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경기 지역에 내린 기록적 폭우로 인해 11일 현재 11명이 숨지고 서울 강남 일대가 물에 잠기는 등 큰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일본 도쿄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거대 빗물 저장시설' 사진이 온라인을 통해 공유되며 많은 궁금증을 낳고 있다.
일본 도쿄는 태풍이 잦고 국지성 집중호우가 퍼붓는 경우도 많다. 또 에도(江戸)강, 스미다(隅田)강, 아라(荒)강 등 대형 하천이 도시를 지난다. 그런데도 도쿄의 홍수 피해가 적은 이유는 실제로 사진 속 '거대 시설'이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일까.
사실 이 시설의 정확한 명칭은 '수도권외곽방수로(首都圏外郭放水路)'다. 도쿄와 인접한 북쪽 사이타마현 가스카베시에 있으며 이 지역 하천의 범람이 예상되면 하천의 물을 끌어와 저장했다가 에도강으로 배출하는 목적의 시설이다.
직선거리로 30km 이상 떨어진 도쿄 도심의 홍수 방지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그래도 명실상부 세계 최대크기의 지하 방수로가 분명하다.
특히 사진 속 장소는 이 시설의 상징과도 같은 '조압수조'로, 방수로에 유입된 물의 속도를 완만하게 조절하며 잠시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길이 177m, 폭 78m, 높이 18m에 달하는 조압수조 안에는 수압으로 천장이 뜨는 것을 막기 위한 무게 500t짜리 기둥 59개가 서 있다. 이것이 마치 고대 신전과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 '지하 신전'이라는 별명으로 더 많이 불리기도 한다.
수도권외곽방수로는 지하 50m에 위치한 직경 30m, 깊이 70m의 거대한 물 저장소 5개가 지름 10m, 6.4km 길이의 터널로 연결된 형태다.
폭우로 하천 수위가 올라가면 유입시설을 통해 들어온 물이 터널을 타고 물 저장소를 거쳐 조압수조에 모인다. 이후 수조의 수위가 10m를 넘으면 초대형 펌프 4대가 에도강으로 물을 퍼내는 방식이다.
국토교통성 소속 에도강 하천사무소에 따르면 이 펌프를 모두 가동할 경우 길이 25m 수영장 1개 분량의 물을 1초 만에 배수할 수 있다.
이 지역은 접시 모양으로 물이 고이기 쉬운 지형인데다 주변이 대형하천으로 둘러싸여 과거부터 범람으로 인한 피해가 컸다.
도쿄 외곽 지역의 신도시화로 인구가 늘며 이에 따른 홍수 피해도 커지자 일본 정부는 우리 돈으로 2조3000억원을 들여 14년간 공사를 진행한 끝에 2009년 수도권외곽방수로를 완공했다.
당국에 따르면 수도권외곽방수로는 2백 년에 한 번 오는 폭우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총 67만t의 물을 한 번에 저장할 수 있다.
◆도쿄 시내에선 지하 터널식 저류시설이 활약 중
그렇다면 도쿄 외곽이 아닌 도심 지역의 홍수는 어떤 방법으로 예방하고 있을까.
도쿄도는 20개가 넘는 유수지와 박스형 저류시설 외에도 지하터널 형태의 저류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도쿄 시내 순환도로인 환상 7호선 아래 있는 도쿄 간다가와(川)-환상 7호선 지하 저류시설이다.
지하 40m 깊이에 길이 4.5㎞, 지름 12.5m 크기로 만들어진 이 터널은 54만t의 물을 임시로 저장할 수 있다. 2020년 5월 완공된 서울 목동지하배수터널도 이 터널을 참고해 만들어졌다.
터널의 효과는 뚜렷하다. 1993년 8월 27일 내린 폭우로 침수된 가옥이 3,117채였던 것이 사업 1단계 완공 후인 2004년 10월 9일 비슷한 양의 폭우가 내렸을 때는 46채로 크게 줄었다.
도쿄도 건설국에 따르면 현재 도쿄에는 이러한 지하 터널식 저류시설이 총 3군데 있으며 저수량은 총 88만7000t에 달한다. 도쿄도는 이 밖에도 저수량 68만t 규모의 터널식 저류시설 1개를 추가로 건설 중이다
한편 오세훈 서울시장은 10일 '집중호우로부터 안전한 서울시를 만들겠습니다'라는 입장문을 내고 향후 10년간 1조5000억원을 투자해 지난 2011년 이후 중단됐던 6개 상습 침수지역 내 '대심도 빗물 터널' 건설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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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시장은 "1단계로 이번 침수피해가 컸던 강남역 일대와 도림천, 광화문 지역에 대해 2027년까지 시설 건설을 완료하도록 할 것"이라며 "2단계 사업은 동작구 사당동, 강동구, 용산구 일대를 대상으로 관련 연계 사업과 도시개발 진행에 맞춰 2030년까지 순차적으로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