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성 뇌질환 헌팅턴병 환자 뇌 기능 장애 원인 발견

KIST, "헌팅턴병 시냅스 기능장애 회복 치료에 활용 모색"

과학입력 :2022/08/28 12:00

헌팅턴병은 운동 기능의 이상으로 몸을 제어하지 못해 마치 춤을 추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기억과 인지 능력 상실로 이어지는 유전성 뇌질환이다.

병이 진행되며 뇌 시냅스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고, 자발적 움직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 선조체 부위 세포가 파괴돼 헌팅턴병 증상을 일으킨다. 성격 변화와 치매를 유발하고 결국 사망에 이르는 병이지만, 진행 과정 중 뇌 기능 장애 기전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윤석진)은 뇌과학연구소 성지혜 책임연구원과 류훈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헌팅턴병 환자 뇌 조직에서 신경돌기 운동성 및 정상적인 시냅스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FAK(Focal adhesion kinase) 단백질 활성이 현저히 감소하는 것을 발견했다고 28일 밝혔다.

정상 및 헌팅턴병 환자의 뇌조직 내 FAK 활성화 정도 및 신경세포 돌기형성 차이 (자료=KIST)

정상적인 뇌에서 활성화된 FAK 단백질은 신경돌기 운동성 및 정상적인 시냅스 형성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뇌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KIST 연구진은 헌팅턴 세포 및 동물모델, 그리고 실제 헌팅턴 환자 뇌 조직까지 다양한 시스템에서 FAK 단백질 활성이 현저히 줄어듦을 확인했다.

특히 형광공명에너지전달현상(FRET) 기반 형광분자센서를 통해 살아있는 세포에서 FAK 활성을 정확히 측정, 이같은 결과를 검증했다.

FAK 단백질이 정상적으로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세포막에 있는 인지질 중 PIP2가 꼭 필요하다. 연구진은 초고해상도 형광 현미경을 이용, 헌팅턴병 세포에서 PIP2가 돌연변이 헌팅틴 단백질과 비정상적으로 강하게 결합하면서 세포막 내 정상적으로 분포하지 못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러한 비정상적 PIP2 분포는 FAK 단백질의 활성화를 저해하고, FAK 단백질 활성이 줄면 정상적 시냅스 기능을 방해해 헌팅턴병 초기 뇌 기능 장애의 원인이 된다.

돌연변이 헌팅틴의 인지질 분포변화를 통한 FAK 활성저해 기전 (자료=KIST)

성지혜 책임연구원은 "이 연구를 통해 밝혀낸 헌팅턴병 환자의 시냅스 기능장애 병리기전은 헌팅턴병 진행 과정에서 뇌기능 장애 회복을 위한 치료 타겟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관련기사

류훈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 결과는 헌팅턴 환자의 뇌 조직에서 발견한 병리기전이기 때문에 실제 인간의 퇴행성 뇌질환에서 새로운 치료 타겟을 제시하는데 큰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KIST 주요사업과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으로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학술지 '악타 뉴로패솔로지카(Acta Neuropathologica)'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