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5일 공개한 일반 소비자용 SSD 신제품 '990 프로'에 업계 예상과 달리 PCI 익스프레스 5.0이 아닌 기존 4.0 규격을 그대로 적용했다. 이 제품은 고용량 게임, 8K(7680×4320 화소) 영상 등을 처리해야 하는 게이머나 영상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이 제품의 국내 판매를 위한 전파인증을 마쳤다. 이 사실이 공개될 당시만 해도 전송 속도를 향상시킨 새로운 규격인 PCI 익스프레스 5.0이 적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지난해 출시된 제품인 980 프로에 이어 990 프로에도 여전히 PCI 익스프레스 4.0 규격을 유지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제품 개발이나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단순히 시장 상황에 따른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 신규 컨트롤러로 쓰기 성능 대폭 향상...냉각도 보완
삼성전자가 이날 글로벌 공개한 990 프로는 자체 개발한 3차원 TLC(3비트) V낸드와 신규 컨트롤러를 조합해 전작 대비 성능을 향상시켰다.
2020년 9월 출시한 980 프로는 최대 읽기속도 7000MB/s, 최대 쓰기속도 5000MB/s를 냈지만 990 프로는 최대 읽기속도 7450MB/s, 최대 쓰기속도 6900MB/s로 쓰기 속도를 대폭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고성능으로 장시간 작동할 때 성능 하락을 막기 위해 컨트롤러에 니켈 코팅, 열 분산 시트, 과열 방지 기능 등도 적용했다. 이외에 RGB LED 내장 히트싱크(방열판)를 앞뒤로 부착한 모델도 출시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990 프로를 오는 10월부터 글로벌 출시한다. 990 프로 가격은 1TB 179달러(약 24만원), 2TB 309달러(약 42만원)로 책정됐다. 히트싱크 포함 제품은 일반 제품 대비 20달러(약 2만 7천원) 비싸다.
■ 최대 전송 속도 2배 PCI 익스프레스 5.0, 올해 보급 전망
당초 업계는 990 프로에 전송 속도를 높인 새로운 입출력 규격인 PCI 익스프레스 5.0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했다.
PCI 익스프레스 5.0은 업계 표준화 단체인 PCI-SIG가 2019년 5월 공개한 새로운 규격이다. 현재 한 레인(PCI 익스프레스 데이터 전송 경로)당 최대 약 2GB/s를 전송할 수 있는 PCI 익스프레스 4.0 대비 전송 속도를 두 배로 높였다.
올해는 인텔과 AMD 등 양대 프로세서 제조사가 PC 시장에서 PCI 익스프레스 5.0 규격 확대에 나설 예정이다. 인텔과 AMD는 오는 9월 새 코어 프로세서 '랩터레이크'(Raptor Lake), 라이젠 7000 시리즈 프로세서에 모두 PCI 익스프레스 5.0 규격을 적용한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업계 예상과 달리 2020년 9월 출시한 전작인 '980 프로'에 이어 990 프로에도 PCI 익스프레스 4.0 규격을 적용했다.
■ 주요 글로벌 SSD 제조사는 PCI 익스프레스 5.0 대응
주요 글로벌 SSD 컨트롤러·완제품 제조사는 이르면 올 4분기부터 PCI 익스프레스 5.0 SSD 공급을 위해 준비중이다.
전세계 SSD 매출 기준 3위(트렌드포스 기준)인 미국 마이크론은 3D 낸드 플래시 메모리와 DDR5 메모리, 파이슨 컨트롤러 칩을 이용해 PCI 익스프레스 5.0 기반 고성능 SSD를 생산해 올 하반기부터 '크루셜'(Crucial) 브랜드로 시장에 공급할 예정이다.
이달 초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학술회의 '플래시 메모리 서밋'에서 시연된 시제품의 최대 읽기/쓰기 속도는 각각 10,098MB/s, 10,228MB/s로 최대 읽기/쓰기 속도가 8000MB/s인 현행 제품 대비 최소 20% 이상 빠르다.
■ 삼성전자 "PCIe 4.0 적용, 시장 상황에 따른 판단"
관련기사
- 차세대 플래시 메모리·반도체 신기술 쏟아진다2022.08.01
- 웨스턴디지털, 플레이스테이션5용 SSD 국내 출시2022.08.22
- 마이크론, 데이터센터용 176단 낸드 SSD 출시2022.08.08
- 삼성전자, PC용 PCI 익스프레스 5.0 SSD 시장 가세2022.08.03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반 소비자용 SSD 시장이 내년까지 PCI 익스프레스 4.0 제품 위주로 지속될 것이라는 판단 아래 990 프로에 PCI 익스프레스 4.0을 적용한 것이며 제품 개발 과정의 기술적인 문제 등 다른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또 "향후 시장 상황이 달라지면 PCI 익스프레스 5.0 기반 제품 투입 관련 추가적인 검토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