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병원, 의사 부족해 간호사 사망?…또 다시 '의·정 갈등' 조짐

생활입력 :2022/08/05 10:14    수정: 2022/08/05 10:15

온라인이슈팀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근무중 뇌출혈로 쓰러진 뒤 수술을 받지 못해 다른 병원으로 이송돼 숨진 사건이 자칫 제2의 의-정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사건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의사인력 부족 문제가 다시 거론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의료계 내부적으로는 정부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 의사인력 확대에 나설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송파보건소와 함께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손영래 복지부 대변인은 3일 브리핑에서 "사실 관계를 조사할 예정이며, 조사 후 개선사항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아산병원.© 뉴스1

■ 근무중 간호사 두통 호소하다 쓰러져…"국내 최대 병원인데"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7월 24일 새벽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하던 30대 간호사 A씨는 극심한 두통을 호소하다 쓰러져 응급실로 이송돼 뇌출혈 진단을 받았다.

병원은 응급처치는 했지만, 위중한 상태인 A씨를 수술할 신경외과 전문의가 없었다. A씨는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이번 사례는 '클립핑'이라는 수술이 필요했을 것으로 알려진다. 이 수술은 개두술(두개를 절개하고 뇌를 드러내서 하는 수술)로 이뤄진다.

서울아산병원에 클립핑 수술을 할 수 있던 뇌혈관외과 교수는 2명뿐이다. 공교롭게도 1명은 해외연수를, 다른 1명은 지방 출장을 간 상황이었다. 특히 서울아산병원은 국내 최대 규모 의료기관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건의 충격이 컸다.

■ 낮은 의료수가·의사 부족 거론…의사단체 "인력 지금도 충분"

이번 사고가 발생한 원인으로 낮은 의료수가(의료 서비스 대가)가 꼽히고 있다. 힘든 수술을 해도 건강보험에서 적정한 보상을 받지 못해 뇌혈관수술 전문의로 활동하는 의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의사인력 부족이 꼽히는데, 정부가 병원 현장조사 이후 해법에 의사인력을 확대하는 방안이 포함될 경우 의사단체가 강력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의사인력을 늘리려면 의과대학을 신설하거나 기존 정원을 확대해야 하는데, 의사단체가 가장 반대하는 사안이다. 인력 확대를 찬성하는 그룹은 의대생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사단체는 의료수가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아무런 효과가 없는 정책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아무리 많은 의대생을 뽑아도 의료수가가 낮으면 위험도가 높고 처우는 열악한 뇌혈관수술 같은 진료과에 지원하길 기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지난 3일 발표한 성명에서 "국내 신경외과 의사는 인구에 비해 적은 편이 아니다"라며 "상당수 신경외과 의사가 뇌출혈 분야를 외면하고 있으며, 그마저도 중재적 시술에 더 선호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울아산병원에서 클립핑 수술을 시행할 수 있는 의사 2명 중 1명이 해외연수를 가면 의사를 추가로 채용했어야 한다"며 "하지만 지원자가 없어 채용을 못한다고 병원에서 항변하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의협 관계자는 "이번 사안이 의사인력 부족으로 원인을 찾는다면 잘못된 해석"이라며 "지금도 충분한 신경외과의사가 뇌출혈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가 관련 단체와 협의 없이 또다시 의사인력 확대를 거론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 정부, 2020년 의사국시 거부 사태로 홍역…재연될까 주목

정부는 공공 의과대학을 통해 의사인력을 추가 배출하는 방안에 주목하고 있지만, 의사단체 반발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아직 코로나19가 유행하는 상황에서, 의사단체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지난 2020년 7월 23일 더불어민주당과 당정협의를 통해 2022년부터 향후 10년간 의대 정원을 총 4000명 늘리고, 그중 3000명을 지역 의료인력으로 양성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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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내 의사 인력 부족과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현재 3058명인 의대 정원에서 총 4000명을 추가로 양성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발표 이후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 등 의사단체들이 집단 반발했고, 의대생들이 의사 국가시험(이하 의사국시) 응시를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지자 정부는 결국 추후 논의하기로 물러선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