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와 고물가 등으로 글로벌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재고자산이 1년 전과 비교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비자들이 값비싼 TV와 냉장고 등 가전 기기에 대한 구매를 꺼리면서 타격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삼성전자의 재고자산은 52조922억원으로 지난해 12월(41조3천844억원)보다 10조7천78억원(25.9%) 늘었다. 작년 6월 말(33조5천923억원)과 비교하면 18조4천998억원(55%)이 증가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완성품 재고 자산도 늘었다. 지난 6월 말 완제품 재고 자산은 17조5천741억원으로 작년 12월 말(12조2천805억원)과 비교해 43.1%나 증가했다.
올 6월 LG전자의 재고자산은 9조6천844억원으로 지난해 12월(9조7천540억원)과 비교해 소폭 감소했지만, 1년 전(8조3천274억원)과 비교하면 1조4천265억원(16%)이 늘어났다.
LG전자의 완제품 재고도 1년새 크게 늘었다. 지난해 6월 4조6천534억원에서 올해 6월 5조4천101억원을 기록하며 16.2% 증가했다.
가전 수요가 줄어들자 양사의 공장 가동률도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의 영상기기 공장 가동률은 작년 상반기 77.7%였으나, 올 상반기 74.4%로 줄었다.
작년 상반기와 올해 상반기 LG전자의 가전 공장 가동률은 ▲냉장고 129.4%→122.7% ▲세탁기 108.8%→89.5% ▲에어컨 128.9%→118.3%로 감소했다.
이처럼 양사의 재고 자산이 증가하고, 공장 가동률이 감소한 원인은 생활가전 수요가 줄어든 탓으로 관측된다. TV와 생활가전은 코로나19로 인한 펜트업(억눌렀던 소비가 폭발하는 현상) 효과가 꺾였고,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고금리 현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등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됐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TV 출하량은 2억200만대로 전년 보다 3.8% 감소될 전망이다. 특히 유럽, 미국, 중국 등 3대 TV 수요 지역에서 판매율이 감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LG전자 관계자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소비시장 위축으로 가전제품 재고량을 조정하다 보니 재고자산이 늘어나게 됐다"라며 "이는 전체 가전시장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세트 부분 수요 감소는 재고 자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라며 "가전제품은 부피가 크다 보니 보관하는 비용도 많이 들고, 배를 통해 운송하므로 물류비가 많이 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양사의 가전 사업은 하반기가 더 걱정이다. 최근 원자재, 물류비 인상까지 겹치면서 수익성 악화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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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운반비는 1조8417억원으로 전년 상반기 대비 39.6% 올랐다. LG전자 또한 작년 보다 운반비가 46.6% 증가했다고 밝혔다.
LG전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생활가전(H&A) 사업본부 제품의 주요 원재료인 철의 평균가격은 작년 대비 22% 상승, 레진 평균가격은 작년 대비 20.3% 상승했다. TV 및 AV 부품용 반도체 가격은 2021년은 2020년 대비 2.8% 상승했고, 올 상반기는 작년 대비 42.6%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