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3사가 5G 중간요금제를 모두 선보였다. 새 정부가 인수위 시절부터 추진한 통신비 관련 정책이 일단락됐다. 통신사들은 요금 매출 감소를 감내하면서 정부 정책 방향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소비자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추가적인 요금제 조정이 이뤄질지가 향후 최대 관심사다.
23일 KT가 중간요금제를 판매하기 시작한 가운데 LG유플러스가 정부에 약관 신고를 마치고 24일부터 새 요금제를 출시한다. 유보신고제에 따라 정부의 심사를 거쳐야 하는 SK텔레콤은 지난 5일부터 중간요금제 가입자 모집을 시작했다.
정치권에서는 중간요금제 논의 초기 여당에서 비판적인 시각이 나왔지만 최근에는 통신사들의 행보에 환영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야당에서는 종합적인 통신비 정책이 마련됐어야 한다는 비판적인 입장이다. 시민 소비자단체에서는 생색내기에 그쳤다면서 데이터 제공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2천원 차이에 7GB 데이터 격차
통신 3사가 내놓은 중간요금제는 월 5만9천원과 6만1천원 등 두 가지로 나뉜다.
가장 먼저 중간요금제를 내놓은 SK텔레콤이 5만9천원에 월 24GB의 데이터를 제공키로 하자 KT와 LG유플러스는 6만1천원에 각각 30GB와 31GB 데이터로 응수했다.
중간요금제 도입 논의는 매달 100GB의 데이터를 사용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월 7만원에 가까운 요금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에서 시작됐다. 5만5천원 요금제 데이터 제공량은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중간 구간의 별도 요금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점을 고려하면 데이터 100GB 이상의 요금제 가입자가 새 요금제로 바꿀 가능성이 가장 크다.
이 경우 SK텔레콤에서는 월 6만9천원 요금제 가입자가 한달 1만원을 덜 내고 5만9천원 요금제를 선택할 전망이다. 두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 차이는 76GB다. KT는 월 6만9천원 110GB 요금제 가임자가 8천원을 아끼고 30GB 요금제로 바꿀 수 있게 됐다.
LG유플러스 가입자의 변동이 가장 큰 폭으로 생길 전망이다. 기존 요금제에서 5만5천원과 7만5천원의 차이가 있던 만큼 6만1천원의 신규 요금제가 월정액 편차를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
중간요금제 출시에 맞춰 새 요금제로 변경을 고려하는 경우 고민할 부분도 있다. 선택약정할인이 아닌 공시지원금으로 기기 할인을 받았을 때 중간요금제로 갈아타면서 위약금을 낼 수도 있다.
공시지원금은 최초 요금제를 6개월 이상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이 기간을 채우지 못했다면 위약금이 발생한다. 중간요금제보다 싼 하위 요금제에서 변경할 경우에는 지원금에 대한 위약금이 발생하지 않는다.
■ 데이터 평균 이용자는 만족할까
중간요금제 첫선을 보인 SK텔레콤은 데이터를 많이 쓰는 상위 1% 이용자를 제외한 99%의 5G 가입자 평균 데이터 이용량 24GB를 고려했다.
KT와 LG유플러스가 선보인 30~31GB는 전체 5G 이용자의 평균 이용량을 웃돈다. 올해 상반기 기준 5G 이용자의 평균적인 월 무선 데이터 이용량은 약 26GB 수준으로 조사됐다.
더 많은 돈을 내고 무제한 요금제를 쓰는 가입자를 제외하고 일반요금제 가입자의 데이터 평균 이용량은 13~14GB 수준이다.
이 점을 고려하면 통신 3사가 선보인 중간요금제 데이터 제공량이 충분해 보이지만, 데이터 이용량 대비 과도한 요금을 내던 소비자에겐 부족한 요금제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시민 소비자단체에서 50GB 데이터 제공량을 요구하는 점도 같은 이유다.
또 일정한 데이터 제공량 단위로 세분화 요금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끊이질 않고 있다. 예컨대 10GB와 100GB 사이에 30GB, 50GB, 70GB 등으로 요금제 선택 폭을 훨씬 더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 중간요금제는 메기가 될 수 있을까
통신 3사가 중간요금제를 선보인 가운데 추가적인 요금제 조정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월정액과 데이터 제공량의 일부 차이를 두면서 실제 가입자 이동이 생긴다면 데이터 제공량을 늘리는 선택이 불가피하다.
5만9천원과 6만1천원으로 제시한 월정액 구간의 변화는 어려워 보인다. 요금 수준을 낮출 경우 곧장 무선매출 감소가 추가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통신 3사의 중간요금제 출시에 따른 추가적 경쟁이 이뤄진다면 데이터 제공량을 늘리는 방식이 유력하다.
관심은 SK텔레콤으로 쏠린다. 상대적으로 싼 요금제를 내놨지만 선택약정할인의 경우 월 1천500원 차이에 경쟁사에서는 데이터 제공량을 25% 이상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KT 역시 같은 값에 데이터 제공량 단 1GB 차이를 둘지 LG유플러스와 같은 데이터 제공량을 내놓을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통신 3사의 요금제 개편 경쟁과 별도로 연내 발표가 예상되는 도매대가 인하에 따라 중간요금제 구간의 알뜰폰 요금제가 출시될 경우 가입자들의 이동이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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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적인 요금제 경쟁과 함께 실제 중간요금제를 통한 통신사의 매출 영향도 주목할 대목이다. 하위 요금제 이용자가 중간요금제로 바꾸는 경우보다 훨씬 더 비싼 상위 요금제 이용자가 중간요금제로 갈아탈 경우의 수가 더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요금매출의 일부 감소는 피하기 어렵다.
다만 통신업계 안팎에서는 5G 중간요금제를 설계하면서 LTE 가입자의 5G 전환을 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 5G 가입자의 요금 선택권을 넓힌다는 명분과 함께 LTE 가입자의 5G 전환을 유도하는 실리를 챙겼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