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들, 우울·불안감 등 정신건강 낙제점..."돈 때문에"

디캠프-분당서울대병원 창업가 정신건강 실태 조사

중기/스타트업입력 :2022/07/20 08:28    수정: 2022/07/20 09:08

창업가는 일반 성인에 비해 훨씬 더 우울하고 불안함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금 압박과 투자유치, 조직관리 문제와 실적 부진 등이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데, 이를 위한 전문가의 심리적 지원 등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상임이사 김영덕)는 분당서울대학교병원과 창업가 정신건강 문제와 원인을 객관적으로 분석, 이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에 기여하고자 ‘스타트업 창업자 정신건강 실태 조사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국내 스타트업 창업자 271명이 온라인 설문에 참여해 이뤄졌다. 우울, 불안, 수면, 문제성 음주, 자살 위험성, 스트레스 등의 위험 요인을 중심으로 분석했다.

우울 자료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 스트레스 요인은 자금 압박과 투자 유치

보고서에 따르면 창업가 정신 건강 상태는 모든 지표에서 낙제점이다. 일반 성인 대비 우울, 불안, 자살의 유병률이 높다. 중간 수준 이상의 우울을 겪고 있는 사람은 88명(32.5%)으로 나타나 전국 성인 평균 18.1%보다 높고, 불안의 비율도 55명(20.3%)이어서 전국 성인 평균 8%를 훨씬 웃돈다. 창업자 10명 중 2명은 자살 위험성 고위험군에 속해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다.

창업자들의 응답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 스트레스 요인은 ▲자금 압박 및 투자 유치(121명, 44.6%)였으며 ▲조직 관리 및 인간관계(55명, 20.3%)와 ▲실적 부진 및 성과 미흡(53명, 19.6%) 등 조직 관리와 관련된 요인이 그 뒤를 이었다.

긴 사업 연차 역시 또 다른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사업 연차가 5년 이상인 창업자의 경우 사업 연혁이 짧은 창업자에 비해 우울과 불안, 자살 위험성과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여성창업자의 정신 건강 위험 수위 도달

남성 창업자에 비해 여성 창업자에서 자살 위험성(34.1%)과 중등도 이상의 스트레스를 보이는 비율(68.2%)이 더 높았다. 남성 창업자의 경우 각각 18.5%, 57%로 보고됐다. 또 여성 창업자의 경우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식으로 스트레스와 관련 없는 행동을 해 스트레스를 회피하는 '역기능적 대처'를 남성 창업자에 비해 더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기능적 대처를 자주 사용하게 되면 문제성 음주 증가 등의 문제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다. 보고서는 여성 창업자를 대상으로 스트레스 대처 자원 개발을 위한 심리 교육 및 프로그램의 실시를 제안하고 있다.

■ 내재적 동기 강할수록 정신 건강 극복 확률 높아

보고서는 창업자들이 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지속하기 위해선 내재적 동기의 고취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내재적 동기란 업무에 흥미나 만족을 찾으려는 원동력으로 이것이 낮은 창업자는 높은 수준의 우울, 불안,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자들의 정신 건강을 지탱하는 내재적 동기는 ▲사업을 통한 자아실현 및 성장 ▲일에서 느끼는 즐거움 ▲본인 능력에 대한 자부심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반면, 금전적 보상이나 타인의 인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외재적 동기는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 창업자 낙인 효과 우려

병원 상담(제공=이미지투데이)

정신 건강에 전문적 도움을 받을 의향이 없거나, 의향은 있으나 현재 전문적 도움을 받고 있지 않는 254명의 창업자에게 다중 응답식으로 그 이유를 조사한 결과 ▲정신 건강 문제로 어려움이 있지만, 도움을 받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119명, 46.9%) ▲치료 시간을 내기 어렵다(101명, 39.8%) ▲비용이 많이 든다(86명, 33.9%) ▲어디서 도움을 구할 수 있는지 몰랐다(35명, 13.8%) ▲나약한 사람으로 비춰질까 염려된다(26명, 10.2%) ▲사회나 직장에서 받을 불이익(13명, 5.1%) 때문이라는 등의 답변이 있었다.

김 교수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정신건강은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기업의 운영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다. 적시에 전문적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 정신 건강 문제의 악화와 함께 사업 운영에 어려움을 경험할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자신의 정신 건강 상태를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언제든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심리 교육의 기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는 심리 교육의 일환으로 2019년부터 창업자의 스트레스나 불안감 등을 주제로 한 세미나와 심리 상담 프로그램을 계속 이어왔다.

김영덕 상임이사는 "창업자의 긍정적 심리상태는 개인의 행복과도 직결되지만, 결과적으로 업무 능률을 높이고, 성공적인 창업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해당 프로그램을 지속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창업자의 정신 건강을 돌아볼 수 있는 연구 지속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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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이번 보고서 작업을 통해 국내에 참고할 만한 선행 연구가 없었고, 그간 창업자의 정신 건강에 대한 조사 자체가 미비했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됐다”면서 “창업을 어떻게 하면 성공적으로 영위할 수 있을지에 초점이 맞춰진 기존 연구와 달리 이번 연구는 창업가의 정신 건강을 고찰한 첫 사례라 매우 유의미하다”고 밝혔다.

김 이사는 “창업자의 긍정적 심리상태는 개인의 행복과도 직결되지만, 결과적으로 업무 능률을 높이고, 성공적인 창업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들 창업자들이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우리 모두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