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연일 치솟으면서 삼성전자, LG전자 등 수출 비중이 큰 국내 전자 기업의 환차익이 기대되는 한편, 비용 상승 리스크도 동시에 발생해 이해득실이 엇갈리고 있다. 달러 강세는 일반적으로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원재료·물류·해외 투자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위험 요인이기 때문이다.
24일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340원을 상회하고 있다. 환율이 1340원선을 넘은 것은 금융위기였던 2009년 이후 이례적이다.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 달러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원·달러 환율이 1400원선을 넘는 것도 멀지 않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국내 수출 위주 기업도 고환율 영향을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최근 공시된 반기보고서를 보면, 삼성전자는 매출의 약 90%, LG전자는 매출의 약 63%가 해외에서 발생했다. 통상적으로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은 달러 강세일 때 제품을 더 비싸게 팔 수 있어 수혜를 얻는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실적발표(컨콜)에서 환차익으로 1조 3천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얻었다고 밝혔다.
특히 삼성전자 매출을 견인하는 반도체는 달러 강세가 매출 상승으로 돌아오는 품목이다. 한국신용평가는 반도체를 조선,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과 함께 원·달러 환율 상승의 긍정 영향을 받는 산업군으로 분류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는 고환율일 때 수출 가격이 올라가니까 비교적 단순한 구조로 매출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제조 기업의 공장이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다른 제품군들은 각국 로컬 통화, 원화, 달러 환율을 복합적으로 계산해야하는 상황이라 단순하게 환차익을 낸다고 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 올 초에도 원재료 가격 올랐는데...달러 강세 속 비용 부담↑
반면 원·달러 환율 상승은 원재료·물류·해외 투자 비용 증가로 이어져 기업 부담으로 돌아온다. 특히 올해 초부터 국제적으로 원재료 가격이 지속 상승하던 터라 악재가 겹친 상황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원자재 가격과 환율 상승 영향으로 올해 국내 제조업 생산 비용이 지난해 보다 11.4%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이러한 생산 비용 상승 영향은 계약 기간, 원자재 비축 규모 등에 따라 달라진다. 한국무역협회는 통상적으로 이 같은 영향이 실제 현장에 발생하기까지 약 5개월이 걸릴 것으로 추정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원재료 매입 비용은 이미 올해 상반기부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기보고서를 보면, 삼성전자의 상반기 원재료 매입 비용은 58조 52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24.6% 늘어났다. 같은 기간 주요 원재료인 모바일 AP 가격은 58%, 카메라 모듈은 10% 상승했다. 이러한 비용 상승에 삼성전자는 그간 거래처, 생산 거점 국가 다양화로 대응해왔다.
LG전자의 상반기 원재료 매입 비용은 20조 6천59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8% 증가했다. 같은 기간 H&A(생활가전) 제품의 주요 원재료인 철강 평균 가격은 20.3%,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제품의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은 20.9% 상승했다. LCD TV 패널 가격은 18.2% 하락했지만, 지난해에 전년 대비 47.5% 상승한 바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에도 외환손익이 영향을 받지 않도록, 거래통화 매칭 등 헷지를 통해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며 "(비용 상승도) 생산지 최적화 전략으로 비용 변화 영향을 최소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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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상승의 영향을 스테그플레이션, 소비 심리 위축 등 복합적인 상황과 함께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강내영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당분간 달러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 상승 속도는 내년 초에나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는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실질 소득이 줄어 소비 심리가 위축되는 등 복합적인 경제 위기 상황이 기업에게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