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 고유가·전동화에 경유차 비중 줄여

친환경차로 발길 돌리는 소비자…디젤 위주 폭스바겐도 변화 모색

카테크입력 :2022/07/21 13:29    수정: 2022/07/21 16:16

21일 기준 한국석유공사 자동차용 경유 값은 리터당 2천58원이다. 휘발유(1994원)보다 64원 비싸다. 경유차 소유자들은 연료를 채울 때마다 한 숨이 절로 나온다. 수도권에서 경유차를 운행 중인 김모씨(45)는 "비싼 주유비 때문에 연비가 좋다는 장점도 퇴색된 것 같다"며 "다음 차는 유가 걱정 없는 하이브리드차(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전기차(BEV) 중 하나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고유가와 함께 HEV·PHEV·BEV 등 친환경자동차를 잇따라 선보이며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내는 완성차·수입차 업계 행보도 경유차 입지를 좁히고 있다. HEV·PHEV는 모터·배터리 성능을 개선해 연료 효율성을 높이는 등 경유차보다 높은 연비를 갖춘 지 오래다. 이런 추세에 따라 경유차 구입을 꺼리는 소비자도 계속해서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 2분기 자동차 누적등록대수에 따르면 경유차는 지난해 2월 이후 지속 감소하고 있는 반면, 친환경차는 집계를 시작한 2016년 말부터 2022년 6월까지 증가세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인 전체 등록비중 5.4% 차지했다. 경유차가 아닌 친환경차 쪽으로 판매를 유도하는 영업 현장 분위기도 이같은 수치에 영향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완성차 업계는 경유차 생산을 축소하거나 신차 개발을 중단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수입차 업계도 PHEV·BEV로 제품군 변화를 꾀하는 모양새다.

현대자동차 신형 팰리세이드
르노 마스터

2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은 현재 판매 중인 스포티지·쏘렌토·투싼·싼타페·팰리세이드·GV70·GV80 디젤을 끝으로 더 이상 신형 경유차를 개발·생산하지 않는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앞으로 경유 SUV 후속은 내놓지 않을 계획"이라면서 "당장 생산을 중단한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2030년 내연기관차 퇴출 정책에 따라 생산량을 줄여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경유차 빈자리를 BEV로 채울 계획이다. 현대자동차(제네시스 포함)는 2030년까지 신형 BEV 18종을 선보이고, 이를 위해 내년 울산공장 내 BEV 전용 공장을 착공할 계획이다. 양산 시점은 2025년이다. 기아는 2030년까지 신형 BEV 13종을 출시한다.

르노코리아자동차·쌍용자동차도 신형 경유차를 개발·생산하지 않는다.

르노코리아는 불가피하게 디젤 엔진을 얹어야 하는 상용차 마스터만 빼고 경유차 비중을 축소해나갈 계획이다.

쌍용차도 자영업자들이 애용하는 픽업트럭 렉스턴 스포츠를 제외한 전 제품군에서 경유차 비중을 줄여나간다.

쌍용차 관계자는 "경유차 수요가 지속 감소하고 있다"며 "향후 선보일 신차에는 디젤 엔진을 탑재하지 않고, 새로운 엔진 개발도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언급했다.

한국지엠자동차는 이미 전 제품군을 휘발류차·BEV로 채운 상태고, 전동화 전환을 위해 2025년까지 신형 BEV 10종을 선보일 계획이다. 

쌍용자동차 렉스턴 스포츠 칸
폭스바겐 신형 8세대 골프

수입차 시장 1·2위 BMW·벤츠는 경유차 비중을 줄이고 휘발유차·마일드하이브리드(MHEV)·PHEV·BEV를 늘리는 모양새다. 3위 아우디는 휘발유차·BEV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4위 볼보는 일찌감치 경유차를 없애고, 휘발유차·PHEV·BEV만 판매 중이다. 

업계 5위 폭스바겐만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제타를 뺀 티록·골프·티구안·파사트·아테온에 디젤 엔진만 탑재한 상황이다. 때문에 종종 "국내에 경유차 재고를 떨이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 휩싸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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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관계자는 "상반기 내 휘발유차를 선보이고자 했으나 코로나19 유행과 반도체 공급난 장기화 때문에 늦어진 면이 없지 않다"면서 "하반기 티구안 올스페이스 가솔린과 BEV ID.4를 출시하며 파워트레인 변화를 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본사 차원에서도 경유차 비중을 줄여나가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휘발유차·친환경차로 제품군에 변화를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