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 6시간 된 돼지 세포 기능 되살리기 성공

미 예일대 연구진, 네이처에 공개...장기 이식 수술 효과 높일 듯

과학입력 :2022/08/04 00:00    수정: 2022/08/04 13:20

죽은 지 몇 시간이 지난 돼지의 혈액 순환관 일부 장기 세포 기능을 되살리는 연구가 성공을 거뒀다.

사후 곧바로 신경과 세포 기능의 정지가 찾아오고, 이는 되돌릴 수 없다는 통념과 배치되는 결과다. 장기 기증과 이식 수술의 효과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예일대 의대 연구진은 특수 제작된 세포 보호 약물과 자체 개발 장비 등을 활용해 죽은 돼지의 혈액 순환과 세포 기능을 복원했다.

이 연구 결과는 3일(현지시간) 학술지 '네이처'에 공개됐다.

■ 죽은지 수 시간 지난 돼지 장기 기능 회복

보통 심장이 멎으면 혈관이 수축되고 혈액 순환이 중단돼 산소 공급이 끊기며, 곧바로 세포와 장기가 파괴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연구진은 모든 세포가 바로 죽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활용, 세포의 죽음 과정에 개입해 일부 기능을 되살리는데 성공했다.

예일대 연구진은 심장이나 폐 수술에 쓰이는 인공 심폐장비와 비슷한 '오건Ex(OrganEx)'라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또 돼지의 세포 상태를 개선하고 염증을 막는 성분이 포함된 용액도 만들었다.

심장 마비를 일으킨지 한 시간 지난 돼지에 오건Ex 처치를 하고 6시간이 지나자 심장과 간, 신장 등 주요 장기에서 세포 기능 활성화가 나타났다. 심장에 전기 활동이 일어나 수축 작용이 가능해지는 등 일부 장기 기능이 복원되기도 했다. 체내 전반에 혈액 순환도 되살렸다.

■ 장기이식 치료에 기여 

또 돼지를 마비 상태에서 처치했음에도 머리와 목에서 저절로 급작스럽게 나타나는 근육 움직임이 관찰됐다. 이는 동작과 관련된 기능이 일부 남아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 연구는 향후 장기 기증이나 장기 이식에 적용될 수 있으리란 기대다. 환자 장기의 상태를 개선하고, 기증받은 장기의 활용 시간을 늘일 수 있다.

또 심장마비 등으로 조직에 혈액 공급이 줄어드는 허혈 증상에도 대응할 수 있다.

■ 3년 전엔 죽은 돼지 뇌 기능도 되살려

이들 예일대 연구진은 2019년 죽은 돼지의 뇌 세포 기능을 일부 회복시키는데 성공한 바 있다. 이번 연구는 당시 연구를 다른 장기로 확장한 결과다.

사후 10시간이 지난 돼지의 뇌(왼쪽)와 예일대 연구진이 개발한 브레인Ex 기술로 처치한 뇌(오른쪽) (자료=예일대)

연구를 주도한 네다드 세스탄 예일대 교수는 "혈액 공급 문제에 가장 민감한 뇌의 기능도 사후 일부 되살릴 수 있다면, 다른 이식 가능한 장기에도 비슷한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당시 연구진은 도축장에서 죽은 돼지의 뇌를 가져와 '브레인Ex(BrainEx)'라는 시스템과 특수 화학 약품으로 처리, 사후 4시간이 지난 상태에서 일부 세포 기능의 회복을 확인했다. 브레인Ex는 이번 오건Ex 개발의 기반이 됐다. 

이 연구는 민감한 포유류 동물 뇌의 사후 혈액 순환과 세포 기능 회복 능력을 재평가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뇌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 나타나는 전기 신호 등은 나타나지 않았다. 의식이나 인지 기능이 돌아왔다는 증거는 없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번 전체 장기에 대한 연구에서도 뇌 세포가 일부 작동했으나, 의식 관련 활동은 없었다.

당시 연구진은 이 연구가 뇌신경 장애 연구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진은 엄격한 윤리 기준에 맞춰 연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예일대는 "향후 관련 연구, 특히 뇌에 대한 연구에 대해 세심하게 감독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