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일부터 시작되는 정기국회를 앞두고 간호법 제정을 둘러싼 갈등이 재점화되고 있다. 법 제정을 찬성하는 측은 최근 발생한 간호사 사망 사건 등 간호사 처우개선을 더는 기다릴 수 없다는 입장이고 반대 측은 간호사만을 위한 법은 문제가 있다고 반발한다. 시선은 후반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법안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쏠린다.
전반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간호법이 제정돼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국민의힘은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은 아니라는 점을 전제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차를 보였다. 그렇지만 민주당이 간호법의 복지위 통과를 밀어붙이자 당시 강기윤 간사(국민의힘)는 간호법을 법안소위에 재회부 요청을 하는 등 강력 반발했다.
이후 법사위에서 해당 법안의 안건 상정이 이뤄지지 않은 채 전반기 국회가 문을 닫았다. 후반기 법사위원장이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라는 점, 해당 법안이 극심한 직역 간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간호법의 법사위 통과를 낙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변수는 여론이다. 최근 서울아산병원에서 소속 간호사의 사망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비극적인 사건은 간호사 처우개선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불러일으킨 계기가 됐다. 참고로 간호법안에는 간호사 처우개선 관련 법조항이 포함돼 있다.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다. 23일 오전 국내 보건의료 분야 13개 직역단체가 참여하는 ‘간호법저지 13개 단체 보건의료연대’는 출범 소식을 알리고 ‘간호법 철폐’를 공동의 목표로 내세웠다. 이들은 “국회가 간호법 심의를 중단하지 않은 채 이번 정기국회에서 심의하려고 할 경우 400만 각 단체 회원들이 참여하는 총궐기대회를 포함한 강력투쟁에 돌입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정리하면, 대한간호협회는 간호사 처우개선 내용 등이 포함된 간호법안의 처리를 요구하고 있으며, 반대 측은 간호사만을 위한 법의 심의는 문제가 있다고 반발한다.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그으며 각기 다른 여론을 형성하는 탓에 법사위로서는 마냥 법안을 ‘뭉개고’ 있기도, 그렇다고 심의 및 법안 통과를 시키기에도 여론의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오는 10월로 예정된 국정감사에서도 간호법안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아 당분간 관련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앞서 간호법 제정 구도를 두고 찬반으로 갈라선 간호사 대 의사의 구도는 현재 간호사 대 범보건의료 직역의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8개에서 10개 단체로, 다시 13개 단체까지 모인 이유는 이들이 간호법이 타 직역 권익을 침해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13개 단체 보건의료연대 공동상임위원장을 맡은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간호법 저지 및 완전철폐를 목적으로 뭉쳤다”며 “타 직역의 반대를 무릅쓰고 간호사만 위한 법안은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참여하는 13개 단체는 의사협회를 포함해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대한방사선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대한임상병리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 ▲한국재가장기요양기관협회 등이다.
타 직역 권익 침해 주장에 대해 대한간호협회는 “간호법의 간호업무가 현행 의료법 그대로 ‘의사 등 지도 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규정했으며, ‘다른 법률 우선 적용’ 조문과 요양보호사도 모두 삭제해 직역 간 갈등을 해소했다”며 “법사위에 회부된 간호법 대안 어느 조문에서도 타 직역의 업무나 권익을 침해하는 내용이 없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