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대만 방문에 반도체 주가 동반하락…왜?

"중국과 긴장 땐 공급망 차질" 우려…TSMC에 시선 집중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2/08/03 14:19    수정: 2022/08/05 10:22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이 반도체 시장에도 만만찮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앞두고 주요 반도체 관련 기업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고 포천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펠로시의 대만 방문 소식이 알려진 2일 TSMC를 비롯한 반도체 관련주들이 동반 하락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TSMC는 이날 주가가 2.4% 떨어졌다. 또 다른 대만 반도체업체 유나이티드 일렉트로닉스와 미디어텍 주가 역시 각각 3%와 1.6% 하락했다. 미국 반도체업체인 인텔 주가도 1.5% 떨어졌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오른쪽에서 4번째)이 대만 타이베이 쑹산공항에 착륙한 뒤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펠로시 공식 트위터)

■ 펠로시, TSMC 회장 회동 땐 미국 '반도체칩과 과학법' 협조 부탁할 듯  

2일 밤 대만에 도착한 펠로시는 바쁜 일정을 보냈다. 특히 3일 11시37분께 차이잉원 총통과 만나 대만에 대한 강한 지지를 나타냈다.

펠로시의 이런 행보에 대해 ‘하나의 중국’을 표방하고 있는 중국은 강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특히 펠로시는 대만 방문 중 마크 리우 TSMC 회장과 회동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쏠리고 있다.

펠로시는 TSMC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미국 상하원을 통과한 ‘반도체 칩과 과학법’에 대해 설명하고 협력을 요청할 것으로 외신들은 전망했다.

사진=TSMC

‘반도체 칩과 과학법’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내 생산 시설을 확충할 때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반도체산업 육성법이다.

문제는 이 법에 따라 미국 연방의 지원을 받을 경우 10년 간 중국에 선진 반도체 생산시설을 확충하는 것이 금지된다는 점이다. 펠로시 의장은 TSMC 회장과의 회동에서도 이런 부분에 대해 설명하고 협조를 구할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중국이 펠로시의 대만 방문에 강한 불쾌감을 나타낸 것은 지정학적 긴장관계 뿐 아니라 세계 반도체 공급 전쟁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 시장에서 정면 충돌할 경우 관련업체들의 행보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뒤따를 수도 있다. 특히 TSMC 같은 대만 기업들은 2차 피해를 받을 수 있다.

펠로시 의장의 민감한 대만 방문 소식에 반도체 주가가 일제히 하락한 것은 이런 상황과 관련이 있다고 포천이 분석했다.

■ 네덜란드 ASML과 손잡은 TSMC, 대중 긴장 고조 땐 생산차질 불가피 

포천은 특히 미중 긴장관계가 고조되고 중국이 대만에 대한 무력 행사에 나설 조짐이 보일 경우엔 TSMC는 직접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TSMC는 네덜란드 회사 ASML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ASML 인력들은 TSMC의 최신 반도체 칩 생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과의 긴장관계가 고조될 경우 ASML 핵심 인력들이 대만 밖으로 철수할 가능성도 있다고 포천이 전했다. ASML 인력이 빠지게 되면 TSMC의 차세대 반도체 칩 생산 차질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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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낸시 펠로시의 대만 방문은 가뜩이나 불편했던 미국과 중국 간의 관계에 대못을 박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올 가을 열리는 당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진핑 주석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진핑은 3연임 확정을 앞두고 대만 문제와 관련해선 강경한 이미지를 보여주려 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