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생각을 알아내라"…교보그룹의 변신

[인터뷰] 교보정보통신 권창기 대표

컴퓨팅입력 :2022/08/18 08:18    수정: 2022/08/18 13:19

"보험 산업의 패턴이 바뀌었다. 젊은 세대는 자신에 대한 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로 인해 고객의 자산과 건강을 관리하는 산업으로 변하고 있다. 평생 건강을 관리해주고, 자산을 잘 운용해준다는 신뢰를 고객에게 줘야 한다. 디지털 마케팅이 중요해졌다. 고객의 생각을 파악하는 '고객 센싱' 역량을 가지려면 디지털이 필수고, 보험회사는 데이터 주도형 회사여야 한다."

권창기 교보정보통신 대표는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생명보험업계와 교보그룹에서 추진되는 디지털 전환의 방향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교보생명을 비롯한 교보그룹은 전사적인 디지털 전환을 진행중이다. 그룹 내 각 기업의 본래 비즈니스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데 초점을 맞춰 전략을 수립하고 구체적인 실행을 이어오고 있다.

권창기 교보정보통신 대표

그동안 보험 산업은 은행, 증권, 카드 등 타 금융권에 비해 보수적이고, 변화보다 안정을 추구해왔다. 디지털 전환이 여러 금융권에서 열풍을 일으키는 동안 보험 업계는 상대적으로 조용했다. 그러나 권 대표에 따르면, 최근 1년 사이 보험 업계의 위기감이 매우 높다고 한다. 디지털 기술에서 출발한 빅테크 기업이 금융업에 진출하며 생명보험 회사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보생명도 변화의 필요성을 직시하고 적극적인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의 범위는 한 회사에 국한되지 않고 교보그룹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

권창기 대표는 "교보그룹은 비즈니스의 수익을 지속적으로 창출하면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양손잡이 경영을 추구한다"며 "이런 양손잡이 경영을 통해 기업 문화와 업무 프로세스, 커뮤니케이션 방식, 비즈니스 모델 등 회사 경영 전반을 디지털시대에 맞게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디지털 시대를 맞아 그룹 차원에서 비전 2025를 수립했고, 디지털 전환을 전제로 한 교보 패밀리 기업전략으로 ‘문화와 금융을 리드하는 선도기업’을 슬로건으로 걸었다"며 "교보정보통신은 그룹사의 디지털 혁신을 리딩하고 가이드하는 역할을 하도록 디지털 기술 전문 기업으로 성장 발전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그룹사의 대표 기업인 교보생명은 디지털기술을 접목한 고객경험 기반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보험 비즈니스 프로세스 혁신, 자산운용수익 확대, 오픈이노베이션 기반 디지털생태계 구축 등을 위한 전 부분의 디지털 혁신 가속화를 추진중이다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상품개발, 보험가입 및 심사, 계약관리, 보험금지급심사 등 전 과정에 디지털 전환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많은 보험 계약 관련 업무가 디지털 기술 기반으로 변했다. 복잡한 프로세스를 효율화하기 위해 챗봇, OCR, 인공지능 같은 기술이 동원되고 있다.

이 과정이 그동안 교보생명에서 진행된 디지털 전환 1단계 였다. 2단계로 넘어가야 하는 현재 온오프라인 집객과 디지털 마케팅 역량 강화가 숙제다.

권 대표는 “단순히 고객에게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영업 문화를 벗어나서, 고객의 건강관리와 자산관리에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고객 접점 마케팅으로 고도화해야 한다”며 “고객이 홈페이지에서 무엇을 보는지, 포털에 댓글은 뭐라고 다는지 봐 야 하고, 기존에 사내에 쌓은 데이터도 잘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데이터레이크를 구축해서 정형, 비정형 데이터를 어느 그룹사에서든 언제나 필요한 곳에 잘 쓸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험업은 고객의 생각을 파악하기에 타 산업보다 불리한 입장이다. 소셜 미디어 상에서 생명보험 계약 관련 언급은 적고, 보험 계약은 민감한 정보에 속해 활용하기도 까다롭다. 기존 고객 데이터도 아날로그다. 수십년간 쌓아온 고객의 보험계약 관련 문서 대다수가 종이로 출력돼 회사에 쌓여있다.

권 대표는 “보험사는 일단 고객 가입 시 가족관계, 건강 상태 진단서, 건강검진 결과 등을 제출받는다”며 “매달, 매년 고객의 최신 정보를 받지 못하므로, 교보생명은 마이데이터 사업과 생활형 플랫폼 서비스 같은  부가 서비스로 고객의 생각과 관심사 데이터를 확보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룹 내 교보문고의 경우 커머스 회사이므로 거기서 확보되는 데이터를 홯용할 수도 있다”며 “그룹사에 각자 다른 장르가 있어서 데이터레이크를 두고 공유만 할 수 있다면, 교보문고, 교보증권 등의 가입자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교보정보통신은 이를 위해 아마존웹서비스(AWS) 클라우드 상에 데이터레이크를 구축하고 있다. 보험 비즈니스의 기존 아날로그 데이터인 콜센터, 보험금 청구, 가입 등 정형 및 비정형 데이터를 통합한 곳간이다. 그전까지 각 회사의 현업부서는 데이터 분석을 위해 개인 PC에 전용 프로그램을 설치해 각 EDW를 이용했으나, 클라우드를 도입해 분석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준비 없이 즉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교보그룹은 데이터레이크처럼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토대로 클라우드로 전환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클라우드는 갑작스러운 비즈니스 수요 변화에 비용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목적으로 도입되지만, 이용자 수요 변화 폭이 크지 않은 교보그룹 내 기업들은 비즈니스의 유연성과 신속성 확보를 위해 클라우드로 전환하고 있다 .

교보생명의 경우 금융 마이데이터 서비스인 '피치'를 출시했고, 마이데이터 표준API 클라우드를 도입해 확대했다. 또, 주요 서비스를 클라우드로 전환해 다양한 채널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해  필요한 보험상품 리스크 평가, 모델링과 내부 사업계획 등 의사결정에 활용하고 있다. 중요 워크로드인 데이터 분석 플랫폼 ‘오션’과 실손보험 청구 서비스인 ‘바로(Baro)' 등을 AWS 클라우드로 이관했해 통합 분석, 개발 환경을 구축했다. ‘바로'는 인공지능 학습에 필요한 시스템 데이터 처리 시간을 50% 단축했고, 실시간 처리를 통해 비즈니스 측면에서 보험의 핵심 프로세스인 가입 프로세스의 시간을 단축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디지털 채널은 통합은 기존 여러 개로 흩어져 있는 서비스를 하나의 앱으로 모으는 '원 앱' 전략으로 가고 있다. 해당 프로젝트는 클라우드 기반의 마이크로서비스아키텍처(MSA) 기반으로 구축되며, 데브옵스 환경을 위해 AWS 쿠버네티스 서비스(EKS), 컨테이너 서비스(ECS)를 활용했다.

권 대표는 “클라우드의 중요한 장점 중 하나가 기업의 문화를 바꾸고, 시스템 혁신 시 인프라를 빠르게 확보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좋은 기술을 잘 이해하고 어떻게 현업에서 잘 쓰게 하는지 중요하다고 보고. AWS와 파트너로서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창기 교보정보통신 대표

금융회사의 데이터는 개인정보를 많이 다루는 만큼 보안에 민감하다. 클라우드로 데이터를 분석할 때 적절한 정책이 요구된다. 교보정보통신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전략을 취했다. 민감한 개인정보 데이터는 비식별화 조치를 거쳐 클라우드에 올리고, 그밖에 민감한 정보는 자체 데이터센터의 프라이빗 클라우드에 둔다. 금융회사의 클라우드 활용범위를 기존 비중요 시스템에서 개인신용정보까지 확대하되 금융권 보안 수준 및 관리 감독 체계를 강화하는 정부 규제 흐름에 발맞춰,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할 때 금융보안원에서 제시하는 ‘금융 분야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이용 가이드’에 따르고 있다.

인천 송도에 위치한 데이터센터는 네트워크 및 보안 운영 전문성을 바탕으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전환의 한 축을 이룬다. 쿠버네티스 등 오픈소스 기술을 갖춘 PaaS 솔루션 기업과 파트너십을 준비하고 있다. 일례로 교보문고 차세대 시스템 프로젝트에서 컨테이너 기반의 애플리케이션을 송도의 프라이빗 클라우드 환경에 구축했고, 이와 AWS 클라우드 서비스를 연동하는 하이브리드 환경을 마련했다.

현재 교보정보통신의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운영 인력은 80명 정도다. AWS 관리 인력이 30여명, 프라이빗 클라우드 인력이 50여명이다. 권대표는 2025년까지 관련 인력을 100명 수준까지 늘리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오픈소스 기술 내재화 필요성도 인력 확대의 중요한 판단 근거다.

교보정보통신은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기반 서비스 개발, 진일보한 데이터 분석을 위해 전문 업체인 ‘디플래닉스(Dplanex)’를 설립했다. 디플래닉스는 교보그룹 내 관계사의 데이터를 수집해 그룹 통합 데이터레이크를 구축하고 가치 데이터 발굴·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 중장기 과제로 메타버스 등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에서의 보험 영업 관리, 실무형 과제로 AI 기반 상품 트렌드·리스크 예측과 데이터 중심 고객관리 분야를 우선 연구 분야로 선정하고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교보정보통신도 디지털기술전문회사로 변신을 꾀한다. 내외부 사업 확대를 통한 매출기반 성장과 디지털 신기술을 접목한 사업의 고부가가치화, 미래지향적 신규사업 발굴을 통한 양손잡이 경영을 통해 디지털 기술 전문 기업으로 발전하고자 한다. 대표적으로, 금융 고객사에게 고객 자산관리를 AI 기반으로 서비스하는 로보어드바이저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교보생명, 교보증권, 교보악사자산운용 등 금용 고객사와 함께 AI 알고리즘 기반의 금융 데이터 분석 및 금융 투자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고, 개인화된 자산관리 및 자산운용 성과를 높일 수 있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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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대표는 “인공지능, 블록체인, 시큐리티 등의 기술을 전문화하고, 특히 AI를 회사의 모든 비즈니스의 중심으로 삼아 그룹 고객사 및 외부 고객사들이 만족하는 AI전문기업으로 성장하고자 한다”며 “금융 특화 클라우드는 다른 MSP업체에 비해 교보정보통신의 차별화 영역이므로, 기존 보험 금융 산업에서의 다양한 시스템 구축 경험과 ISMS 등 각종 보안 인증, 심사 경험을 바탕으로 대외 사업을 전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교보그룹은 금융과 문화에 특화된 그룹으로서. 미래 지향적인 회사로 바뀌기 위해 더 노력하고 있다”며 “클라우드를 변화를 위한 레버리지로 적극 활용할 것이고, 교보생명, 교보증권 등 금융특화 기업들과 교보문고 등을 통해 고객들의 문화를 선도하는 교보 패밀리로 성장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