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동영상 서비스는 '액체 미디어'…규제 시각 변해야"

인기협 굿인터넷클럽서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정책 개선 토론

인터넷입력 :2022/07/28 15:36    수정: 2022/07/28 18:39

급변하는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시장 환경에 맞춰,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정부 규제 방향과 그간 인식해 온 시각 등이 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28일 서울 서초구 대회의실에서 ‘제79회 굿인터넷클럽’ 정기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행사는 문철수 한신대학교 교수가 진행을 맡았으며, 박성순 배재대 교수,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교수, 이광용 네이버 정책전략이사, 노동환 콘텐츠웨이브 정책협력팀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국제망 확충해 경쟁력 제고해야"

28일 서울 서초구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79회 굿인터넷클럽’에서 이광용 네이버 정책전략이사가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먼저 박성순 교수는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 망 사용료 분쟁 사례를 들며, 서둘러 국제망을 확충해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글로벌 시장에선 상호접속에 있어, 비슷한 규모의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들은 상호 무정산(피어링) 방식을 취하고 있다. 체급차가 있는 사업자 사이엔 대가를 지불(트랜짓)하는 시스템이다. 가령 국제적으로 2계위 망 사업자인 KT가 미국 버라이즌(1계위 사업자)과 상호접속이 필요하다면 별도 비용을 내야 하는 구조다. 

단, 국내에선 피어링 속성에 어긋난 트랜짓 성격의 상호접속고시를 시행하고 있다. 넷플릭스 망 이용료 갈등도 이 때문. SK브로드밴드의 경우 상호접속고시에 따라 넷플릭스가 이용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서 패소, 현재 2심이 진행되고 있다.

박 교수는 “지금 상태로 가면, 한국 기업이 해외망에서 데이터를 가져올 때마다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라며 “네이버, 카카오 등 인터넷 기업들이 해외 진출 시동을 걸었는데 (망 사용료 관련해)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말로 상위 계위 사업자로서 우위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제망 확보를 통해, 세계적인 수준의 네트워크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면서 “사업자는 물론, 정부의 외교적인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는 '액체 미디어'…용어 재개념화 必"  

기존 규제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단 분석도 나왔다. 이성민 방통대 교수는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는 고정되지 않고, 항상 변한다는 게 특징점”이라며 이를 ‘액체 미디어’로 규정했다. 전통적으로 정형화한 형태의 ‘고체 미디어’ 관점에서 현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를 바라봐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사업자들 간 자율적으로 질서를 규정하고, 정부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조정해주는 중재자로 역할 해야 한다”며 “동영상 서비스 고유성을 유지할 수 있는 규제와 틀은 이어가는 동시에, 시대에 맞지 않은 불필요한 규제를 식별하는 작업도 함께해야 한다”면서 규제에 대한 시각 변화를 수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광용 네이버 정책전략 이사는 “정부가 인터넷 기업들을 대상으로 지원책을 마련하면, 자연스레 규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에선 사업자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다고 하지만, 시간적 여유 없이 서두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정부와 시장(사업자들) 간 신뢰 관계를 형성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 이사는 월드컵, 올림픽 등 국민적 관심이 따르는 스포츠 경기 방송권을 사들여, 시청자에게 서비스해야 한다는 '보편적 시청권'을 예로,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역시 이에 부합하도록 정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관련기사

이와 맞물려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를 다시 정의해야 한단 필요성이 제시됐다. 노동환 콘텐츠웨이브 정책협력팀장은 “(인터넷 동영상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는 실정”이라며 실행력 있는 정책 운용을 위해선, 용어에 대한 재개념화가 요구된다고 했다.

박성순 교수도 “방송, 미디어, 통신, 인터넷 등 용어 개념을 다시 정립해야 한다”면서 “재개념화가 안 되면, 글로벌 사업자들은 성장하고 우리나라 사업자들은 정체되는 문제가 반복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