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애플 등의 앱마켓 사업자의 앱 내부 결제수단 강제를 두고 정부의 사실조사 절차가 시작되면서 향후 논의 전개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5월부터 시작된 실태점검에 이어 16일부터 사실조사로 전환했다.
위법행위 판단에 따라 전기통신사업법의 금지행위 위반사항을 따지고, 이에 따른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 단계다.
사실조사 대상은 구글, 애플, 원스토어 등 3개 앱마켓 회사다.
■ 아웃링크 배제...특정 결제수단 강제 문제
현재까지 가장 크게 논란이 된 부분은 아웃링크와 같은 앱 개발사의 외부결제를 앱마켓 사업자가 막고 있다는 점이다. 구글의 경우 앱 업데이트 제한을 볼모로 삼아 카카오와 극한 대립에 이르기도 했다.
정부는 기존 ‘자사결제’와 새롭게 도입된 ‘3자결제’ 외에도 ‘외부결제’를 허용하지 않은 점을 법 위반 행위로 보고 있다. 특정 조건에 따라 외부결제는 허용하지 않아 금지행위에 해당한다는 시각이다.
인앱결제 강제를 금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의 입법 취지가 이용자 선택권 확대인 점을 고려할 때, 자사결제와 특정 수수료율의 3자결제 만을 허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이 점을 두고 구글 등은 법 조항의 해석에 따라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현행 법 조항으로 볼 때 3자결제를 허용했기 때문에 법에서 금지하는 자사결제만 강제하는 행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즉, 두 가지 방식의 결제 시스템을 갖췄으니 이용자 선택권을 보장했다는 것이다.
이때 자사결제만 강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법을 준수하고 있다는 주장이고, 정부와 국회에서는 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구글의 경우 자신의 법리적 해석에 따라 새로운 앱마켓 결제 정책을 법 시행 뒤에 예고하고 실제 시행한 만큼 향후 법리적인 다툼이 예상된다.
■ 3자결제도 어렵게 했나
아웃링크 배제 외에 앱마켓 사업자가 3자결제 접근을 어렵게 만들었는지도 핵심 쟁점이다.
30% 수수료율의 자사결제와 구글과 애플이 마치 짠 듯이 동일하게 책정한 26% 수수료율의 3자결제를 두고 이용자의 선택권을 정당하게 보장했는지에 대한 여부다.
실제 26%의 3자결제 이용률이 극히 적다는 게 앱 개발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 문제에서는 애플 앱스토어에서 큰 논란이 일었다. 3자결제의 경우에는 개인정보 보호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문구 등을 내세우면서 표시광고법 등의 위반 소지 논의까지 이어졌다.
전기통신사업법 측면에서는 3자결제에 차별적 조건을 부과했는지, 콘텐츠 이용자나 앱 개발자에 사용 절차를 불편하게 했는지를 따지게 된다.
다만 사실조사 단계에서 구체적 입증이 이뤄져야 하는데 사안에 따라 구글, 애플 등의 글로벌 사업자는 이를 인정하지 않을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특정 결제방식 강제 여부로 법리적인 다툼을 준비하고 있는데 일부 문제만 잘못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 앱 업데이트 거부, 심사 지연도 관심사
인앱결제법 논란이 극에 이르렀던 구글의 카카오톡 업데이트 제한은 사실상 제재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카카오 측이 앱마켓 외부 다운로드 방식을 이용자에 알릴 정도로 업데이트 제한이 명백하게 이뤄졌고, 이 문제로 구글과 카카오는 정부와 논의 자리까지 가지게 됐다.
이 외에도 심사 지연은 헤아릴 수 없도록 많다는 게 모바일 앱 산업 생태계의 중론이다.
최근 텔레그램 CEO가 애플 앱스토어를 상대로 글로벌 이용자 10위 안에 드는 서비스마저 심사 지연의 이유를 듣지 못하는데, 중소 규모의 개발사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헤아릴 수 없다고 일갈키도 했다.
앱 개발자가 적극적으로 피해 신고에 나서면 정부의 사실조사에서 입증이 더욱 쉬워질 수 있지만, 개발자들은 사실상 구글과 애플은 국내 실정법 위에 군림하고 있다고 여기며 서비스 매출에 피해를 입을 것을 두려워하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실제 규모를 갖춘 개발사들도 구글플레이 외에 다른 안드로이드 앱마켓에 게임 앱을 등록할 경우 앱 마켓 내에서 노출이나 광고 등 구글의 마케팅 지원 불이익을 우려하고 있다.
■ 국회가 다시 나설까
인앱결제 강제를 금지하는 법은 입법 과정에서도 순탄치 않았다. 상임위 단계에서 안건조정위원회까지 거치면서 법 개정이 이뤄졌고, 부처 간 소관을 문제로 일부 조항이 법사위 단계에서 조정됐다.
그럼에도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법 개정 의지를 강하게 내비쳐 본회의 통과까지 이뤄졌다는 평가다.
앱 개발자들은 입법 단계뿐만 아니라 시행 단계에서도 국회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정부가 법 위반으로 보는 것과 달리 글로벌 빅테크 회사들이 국회의 의도에 따라 인앱결제법을 따르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만큼 정부의 대응은 물론 국회의 압박이 다시 필요하다는 이유다.
실제 구글과 애플은 입법 저지 로비에 힘을 집중하다가 상임위의 개정안 의결 예고에 꼬리를 내리기도 했다.
시기적으로도 국회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내달 정기국회에 이어 10월 국정감사가 예정됐기 때문에 인앱결제는 국회에서 지속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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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여당인 국민의힘이 상임위 운영에 불협화음을 내고 있지만, 국정감사가 정상적으로 이뤄질 경우 구글과 애플은 감사 증인 출석이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아울러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은 인앱결제 논란에 후반기 원구성을 마치는 대로 구글을 소환해 청문회를 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