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의 자살을 유도해 암 성장을 억제하는 물질이 새로 개발됐다.
UNIST는 생명과학과 김은희·강세병 교수팀이 트레일(TRAIL) 단백질의 생체 내 효능을 획기적으로 높인 단백질 나노 복합체를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TRAIL 단백질은 암세포의 사멸수용체에 결합해 암세포만 골라죽이는 단백질이다. 하지만 안정성이 낮고 사멸수용체와 결합친화성이 약해 생체 내 효과가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단백질 복합체는 TRAIL의 작용을 방해하는 EGF수용체 신호경로를 차단한다. EGF수용체 신호경로는 TRAIL과 반대로 세포에 생존하고 분열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EGF단백질이라는 성장인자가 EGF수용체와 결합해 이 화학적 신호를 만들어 낸다. 새로 개발된 복합체에 포함된 인공단백질 성분이 성장인자를 제치고 수용체와 결합해 신호 전달을 방해하는 원리다.
또 이 인공단백질 'EGF수용체 어피바디 단백질'은 EGF수용체와 결합하려는 힘이 크기 때문에 TRAIL 단백질을 EGF수용체가 비정상적으로 많은 암세포에 골라 전달하는 역할도 한다. 어피바디(affibody)란 특정 표적 물질만 골라 결합하는 인공 단백질로, 작지만 결합력이 강하다.
이 단백질 나노 복합체의 항암효과는 피부암 세포주 실험과 동물실험에서 모두 확인됐다. 특히 암세포를 이식한 쥐에게 이 단백질 나노 제제를 혈관 주사한 경우, 비교 집단과 달리 암 조직 성장이 크게 억제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로 TRAIL 단백질 내성뿐만 아니라 TRAIL 단백질 자체의 낮은 암세포 결합친화성, 불안정성 등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는 전략을 제시했다"라며 "EGF수용체가 비정상적으로 발달한 특정 암을 치료하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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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어피바디 단백질이 암조직 내 표적 침투 성능을 개선하는 효과도 실험으로 확인했다. 암세포를 이식한 쥐에 다양한 단백질 나노복합체를 주입했을 때 복합체에 어피바디 단백질이 포함된 경우에만 쥐의 암 조직에서 강한 형광신호가 검출됐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대학중점연구소 (세포간 신호교신에 의한 암제어 연구센터), UNIST, 울산광역시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으며 학술지 '저널 오브 컨트롤드 릴리즈(Journal of Controlled Release)'에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