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도 참전…'가상자산 거래소' 지각변동 올까

'카카오' 플랫폼 활용·은행 지원사격 등 점유율 상승 예상

컴퓨팅입력 :2022/08/30 17:35    수정: 2022/08/31 11:34

국내 3위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원이 카카오뱅크와 손을 잡으면서 시장 판도 변화에 관심이 쏠렸다.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카카오의 강력한 플랫폼이다. 카카오는 메신저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금융, 콘텐츠, 모빌리티, 유통 등 다양한 영역에서 주요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가상자산 거래 비경험자 유입을 꾀하기 쉽고, 코인원 이용자에게도 차별화된 편의를 제공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

제휴 은행이 NH농협은행에서 카카오뱅크로 바뀐다는 점에서도 긍정적 효과가 예상된다. 자금세탁방지 측면에서 매우 보수적인 입장을 취했던 농협은행과 달리, 카카오뱅크는 가상자산 거래소와 협력에 적극적일 것이란 예상이 많다. 현재 1위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와 케이뱅크가 협력 이후 상호적으로 큰 사업 성과를 거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업비트로 쏠려 있는 점유율, 가상자산 약세장 등을 고려하면 코인원이 카카오와의 협력만으로 시장점유율을 대폭 끌어올리기 순탄치 않을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결국 가상자산 거래소 운영 역량에 따라 결과가 좌우될 것이란 관측이다.

카카오뱅크

■4천700만 '카톡' 이용자 연결 접점 생길 듯

30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코인원과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체결하고 후속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종합 자산관리 플랫폼을 지향하면서, 가상자산도 하나의 투자 상품으로 간주하고 관련 시장에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그 동안 카카오뱅크는 편리한 사용자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워 고속 성장해왔다. 카카오뱅크의 '메기 효과'로 은행 전반의 사용자 경험 수준이 올라간 현재,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가상자산 기반 서비스를 점찍은 것으로 분석된다.

코인원은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무기로 다양한 영역에서 플랫폼 사업에 성공한 카카오와 협력하게 된 만큼, 카카오 플랫폼과의 연결성을 무기로 삼아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설 전망이다. 30일 기준 코인원 이용자 수가 260만여명인 반면, 올해 2분기 기준 카카오톡 이용자 수는 4천750만3천명이다. 

업계는 코인원이 카카오 플랫폼과 연계됨에 따라 시장 입지가 확대될 여지가 크다고 분석했다.

카카오 플랫폼(출처=카카오 2022년 2분기 IR 자료)

가상자산 거래소 업계 관계자는 "현재 업비트가 8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카카오 계열 가상자산 거래소라는 이미지가 크게 작용한 결과"라며 "1위 거래소가 누렸던 이점을 코인원이 가져가게 된 셈"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카카오가 두나무(업비트)에 대한 보유 지분을 차츰 줄여오는 등 최근에는 서로 관계사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과거엔 카카오라는 관계사라는 이미지가 분명 있었고 그런 측면에서 카카오톡 연동도 가능했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자금세탁' 민감한 농협 떠나 케뱅 성공 엿본 카카오뱅크 품으로 

코인원이 제휴 관계를 지속해온 농협은행의 경우 가상자산 거래소에 보수적인 정책을 펼쳐왔지만, 카카오뱅크는 정책 노선이 다를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8월 제휴 거래소인 빗썸과 코인원을 상대로 '트래블룰' 시스템을 도입하기 전까지 코인 입·출금 거래를 중단하라고 요구해 갈등을 빚기도 했다. 트래블룰 의무 적용 시점은 지난 3월이지만,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 시행되는 지난해 9월25일에 맞춰 트래블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 특금법 시행 시점부터 트래블룰 적용 시점까지 6개월간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은행에 책임이 따를 수 있다는 이유였다.

지난 1월 원화마켓 거래소 중 예외적으로 빗썸과 코인원이 외부 지갑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제도를 실시했던 것도 농협은행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NH농협은행 본사.

은행권에 재직했던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농협은행은 지난 2017년 뉴욕 지점이 미국 금융당국으로 자금세탁방지 수준이 낮아 제재를 받았던 전적이 있기 때문에 자금세탁방지 관련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상황이 다르고, 업비트와 케이뱅크라는 성공 사례가 존재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농협은행보다는 가상자산 거래소에 친화적인 정책을 운영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가상자산 거래자 입장에서 거래소 연동 계좌 하나를 만들어두면, 다른 은행 계좌를 자주 쓰지 않게 되니 제휴 은행 이용량도 점진적으로 늘게 된다"며 "업비트와 케이뱅크가 협업할 당시에는 시너지 효과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시너지가 분명하다는 걸 업계 모두가 인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위 빗썸 제칠까…거래소 운영 역량·시장 상황 관건

현재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은 업비트가 80% 가량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고, 약 15%를 빗썸이, 4~5%를 코인원이 가져가는 구도다. 코인원의 점유율이 늘어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고, 2위인 빗썸을 제칠 수 있을지 추이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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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빗썸의 경우 과거 업계 1위를 차지했을 만큼 거래소 운영 역량이 증명돼 있다"며 "코인원이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선 이용자가 만족하는 거래소 운영이 동반돼야 카카오와의 시너지 효과도 두드러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상자산 시장 상황도 중요한 변수다. 현재는 약세장이 이어지면서 국내외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실적이 전년 대비 대폭 하락하고 있다. 지난 4월 말 원화마켓 운영을 재개한 고팍스도 이후 5월 테라-루나 사태가 발생하면서 가상자산 시장이 침체됨에 따라 거래량이 눈에 띄게 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