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1659명 보유한 서울아산병원, 근무 중 간호사 뇌출혈 사망 막지 못해

뇌출혈 담당 교수 3명, 응급수술은 2명 가능…간호계 "병원, 책임 있는 입장 표명 없어" 철저한 진상조사 요구

헬스케어입력 :2022/08/03 15:28    수정: 2022/08/03 15:58

서울아산병원의 한 간호사가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져 사망한 사건을 놓고 병원의 책임을 따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7월24일 서울아산병원 한 간호사는 근무 중 두통으로 호소하며 응급실에 찾았다. 병원 측은 광범위한 중증 뇌출혈이 발생해 중재시술로 출혈 부위를 막기 위한 응급조치를 시도했지만 출혈 부위가 커 외과적 시도를 해보려 했으나 담당 교수는 휴가중이었다. 이에 병원측은 해당 교수가 병원에 오는 시간보다 이송 시간이 빠르겠다는 판단에 신속한 치료를 위해 서울대병원으로 이송했지만 간호사는 결국 사망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제공하는 병원정보에 따르면 재단법인아산사회복지재단 서울아산병원에는 신경과 의사 39명, 신경외과 27명 등 관련 의사가 66명에 달한다. 여기에 응급의학과 의사 18명이 있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뇌출혈 치료 의사가 신경외과에 있는데 세부 전공이 다 다르다. 병원에 뇌출혈을 담당하는 교수가 총 3명이 있는데 두명은 외과적인 치료, 한 명은 중재시술을 한다”며 “(당시) 외과적인 치료를 할 수 있는 분들은 올 수 없는 상황이었고, 중재시술 신경외과 교수가 있어 치료 노력을 했지만 너무 심각한 상태의 뇌출혈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함께 일했던 동료이자 직원이 회복하지 못해서 너무 안타깝다. 병원 내에서 응급 치료를 위한 색전술 등 다양한 의학적 시도를 했지만 불가피하게 전원 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응급시스템을 재점검해 직원과 환자 안전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이번 사건에 대해 간호계는 병원의 책임 있는 입장표명이 없다며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간호와 돌봄을 바꾸는 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은 2일 ‘근무 중 간호사 사망, 서울아산병원을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하라’는 입장문을 통해 강력 비난했다.

시민행동은 “서울아산병원에서 간호사가 근무 중에 뇌출혈로 쓰러졌는데 수술할 의사가 없어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었다가 사망했다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뇌졸중 적정성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인 1등급을 받은 국내 최대 규모의 상급종합병원임에도 서울아산병원은 골든타임에 생사여부가 달려있는 뇌출혈에 대해 치료를 하지 못하고,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다 골든타임을 놓쳐 간호사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사건이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의 안전 및 보건을 확보하도록 경영책임자에게 의무를 부과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명백히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병원의 책임은 결단코 묵과할 수 없으며, 정부는 어떤 이유로 뇌출혈로 쓰러진 간호사를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여 사망에 이르게 되었는지에 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철저한 조사를 통해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민행동은 “뇌졸중 적정성평가 1등급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간호사가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어 사망에 이르게 한 서울아산병원을 국민들이 어찌 신뢰할 수 있나. 만일 일반 환자들이 뇌출혈로 그 시간에 응급실에 방문했다면 모두 다른 병원으로 이송했다는 것인지 대한민국 최대 병원의 응급환자 대처 수준이 이렇다면 의료체계에 심각한 구멍이 있는 것은 아닌가”라며 우려했다.

대한간호협회도 “고인의 갑작스런 사망소식에 대한 공식적이고 책임있는 입장 표명이 없어 여러 의혹과 주장들이 있는 것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면서 “서울아산병원은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사실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이번 간호사 사망 사고는 우리나라 의사 부족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워 준 예견된 중대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도 이번 사망 사건에 대한 조사와 병원 차원의 대책 마련이 잘 이루어지는지 철저히 감독하고, 기관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근본적인 원인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3일 보건의료노조는 “2700여 병상 규모의 상급종합병원인 서울아산병원에서조차 긴급수술을 할 의료진이 없어 타 병원으로 이송해야 했다는 사실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9차 급성기 뇌졸중 적정성 평가에서 1등급을 받았음에도 수술할 의사가 없어 골든타임을 놓친다는 것은 매우 비극적일 수밖에 없다. 의사인력 부족으로 국내 최고의 상급종합병원에서조차 원내 직원의 응급수술조차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확인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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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병원은 해당 시간에 의사가 없었던 이유와 전원에 걸린 시간 등 자세한 사망 경위 등을 조사해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또한, 당일 의사가 없어 의료공백이 발생한 것과 관련하여 규정과 원칙을 위반한 점이 없었는지, 불필요하게 이송 시간이 지체된 점이 있다면 그 사유를 원인을 꼼꼼히 밝혀야 한다”며 진상규명과 대책 마련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서울아산병원에 근무했던 간호사 죽음은 이번만이 아니다. 2018년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는데 업무상 사유에 의한 사망으로 산업재해 판정이 내려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