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은 쥐의 두개골 속 뇌 신경망을 3D 고해상도로 관찰하는 홀로그램 현미경을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물리학 및 광학과 생명공학을 결합한 결과다. 두개골을 제거하지 않고도 뇌 신경망 영상을 얻을 수 있어 다양한 의생명융합 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
이 연구는 IBS 분자 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 최원식 부연구단장과 가톨릭대 김문석 교수, 서울대 최명환 교수 공동연구팀이 수행했다. 연구 결과는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에 실렸다.
빛으로 몸 깊은 곳을 관찰하려면 충분한 빛 에너지를 전달해 반사되는 신호를 정확하게 측정해야 한다. 하지만 생체 조직에서 빛이 다양한 세포들에 부딪히며 영상 정보를 잃어버리는 다중산란 현상과 이미지가 흐릿하게 보이는 수차 현상 때문에 관찰이 쉽지 않다.
아주 적은 양이라도 보고자 하는 물체와 한번 부딪쳐 반사된 단일 산란파만 골라 수차로 인한 파면 왜곡을 보정해 주면 깊은 곳까지 관찰할 수 있다. 이 과정을 방해하는 다중 산란파를 제거하고 단일 산란파 비율을 높이면 고심도 생체 영상을 얻을 수 있다.
IBS 연구진은 2019년 다중 산란을 제거하고 빛의 세기와 위상을 동시에 측정하는 시분해 홀로그램 현미경을 최초로 개발했다. 이를 활용해 절개 수술 없이 살아있는 물고기의 신경망을 관찰한 바있다. 하지만 물고기보다 두개골이 두꺼운 쥐의 경우, 두개골에서 발생하는 빛의 왜곡과 다중산란으로 두개골을 제거하거나 얇게 깎아내지 않고는 뇌 신경망 영상을 얻을 수 없었다.
연구진은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을 정량화해 보다 깊은 곳까지 관찰할 수 있는 고심도 3차원 시분해 홀로그램 현미경을 개발했다. 다양한 각도로 빛을 넣어도 비슷한 반사파형을 가지는 단일 산란파의 특성을 이용, 단일 산란파만 골라내는 방법을 고안했다.
이런 방법으로 뇌 신경망에 기존보다 80배 많은 빛을 모으고, 불필요한 신호를 선택적으로 제거해 단일 산란파의 비율을 수십 배 증가시켰다. 기존 기술로는 불가능했던 깊이에서도 빛의 파면 왜곡을 보정했다. 쥐의 두개골을 제거하지 않고도 가시광선 대역의 레이저로 형광 표지 없이 두개골 밑 뇌 신경망 영상을 고해상도로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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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석 교수와 조용현 박사는 "복잡한 물질의 광학적 공명 상태를 처음 관찰했을 때 학계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라며 "기초 원리에서부터 쥐 두개골 속 신경망을 관찰하기까지 물리·생명·뇌과학 인재들과 함께 연구하며 뇌신경영상 융합기술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라고 말했다.
최원식 부연구단장은 "오랫동안 연구해왔던 물리적 원리를 응용한 고심도 생체 영상 기술은 광학 현미경 영상 기술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뇌신경과학을 포함한 다양한 의생명 융합 연구와 정밀 측정이 필요한 산업 분야에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