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 자살 유도해 암 잡는다

UNIST, 세포 자살 유도 TRAIL 단백질 생체 효능 높인 복합체 개발

과학입력 :2022/07/28 12:00

암세포의 자살을 유도해 암 성장을 억제하는 물질이 새로 개발됐다. 

UNIST는 생명과학과 김은희·강세병 교수팀이 트레일(TRAIL) 단백질의 생체 내 효능을 획기적으로 높인 단백질 나노 복합체를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TRAIL 단백질은 암세포의 사멸수용체에 결합해 암세포만 골라죽이는 단백질이다. 하지만 안정성이 낮고 사멸수용체와 결합친화성이 약해 생체 내 효과가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단백질 복합체는 TRAIL의 작용을 방해하는 EGF수용체 신호경로를 차단한다. EGF수용체 신호경로는 TRAIL과 반대로 세포에 생존하고 분열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EGF단백질이라는 성장인자가 EGF수용체와 결합해 이 화학적 신호를 만들어 낸다. 새로 개발된 복합체에 포함된 인공단백질 성분이 성장인자를 제치고 수용체와 결합해 신호 전달을 방해하는 원리다.

또 이 인공단백질 'EGF수용체 어피바디 단백질'은 EGF수용체와 결합하려는 힘이 크기 때문에 TRAIL 단백질을 EGF수용체가 비정상적으로 많은 암세포에 골라 전달하는 역할도 한다. 어피바디(affibody)란 특정 표적 물질만 골라 결합하는 인공 단백질로, 작지만 결합력이 강하다. 

단백질 나노 복합체의 작용 원리. TRAIL 단백질이 암세포 사멸수용체와 결합해 암세포 자살을 유도하며, EGF수용체에 결합한 EGFR어피바디는 EGFR신호 전달 경로를 차단해 TRAIL의 효과를 극대화한다. (자료=UNIST)

이 단백질 나노 복합체의 항암효과는 피부암 세포주 실험과 동물실험에서 모두 확인됐다. 특히 암세포를 이식한 쥐에게 이 단백질 나노 제제를 혈관 주사한 경우, 비교 집단과 달리 암 조직 성장이 크게 억제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로 TRAIL 단백질 내성뿐만 아니라 TRAIL 단백질 자체의 낮은 암세포 결합친화성, 불안정성 등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는 전략을 제시했다"라며 "EGF수용체가 비정상적으로 발달한 특정 암을 치료하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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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어피바디 단백질이 암조직 내 표적 침투 성능을 개선하는 효과도 실험으로 확인했다. 암세포를 이식한 쥐에 다양한 단백질 나노복합체를 주입했을 때 복합체에 어피바디 단백질이 포함된 경우에만 쥐의 암 조직에서 강한 형광신호가 검출됐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대학중점연구소 (세포간 신호교신에 의한 암제어 연구센터), UNIST, 울산광역시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으며 학술지 '저널 오브 컨트롤드 릴리즈(Journal of Controlled Release)'에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