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들의 연합이 가속화되고 있다. 티빙이 내부에 파라마운트+ 브랜드관을 탑재하고, 시즌 운영사인 KT스튜디오지니와 손잡은 데 이어 웨이브 내부에서도 HBO맥스 오리지널 콘텐츠들을 볼 수 있게 됐다.
웨이브 운영사인 콘텐츠웨이브는 28일 HBO와 대규모 콘텐츠 독점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을 통해 웨이브에서 HBO의 인기 시리즈는 물론 HBO 오리지널 콘텐츠, HBO맥스의 오리지널 콘텐츠까지 볼 수 있게 됐다.
업계에서는 OTT 기업들이 시청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서로 연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코로나19 엔데믹이 다가오는 가운데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 웨이브, HBO맥스 오리지널로 경쟁력 강화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6월 웨이브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424만명으로 국내 OTT 가운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콘텐츠웨이브는 콘텐츠 수급과 투자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1위 자리를 공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HBO와의 동맹도 그 중 하나다.
워너미디어는 지난해 10월 링크드인에 채용 공고를 올리고 HBO맥스 한국지사에서 근무할 직원을 모집했다. HBO맥스 런칭과 함께 선보일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인 '멘탈리스트' 촬영을 마쳤으며, HBO맥스 오리지널 콘텐츠 일부에 대한 등급분류도 신청했다.
다만 워너미디어는 코로나19 엔데믹과 OTT 경쟁 심화 등으로 콘텐츠웨이브의 손을 잡고 국내에 진출하는 것으로 경로를 바꿨다. 지난해 7월 워너미디어는 콘텐츠웨이브와 주요 콘텐츠에 대한 1년 독점 계약을 체결했었다. 이번 계약은 기존에 공급하던 HBO 콘텐츠들 외에도 HBO맥스 콘텐츠를 추가하는 방식이다.
콘텐츠웨이브는 이번 계약으로 '레이즈드 바이 울브스', '피스메이커', '프리티 리틀 라이어스: 원죄' 등 인기작을 대거 독점으로 유치했다. 특히 '왕좌의 게임' 프리퀄인 '하우스 오브 드래곤' 등으로 해외시리즈 팬들을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콘텐츠 수급과 투자를 강화하기 위해 이태현 대표 직속으로 전략·수급·투자 조직도 개편했다. 이 대표가 직접 콘텐츠 전략 전반을 진두지휘하며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린다. 콘텐츠웨이브 관계자는 "대표가 실무 부서를 직접 챙기는 만큼 더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며 "해외 주요작들과 계속해서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 티빙, 파라마운트+와 시즌 품었다
티빙은 파라마운트·KT스튜디오지니와 손을 잡았다. 지난 6월 티빙 내부에 파라마운트+ 브랜드관을 오픈한 데 이어 오는 12월에는 시즌과 합병한다. 티빙은 두 회사와의 연합으로 국내 OTT 1위 사업자로 올라갈 수 있다고 자신한다.
티빙은 앱 내부에 파라마운트+ 브랜드관을 탑재하는 건 물론 콘텐츠 공동제작과 라이센싱, 유통 업무를 함께 한다. 오리지널 콘텐츠 '욘더'를 시작으로 향후 2년간 7편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함께 제작하고 티빙의 오리지널 콘텐츠의 글로벌 진출 분야에서도 협력할 계획이다.
우선 티빙은 파라마운트+ 탑재 이후 실제 성과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티빙의 6월 4주차 영화 콘텐츠 이용자 수는 전월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전체 영화 콘텐츠 중 파라마운트+ 영화를 감상한 비중은 50%에 달했다.
시청자층 확장에서도 성과가 있었다. 그동안 티빙은 2030 여성을 타깃으로 한 작품을 다수 선보였다. 이번 협약으로 액션·SF 장르 콘텐츠를 다수 수급해 남성 시청자를 늘렸다는 분석이다. 특히 파라마운트+의 오리지널인 '헤일로'는 유료 가입기여자 중 79%가 남성으로 나타났다.
티빙은 오는 12월 시즌 합병이 마무리되면 콘텐츠 제작과 유통 역량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티빙은 시즌과의 합병으로 CJ ENM, 스튜디오룰루랄라, 스튜디오드래곤, 엔데버콘텐트에 이어 KT스튜디오지니까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이 가능한 스튜디오 생태계를 구축하게 된다.
티빙 관계자는 "티빙이 외형과 내실을 동시에 다지는 만큼 파라마운트+와도 동반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해외OTT, 국내 사업자와 손잡고 진출하는 이유는
업계에서는 HBO맥스나 파라마운트+와 같은 글로벌 OTT가 국내 사업자의 손을 잡고 시장에 진출하는 게 당연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글로벌 OTT의 경우 초기 가입자 확보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국내 OTT도 글로벌 콘텐츠를 공급받아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사업자 입장에서는 글로벌 OTT와 협력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할 수도 있다. 티빙의 경우 파라마운트+와의 협력으로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들을 파라마운트+에 실을 수 있게 됐다. 티빙과 파라마운트+는 콘텐츠 7개를 공동 투자해 제작하고, 만들어진 콘텐츠는 해외 시장에서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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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O맥스도 콘텐츠웨이브의 손을 잡고 국내에 진출하는 게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었을 거라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OTT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고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라며 "홀로 진출할 경우 초기 가입자를 확보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HBO맥스 입장에서도 콘텐츠웨이브와 손을 잡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OTT들 사이에서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각각의 플랫폼들은 강력한 '한 방'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지금은 콘텐츠가 다양한 플랫폼에 나뉘어 탑재돼 있고, 시청자들의 콘텐츠 피로도도 높아진 상황"이라며 "시청자들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강력한 오리지널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