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달 빅스텝(기준금리를 0.5%포인트(p) 올리는 것)에 이어 이달에도 기준금리를 0.25%p 올려 사상 첫 네 차례 추가 인상을 단행함에 따라, 은행 대출금리도 더 올라 가계 빚 부담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인상 폭만큼만 오르더라도 전체 가계대출 이자는 3조4000억원가량 늘어나게 된다. 차주 1인당 평균 연이자 부담 증가액은 약 16만원에 달한다. 실제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까지 더해지기 때문에 실제 빚 부담은 이보다 더 커질 수 있다.
다만 이달부터 시행된 은행별 '예대금리차 공시'(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를 공개)가 금리인하 압력으로 작용할 경우, 대출금리 인상 속도는 다소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5일 기준금리를 0.25%p 인상했다. 지난달 사상 처음 '빅스텝'을 단행한 데 이어 한 달 만에 추가 인상이다. 또한 4·5·7월에 이어 사상 처음 네 차례 연속 인상이다. 기준금리 인상은 불과 1년 만에 7차례나 이어지면서 대출자들의 고통이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8월 0.5%였던 기준금리는 이달 2.5%로 무려 2%p가 올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757조9000억원(카드사용액 포함시 1869조4000억원)에 이른다.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이용자 가운데 78%는 변동금리 대출을 이용 중이다. 4명 중 3명이 금리 변동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 폭(0.25%p)만큼 대출금리가 오른다고 가정하면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약 3조4000억원(1757조9000억원×78%×0.25%) 늘어난다. 대출자 1인당 약 16만원 수준이다.
지난해 8월 이후 7차례 기준금리가 인상(2%p)된 것을 고려하면, 약 1년 만에 불어난 가계 이자 부담액은 27조원이 넘는다. 차주 1인당 평균 연이자 부담 증가액은 약 130만원에 달한다.
금리 인상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상당수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한은이 올해 남은 두 번(10월, 11월)의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해 연내 기준금리를 3%까지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의 관측대로 기준금리가 추가로 0.50%p 더 올라 연말 3%에 도달할 경우 가계이자 부담 증가액은 지난해보다 34조원 이상 늘어나게 된다. 차주 1인 기준으로 환산하면 연 160만원가량 이자가 불어나는 셈이다.
실제 차주들이 부담해야 할 이자는 이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은행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는 방식으로 산정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최고금리가 연내 7%를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최고금리는 최근 연 6%를 재돌파했다. 변동형 주담대 준거금리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지난달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0.52%p 올랐기 때문이다. 사상 최대 상승 폭이다.
은행권의 자금조달 지수인 코픽스는 수신금리에 영향을 받는다. 은행들은 이날 기준금리 인상분을 예·적금 금리에 바로 반영하기 시작했다. 앞으로의 기준금리 인상분이 순차적으로 반영되면 코픽스는 더 오르게 된다. 대출금리가 연내 기준금리 예상 인상분만큼만 오른다고 가정해도 변동형 주담대 최고금리는 연 7%대에 근접하게 된다.
고정형 주담대 금리도 동반 상승할 전망이다. 최근 미국 연준 내 '긴축 여론'이 다시 부상하고 있어서다.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18일(현지시각) "정책금리가 인플레이션에 강한 하방 압력을 가할 수준으로 계속해서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며 "(금리 인상 폭을) 75bp로 지지하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밝혔다.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시장금리인 금융채 5년물에 연동된다.
이 밖에 시장금리에 연동된 신용대출 금리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날 4대 은행의 금융채 6개월물 기준 고신용자(내부 1등급) 신용대출 금리는 연 4.50~5.80%로 6%대 진입을 목전에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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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일각에선 이달부터 은행별로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를 공개하는 '예대금리차 공시'가 시행됨에 따라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마냥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불경기에 은행이 과도한 이자 장사로 폭리를 취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예대금리차 공시 이후 일부 은행에선 대출금리를 인하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