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국정 농단 사건’ 유죄 판결로 취업이 제한됐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15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돼 경영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대형 인수·합병(M&A)에 탄력이 붙을지 주목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 12일 복권이 발표되자 “새롭게 시작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며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청년 일자리를 창출해 경제에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이재용 부회장은 징역 2년 6개월 형이 확정돼 복역하다가 지난해 8월 가석방됐다. 형기는 지난달 끝났지만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5년간 취업이 막힌 상태였다.
정부도 이 부회장이 경제 살리기에 보탬이 되길 기대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만나 “무엇보다 민생과 경제 회복에 중점을 두고 특사를 정했다”고 말했다.
경제계는 이 부회장이 M&A에 통 크게 투자할 것으로 내다보는 편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62%를 차지하는 반도체 경쟁력을 키우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하만 이후 조용했던 대형 M&A 의사결정을 빠르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부회장은 2016년 11월 미국 자동차 전자장치·오디오 회사 하만을 80억 달러(약 10조원)에 사들이기로 직접 계약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회사를 인수한다면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가 유력하다.
이 부회장은 2019년 4월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내놓으며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확실히 1등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생산·연구개발(R&D)에 133조원을 쏟아 붓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1등이지만 비메모리 반도체는 경쟁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듣는다.
독일 인피니언테크놀로지스나 네덜란드 NXP반도체, 영국 Arm 등이 M&A 후보로 꼽힌다. 인피니언과 NXP는 자동차용 마이크로 컨트롤러 유닛(MCU)과 전력 반도체(PMIC),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만든다.
삼성전자는 2017년 차량용 범용 플래시 저장 장치(UFS)를 선보였다. 곧바로 독일 자동차 아우디에 차량용 AP ‘엑시노스 오토’를 공급했다.
Arm은 반도체 설계(팹리스) 회사다. 스마트폰 두뇌로 여겨지는 모바일 AP 설계 핵심 기술을 가졌다.
지난해 초 삼성전자는 3년 안에 의미 있는 M&A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5월 말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32회 삼성호암상 시상식이 끝난 뒤 ‘M&A가 진행 중이라고 보면 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한 부회장은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도 “혼자 걸어가기보다 M&A로 가는 게 빠르다면 이를 택할 것”이라며 “조만간 좋은 소식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분기 말 삼성전자가 가진 현금과 현금성 자산, 단기금융상품 등에서 차입금을 뺀 순현금은 107조8천400억원이다. 5년 만에 2배로 늘었다. 하만을 품에 안고 난 2017년 2분기 말에는 53조8천400억원 들고 있었다.
공급망 경쟁이 삼성전자 M&A 변수가 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반도체가 부족하자 자국 우선주의가 심해졌다. 반도체는 독점을 막는 중요 산업이다. 어느 기업이 시장을 다 가질 수 없게끔 M&A를 추진하는 반도체 회사는 이해관계 있는 나라에서 반독점 심사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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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유럽에서 인피니언이나 NXP를 다른 나라 회사에 매각하라고 허락할 리 없다”며 “지금처럼 반도체가 부족한 마당에 이런 회사를 팔면 유럽 자동차 산업이 어떻게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반도체 회사 몸값이 그만큼 비싸졌다는 뜻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