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에 앉아 하루 종일 무언가를 열심히 생각하며 일하면 퇴근할 때쯤엔 너무나 피곤하다. 집에 와선 계획했던 생산적 활동은 미뤄둔 채 아무 생각 없이 유튜브 화면만 쳐다보며 시간을 보내게 된다.
실제 몸을 움직여 육체 노동을 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피곤할까?
프랑스 연구진이 열심히 생각하며 일할 때 뇌에 피로를 일으키는 물질이 쌓여 의사 결정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밝혔다. 이 연구는 11일(현지시간)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실렸다.
연구진은 신경 대사 작용의 관점에서 정신적 혹은 인지적 피로가 생기는 원인을 이해하고자 했다. 인지적 피로는 충동적 결정이 아닌 인지적 통제가 필요한 활동을 하려 할 때 치러야 하는 댓가가 커지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들은 실험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에는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과제를, 다른 한쪽엔 쉽게 처리할 수 있는 과제를 각각 주었다. 그리고 생체 내 대사물질을 측정하는 자기공명분광법(MRS)으로 하루 동안 뇌의 활동을 추적했다.
그 결과, 피곤한 상태에 있음을 보여주는 신체적 증상은 열심히 생각한 그룹에서만 관찰됐다. 또 열심히 일한 사람들은 작업 후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 바로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선택지를 택하는 경향이 더 컸다.
이때 열심히 일한 사람들 뇌의 전전두피질에 있는 시냅스에서는 신경전달물질의 일종인 글루타메이트가 많이 나타났다. 전전두피질은 뇌에서 인지적 통제를 담당하는 영역이다. 글루타메이트는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인데, 양이 많아지면 흥분독성을 일으켜 악영향을 미친다.
즉, 생각을 열심히 하며 일하면 피곤한 것은 생각하는 과정에서 신경에 쌓인 물질을 치우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글루타메이트가 쌓이면 전전두피질 활동에 더 많은 자원이 필요해지기 때문에 인지적 통제가 더 어려워지는 것으로 연구진은 설명했다.
프랑스 피티에-살페트리에르대학 마티아스 페실리옹 교수는 "피로는 뇌가 우리로 하여금 하던 일을 멈추고 보다 쉽고 끌리는 일을 하도록 만들게 하기 위한 환상이라는 이론도 있다"라며 "그러나 이번 연구는 인지적 작업이 뇌에 '유해 물질의 축적'이라는 실제적 변화를 일으킴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그는 "피로는 하던 일을 멈추라는 신호인 것은 맞다"라며 "다만 그 목적은 뇌의 정상적 작동을 보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전두피질의 대사 활동을 살피면 심각한 정신적 피로 상태를 감지, 번아웃을 피하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데 도움을 줄 방법을 찾을 수 있으리란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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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당장 피곤한 뇌의 기능을 높일 뾰족한 방법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페실리옹 교수는 "푹 쉬고 잘 자라는 옛 방식을 권한다"라며 "자는 동안 시냅스에서 글루타메이트가 제거된다는 증거가 있다"라고 말했다. 또 피곤할 때엔 중요한 결정을 미루는 편이 좋다.
연구진은 향후 전전두피질이 특히 글루타메이트 축적에 민감한 이유를 연구할 계획이다. 또 이같은 뇌 내 피로를 나타내는 표지가 우울증이나 암 같은 다른 질병 치료와 연관 있는지도 살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