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부터 7월까지 3개월 연속 중국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진 가운데 그 원인으로 ‘중간재 수입 증가, 공급망 재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발효’가 꼽혔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는 9일 ‘최근 대중 무역적자 원인과 대응 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최근 대중 무역적자는 배터리·반도체 등 중간재 무역수지 악화, 평판디스플레이(LCD) 등 디스플레이 생산 감소, RCEP에 따른 관세 인하 등 복합적 요인들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 원자재·중간재 수입 급증…이차전지 원료 등 갑절 늘어
대중 무역수지 악화에 영향을 미친 원자재·중간재 품목으로는 이차전지 원료로 사용하는 ‘기타정밀화학원료’의 대중국 수입액은 지난해 상반기 38억3천만 달러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72억5천만 달러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배터리 중간재인 ‘기타축전지’ 수입액도 작년 상반기 11억1천만 달러에서 올해 상반기 21억8천만 달러로 늘어났다.
가전 관련 품목은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감소했다. ‘기타무선통신기기부품’은 같은 기간 수출액은 18억2천만 달러에서 1억8천만 달러로 약 90% 감소했고, 수입액은 7억3천만 달러에서 3억1천만 달러로 57% 감소했다. ‘기타컴퓨터부품’ 수입액은 5억1천만 달러에서 4억5천만 달러로 다소 감소한 반면에, 수출액은 7억3천만 달러에서 1억5천만 달러로 79% 감소했다. 대한상의는 이같은 현상을 중국 경기 악화로 인한 소비감소 영향으로 분석했다.
수출과 수입에서 각각 약 20%, 1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무역수지는 올 상반기에 143억4천만 달러로 흑자를 기록했지만, ‘기타집적회로반도체’는 같은 기간 6천만 달러 흑자에서 9천만 달러 적자로 돌아서면서 무역수지에서 1억5천만 달러 감소했다. 수입액은 6억9천만 달러에서 11억1천만 달러로 증가했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국제협력실장은 “중국의 세계 교역 수치는 크게 변동이 없으나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내 봉쇄조치로 한국 교역에서 가전 등 소비재 교역이 급감하고 있다”며 “이번 무역적자는 한국으로부터 중간재 수입은 줄고, 중국의 대 한국 중간재 수출이 늘어나는 데 따른 산업구조 변화가 양국 교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 공급망 재편 따른 LCD·휴대용컴퓨터 수입 대폭 증가
대중 무역적자는 디스플레이 등 산업 구조가 중국 중심으로 재편되는 영향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저가공세로 인해 한국에서는 사업을 줄이고 있는 LCD 품목은 2022년 상반기 수입이 전년도의 4억5천만 달러에서 12억9천만 달러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무역수지도 17억4천만 달러에서 8억3천만 달러로 감소해 대중 무역적자에 영향을 끼쳤다.
상반기 ‘휴대용 컴퓨터’ 대중 수출은 400만 달러에 불과한데 반해, 중국에서 들여오는 수입액은 올 상반기 19억3천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억 달러 가량 늘었다.
김동수 산업연구원 해외산업실장은 “중국 기업들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저가공세를 강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면서 “국제정치적 위험 요인이 늘어나는 만큼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로테크 부분에서의 협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RCEP 특혜관세 품목 수입증가…배터리 핵심 소재 비중 확대
지난 2월 1일 발효된 RCEP도 대중 무역적자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RCEP 발효로 양허 상품 품목 가운데 배터리 핵심 소재인 ‘산화리튬’과 ‘수산화리튬’ 상반기 수입액이 11억7천만 달러를 기록, 지난해 수입액 5억6천만 달러 보다 갑절 가까이 늘어났다. 역대 최대 수입액이다.
특히, 대중 무역적자가 발생한 기간 가운데 5월 수입액은 2억9만 달러, 6월 수입액은 4억8천만 달러였다. 각각 5월과 6월 전체 무역적자액의 26.9%, 40.3%에 이른다. 산화리튬과 수산화리튬 관세율은 기준세율 5.5%에서 RCEP 발효 후 0%로 낮아졌다.
보고서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은 양국 수출과 수입에 이익 균형점이 잘 맞았던 반면에 RCEP은 원자재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등에 맞물려 단기간에 수입이 늘어난 결과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 전망=단기적으로 적자 지속·장기적으로 중간재 다변화 어려우면 적자 악화
최근 중국경제 급락으로 우리의 대중 수출도 감소세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은행 등 국제기관 뿐 아니라, 주요 투자은행(IB)의 평균 전망치를 보면 전반적으로 하반기 소폭 경기회복을 전망하고 있다. 대중 수출도 소폭 회복세로 돌아선다면 대중 무역적자도 다소 개선될 전망이다.
다만, 대중 무역적자 양상이 단기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 도시 봉쇄 등 공급망 취약성뿐만 아니라, RCEP 특혜 관세 영향에 따른 수입 증대로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도 상존한다. 보고서는 장기적으로 중간재 공급망 다변화, 물가 안정, FTA 활용도 제고가 어렵다면 중국 산업경쟁력 상승과 더불어 교역구조는 더욱 악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 정책 과제=한중 FTA 업그레이드·공급망 취약성 개선·한중 협력 채널 확대·기술경쟁력 강화 지원
보고서는 신속한 한중 FTA 업그레이드 추진을 꼽았다. RCEP 채널 활용과 함께 한중 기업 간 협력플랫폼 구축을 이른 시일 안에 추진해 실질적 한중 협력채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급망 취약성 개선을 위해서는 한중 첨단기술 품목의 교역 규제 완화를 제안하는 한편, 취약 원자재 확보를 위한 지원 확대도 강조했다. 중국에 편중된 중간재 수출 다변화 전략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 중국 수출 감소…산업장관 "8월 대책 마련"2022.07.22
- 6월 수출 5.4% 증가한 577억달러…무역수지는 적자2022.07.01
- 하반기부터 무역적자 축소 전망…완만한 유가 하락세2022.05.30
- 산업부, 러시아·우크라·중국 등 수출입 점검2022.05.02
보고서는 앞으로 우리의 경쟁력 약화로 인한 중간재 수입 확대 구조를 방지하기 위한 기술경쟁력 강화를 핵심 과제로 꼽았다. 첨단 제조 기업 금융지원 확대는 물론, 미래 광물 자원 확보와 개발 관련 연구개발(R&D) 지원 확대 방안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성우 대한상의 국제통상본부장은 “대중 무역적자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반도체·배터리 소재 등은 중국산 제품이 가성비가 뛰어나 공급처를 다각화하는 게 쉽지 않다”면서 “글로벌 경기 둔화나 국제정치적 요인으로 대중 교역구조 변화가 쉽지 않은 만큼 한중 FTA 업그레이드나 RCEP 활용을 강화하고, 수입 다각화와 기술력 확보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