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내 성범죄 대처 위해 제도·교육·인식전환 필요"

국회 토론회…"아동·청소년 상대 범죄 늘지만 대책 마땅치 않아"

인터넷입력 :2022/09/01 07:53    수정: 2022/09/01 08:24

메타버스에서 아동·청소년 상대 성범죄가 늘면서, 이를 제재할 법안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실 세계와 같이 가상공간에서도 질서를 정하고, 예방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메타버스 내 성범죄 실태와 대책’ 토론회에서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일어난 잇단 성범죄 사례를 중심으로 논의가 오갔다. 

십대여성인권센터에 따르면 사이버또래상담팀이 지난 5월 말부터 보름간 조사한 결과, 30대 성인 남성 A씨는 제페토에서 사용할 수 있는 유료아이템을 미끼로 청소년들을 비밀채팅방에 초대해, 성적인 대화와 행동을 요구했다.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메타버스 내 성범죄 실태와 대책'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지디넷코리아)

A씨 사례처럼 대개의 성범죄는 현금결제를 요하는 아이템으로 환심을 산 후 대화를 끌어내고 특정 부위가 노출된 사진, 동영상 등을 요구하는 수법이다. 특히 이를 빌미로 지인이나 부모에게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는 범죄도 적지 않았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메타버스에서 성착취자를 발견해도 대처 방법은 내부신고와 차단안내 정도”라며 “실제 활동을 제재하지 못해 또 다른 피해를 야기하는 동시에, 신고 처리 기준도 모호한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단, 현행법상 처벌 규정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메타버스 아바타를 실제 인격과 동일하게 볼지 여부를 두고, 오지원 법률사무소 법과치유 변호사는 “아바타도 실제 사람과 같아, 일정한 규칙을 지켜야 하는 게임 캐릭터와는 다르다”며 메타버스 산업 확장을 위해서라도, 일정 질서와 규제를 수반해야 한다고 말했다.

메타버스만의 별도 규정을 정하고, 대응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오 변호사는 부연했다. 그는 “가령 아바타에 외설스러운 자세를 요구하거나, 성매매를 유인하는 등 대화가 포착되면 자동으로 계정을 차단하면서 이용자 개인정보를 식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신고가 접수되면, 범죄를 저지른 아바타에 주의 문구를 부착하거나 재범하면 개인정보를 수사기관에 넘길 수 있다는 경고 문구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며 “각종 교육, 홍보활동, 그리고 법 집행자들과 정부, 사업자들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기규 네이버제트 대외협력팀 리드.

업계에서도 건전한 메타버스 생태계 구축을 위해 일조하겠다는 입장이다. 제페토 운영사 네이버제트의 한기규 대외협력팀 리드는 “범죄행위를 척결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의도하지 않게 서비스를 오용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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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리드는 “(성범죄 관련) 제페토에서 행위가 다른 공간(현실)으로 이전할 경우를 대비해, 기준점과 안전장치 역시 마련돼야 한다”면서 “신고 절차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다. 10대를 넘어, 전 세대를 아우르기 위해선 규제보단 예방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호 방송통신위원회 디지털유해정보대응과 사무관은 “아바타에 대한 정의와 제작자, 이용자 사이 범죄 행위의 책임 주체를 따지는 등의 개념 정리가 뒤따라야 한다”며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과 관련 입법 도입을 위해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