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와 소송을 앞둔 트위터에 돌발 악재가 등장했다. 보안에 취약할 뿐 아니라 스팸계정을 비롯한 각종 허점을 감추기에 급급했다는 내부 고발이 터져 나온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23일(현지시간) 피터 잣코 전 트위터 보안책임자가 트위터의 개인정보 및 보안 정책을 폭로했다고 보도했다.
잣코는 지난 7월 비영리 법무회사 ‘휘슬블로워 에이드’를 통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법무부, 연방거래위원회(FTC)에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 "트위터, 허위계정 파악할 능력도 생각도 없다"
보도에 따르면 잣코가 제출한 84쪽 분량의 고발장에는 트위터의 각종 보안 허점들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트위터 내부 서버 50만개 가운데 절반 가량이 구식 소프트웨어로 운용되고 있으며, 전체 임직원 컴퓨터 중 4분의 1 이상이 보안 패치 관련 업데이트가 비활성화됐다는 내용도 있다. 또 개인정보에 영향을 끼치는 안전사고도 예상보다 훨씬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번 폭로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허위계정 관련 부분이다. 허위계정 문제는 오는 10월 열리는 일론 머스크와 소송에서 핵심 쟁점이기 때문이다.
잣코는 “트위터 임원들은 트위터 내 허위계정 규모를 파악할 능력이 없을 뿐 아니라, 그럴 생각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트위터 경영진들은 스팸계정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허점을 감추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해 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임원들이 허위계정 실태 파악에 소극적인 이유도 제시했다.
아스테크니카에 따르면 잣코는 “트위터 임원들은 하루 이용자 수가 증가할 경우 보너스를 받도록 계약돼 있다”면서 “그 액수가 최대 1천만 달러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트위터 경영진들은 봇으로 자동 생성되는 스팸계정 삭제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잣코의 주장이다.
이번 폭로는 트위터와 소송을 앞둔 일론 머스크에겐 엄청난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많다. 트위터와 계약 파기를 노리는 머스크로선 “스팸계정을 감추고 있다”는 주장만큼 더 좋은 공격 무기는 없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는 지난 4월 440억 달러에 트위터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인수 금액 주당 54.20달러는 트위터 측에 상당히 좋은 조건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둘 간의 밀월 관계는 그리 오래 계속되지 않았다. 트위터의 스팸계정이 쟁점으로 떠오른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는 “정확한 스팸 계정 비율을 공개하라”고 트위터 경영진을 압박했다.
그러자 파라그 아그라왈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월 트위터가 스팸 이용자를 매일 차단하며 관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스팸계정 비율은 5% 미만 수준이라고 공개했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는 이런 설명을 그냥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트위터의 스팸계정 비율이 5% 이하라는 증거를 제시해달라”고 공개 요구했다.
머스크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계약 종료 의사를 통보해 버렸다. 트위터가 인수 주체에게 성실하게 회사 관련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의무를 저버렸다는 것이 머스크의 주장이다.
결국 트위터 측이 회사법 관련 소송 전문 법원인 델라웨어 법원에 머스크를 제소하면서 법정 공방을 벌이게 됐다. 양측 재판은 오는 10월 17일부터 21일까지 닷새 동안 열릴 예정이다.
재판이 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트위터가 정확한 허위계정 숫자를 제대로 파악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는 폭로가 터져 나온 것. 이에 따라 이번 폭로가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미국 규제당국 조사 진행…의회도 청문회 준비
미국 규제 당국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FTC와 SEC, 법무부는 잣코의 폭로 내용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잣코는 지난 7월 세 기관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의회도 움직이고 있다. 상원 정보위원회는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잣코의 주장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소집했다고 밝혔다.
잣코 측은 이번 폭로와 관련해 일론 머스크와 접촉한 적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머스크 측이 잣코를 재판 증인으로 신청할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머스크 측은 이미 법원에 트위터 전현직 임원들이 작성한 문건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최근에는 트위터 측에 케이본 베익포어가 작성한 문건을“수집, 검토, 제출하라”는 명령을 받아내기도 했다.
베익포어는 하루 방문자 계산을 비롯한 여러 핵심 작업에 깊이 관여한 인물이다. 하지만 베익포어는 지난 5월 해고됐다. 당시 그는 “파라그 아그라왈 최고경영자(CEO)가 내가 맡고 있던 팀을 다른 방향으로 이끌려고 한다고 통보한 뒤 회사를 떠나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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잣코의 이번 폭로는 베익포어가 작성한 문건보다 훨씬 더 강력한 파괴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포스트는 “잣코의 주장은 트위터와 소송을 하려는 머스크에게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