 방어 수단에는 다음과 같은 두가지 결함이 존재한다.

먼저 가짜 및 스팸계정이 5% 미만라는 의미는 상행위상 오류가 심대(material)하지 않다는 주장인데, 만약 기업의 대표 혹은 이사회가 오류 비율을 5% 이상– 5.01% 이더라도 – 으로 인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사실과 다르게 SEC에 공시했다면, 법적으로 ‘신의와 성실의 의무’에 반하여 책임을 면할 수 없을 듯 보인다. 회계감사의 경우에도 아무리 작은 기만이라도, 경영자의 의도된 기만은 조직의 내부통제시스템에 구조적 부조리가 존재하는 것으로 간주하여 매우 심대한 문제로 판단한다. 평직원의 기만은 일시적이고 해결 가능하지만, 경영자의 기만은 재무제표의 신빙성을 송두리체 의심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둘째, 사베인스 옥슬리 법(SOX법)은 재무제표의 투명성뿐만 아니라, 재무제표를 생산해내는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투명성도 아울러 강제한다. 머스크가 요구한 질문 중에 앞의 4개 사항은 경영층이 SOX법의 준수에 적정한 거버넌스 체제(Plan-do-check-action)를 수립 이행하고 있느냐는 질문과 맥을 같이한다. 이에 답변하지 못한다면 트위터는 재무제표의 합당성을 주장할 수 없으며, 결국 이사회 멤버들이 기업 거버넌스 보증을 위한 ‘상업적으로 합리적인 노력(commercially reasonable effort)’을 하지 않았다는 직무유기를 인정하는 셈이 된다. 이는 SOX법에 의해 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특히 트위터 보안담당자의 내부고발이 있어 더욱 불리하게 되었다.

한편 머스크의 속내를 두고 여러가지 추측이 난무한다. 항상 미디어의 주목을 받아오고, 이를 한껏 활용해 왔던 그가 어떤 전략으로 행동하는지 알 수가 없다. 혹자는 우크라이나 발 경기침체로 트위터의 가치가 너무 떨어져서 없던 일로 하고 싶어한다는 말도 있고, 트위터의 실시간 소셜미디어 기술자산의 매력 때문에 결국 인수할 터인데, 인수 가격을 많이 낮추려는 협상의도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대개 사려는 사람은 미래가치를 높게 보고, 안 사려고 하거나 팔려는 사람은 미래가치를 낮게 본다. 머스크와 트위터의 관점이 비슷해졌으니, 회사를 억지로 팔려는 트위터의 협상력이 밀리는 이유이다. 머스크 역시 현재 상태는 판단 보류 상황 같다. 그는 편지에서 기존 정보만으로 추정해도 가짜 및 스팸 계정수는 5% 미만이 아니고, 광범위하고, 실제적으로 많다(widely, substantially higher than~)고 주장한다. 머스크의 리스크는 매수가격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패널티를 내고 파기하는 일이다. 문제는 트위터의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더 높다는데 있다. 기만적 공시와 거버넌스 체제의 이슈는 SOX 위반에 해당되고 경영층은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재판에 진다면 경영진의 직무유기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줄 소송이 예견된다.

기업 거버넌스에서 '투명성(transparency)'은 외부자에게 관찰되어지는 조직 활동의 정도를 말하며 가시성(visibility)과 통하는 개념이다. 캠브리지 사전에는 투명성을 ‘비밀이 없이 공개적으로 비즈니스와 재무적 활동을 수행하여, 그 결과 사람들이 조직이 공평하고 정직하다고 신뢰할 수 있는 상황’으로 정의한다. ‘투명성은 조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기본이고 바탕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고 열정을 담아 실행해도, 투명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누구도 회사의 방침이나 정책을 따르려 하지 않는다.’ 경영자에게 투명성이라 함은 회계적 투명성과 인사적 투명성으로 인지된다. 그러나 거버넌스 측면에서 투명성은 이보다 더욱 광범위한 개념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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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프로세스 거버넌스의 '투명성(transparency)'이란 '조직의 비즈니스 활동을 조직윤리에 부합하도록 수행하며, 이해관계자와 지역사회가 합법적인 절차로 검증 가능하여 신뢰를 유지하는 정도'를 말한다. 프로세스의 투명성을 설명하는 요인은 다음의 4가지로 생각된다.

머스크는 트위터가 정보 접근성, 예측 접근성, 규칙 접근성, 신뢰성을 모두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보는듯 하다. 앞으로 다가올 소송전에서 어떤 판결이 나올지 궁금하다. 머스크는 2달 동안 트위터 측에 정보를 요청한 6차례의 편지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했다. 아마도 재판의 결과는 트위터에게 더욱 깊은 상처를 입힐 가능성이 아주 높다. 기업합병 전략을 고민하는 국내 기업도 재판의 진행사항을 예의 주시한다면, 기업 투명성 원칙에 대하여 배울 점이 많을 듯 싶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정규 비즈니스 IT컬럼니스트

(현)사이냅소프트 경영혁신담당 중역. 경영정보학 박사, 정보관리기술사, 미국회계사. IBM, A보안솔루션회사 및 보안관제회사, 기술창업 스타트업, H그룹 계열사, 비영리 D재단, 감리법인 등에서 제조산업전문가, 영업대표, 사업부장, 영업본부장 및 컨설팅사업부장, 대표이사, 기술연구소장, 사무국장, 수석감리원을 역임했다. KAIST 기술경영대학원에서 겸임교수로 '벤처창업의 이론과 실제'를 가르쳤고, 국민대 겸임교수로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IT컨설팅'을 출강하고 있다. 저서로는 '동시병행설계', '딥스마트', '비즈니스 프로세스', '프로세스 거버넌스', '실전IT컨설팅' 등이 있다. 프로보노 홈피 deepsmart.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