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석이 형 울겠다"…女 MZ세대에 당하는 나 PD, '지구오락실' 묘미

생활입력 :2022/07/17 10:15    수정: 2022/07/17 10:41

온라인이슈팀

tvN '뿅뿅 지구오락실'은 그간 나영석 PD의 예능에서 익숙하게 봐왔던 장면들과는 사뭇 다른 장면들을 보여준다. '괄괄이'라는 애칭을 갖게 된 래퍼 이영지가 "저희 게임 좀 주세요"라고 요청하면 나영석 PD와 제작진은 당황한다. 맏언니인 개그우먼 이은지는 "우리 '지락실'이에요"라고 프로그램명을 상기하고, 이영지는 " 오락실인데 게임을 너무 안해요, 이러다 부도나겠어"라고 우려한다.

"잠깐만 시간을 달라"고 말한 제작진은 회의를 시작하며 게임 준비에 들어간다. 이영지는 "게임이 줄줄이 튀어나올까 걱정했는데 달라고 보채야 주시네"라며 아쉬워하고, 이은지는 "영석이 형 울겠다! 그만해! 영석이 형 울어!"라고 말해 웃음을 안긴다. 이어진 게임도 빠르게 끝나고, 급기야 나영석 PD는 멤버들에게 "내가 350바트 줄테니까 갈때까지는 조용히 가자"고 제안하기에 이른다.

tvN 지구오락실 © 뉴스1

'뿅뿅 지구오락실'은 시공간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신개념 하이브리드 멀티버스 액션 어드벤처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는 예능으로, 지구로 도망간 달나라 토끼를 잡기 위해 네 명의 용사 이은지 이영지 및 오마이걸 미미, 아이브 안유진 등이 뭉쳤다는 설정이 바탕됐다. 1회에서 이들은 멀티버스 머신으로 변신한, 다소 허접한 옷장을 타고 2000년대 초반으로 가 태국으로 이동했다. 태국으로 간 이들은 각종 게임을 통해 미션을 달성해야 한다.

'뿅뿅 지구오락실'은 시즌8까지 나온 tvN '신서유기' 여성판으로도 볼 수 있다. 성별에 출연진 연령대가 낮아졌다는 점 외엔 '신서유기'와 포맷이 상당 부분 유사하다. 긴 시즌을 이어올 수 있었던 '신서유기'의 성공 노하우가 그대로 이어지긴 하지만, 캐스팅에는 변화를 줬다. 개그우먼과 래퍼, 아이돌로 구성된 멤버들로 이은지 미미 이영지 안유진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조합이다. 연령대도 확 낮아졌다. 올해 우리나이 20세가 된 2003년생 안유진이 막내다.

예상 밖 조합은 기대 이상의 재미를 만들어냈다. 1회 랜덤 플레이 댄스부터 네 사람은 환상의 케미를 보여줬다. 이들 모두 K팝 음악과 댄스에 최적화돼 있는 멤버들로, 가요를 활용한 대부분의 게임에서 폭탄급 웃음을 만들어냈다. 미미와 이영지 안유진은 2000년대 초반 섹시스타들의 유행이 집약된 부캐 '길은지'로도 활동 중인 이은지와 다소 세대 차이를 보이면서도, 그 시절 히트곡에 대해 은근히 꿰고 있는 반전을 보여준다는 점도 뜻밖의 웃음 포인트였다. 막내인 안유진이 2000년대 초반 얼짱 패션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디테일에 충실했던 모습들도 큰 웃음을 줬다. 안유진은 아이브 리더로 보여줬던 모습과 달리 나영석 PD도 놀랄 만큼 게임에 몰입하는 반전 매력으로 웃음을 책임지고 있다.

특히 네 명의 MZ세대들과 나영석 PD의 대결 구도가 형성되면서 발생하는 웃음이 '뿅뿅 지구오락실'의 최대 묘미다. '신서유기'를 학습한 이들은 낙오와 게임 등에서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제작진이 제시하는 게임에서 이기는 것은 쉽지 않지만, 낙오에서만큼은 강한 면모를 보여준다. 3회에서 마사지를 받은 네 멤버들은 제작진의 낙오에도 크게 당황하지 않았다. 막내 안유진은 스마트폰으로 태국어를 한국어로 변환해 빠르게 식당 위치를 찾아냈고 최단 경로로 이동하는 데 성공했다. 강호동 이수근 은지원 등 '신서유기' 멤버들이 낙오 레이스에서 실패했던 장면들과 다른 장면들로, 제작진이 외려 반격을 당한 데서 오는 카타르시스도 있다.

나영석 PD가 MZ세대 4인의 텐션과 에너지를 감당하기 힘들어하는 장면들도 나온다. 1회에서 나영석 PD를 비롯한 작가와 카메라감독 등 제작진은 이제 자신들의 노화로 이들을 낙오시킬 뜻이 없다 밝히기도 했고, 미미와 이영지의 열정 넘치는 댄스를 부담스러워 하는 샷도 종종 포착돼 시청자들을 폭소케 했다. 나영석 PD는 지치지 않고 자꾸만 게임을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에 "열정 넘치는 건 감사한 일이지만 쫓기듯 게임을 짜본 건 저희도 오랜만"이라며 "그걸 부족하다고 자꾸 얘기하니까 제작진이 느끼는 실망감 너희들이 생각해본 적 있어?"라고 울상을 지어 웃음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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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비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이 날것의 재미로 예능 트렌드의 흐름을 형성한 가운데, 여성 MZ세대에서 새로운 예능인들을 발견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SBS '골 때리는 그녀들'과 MBC '놀면 뭐하니?' WSG워너비, KBS 2TV '빼고파' 등도 여성 예능인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그 중에서도 '뿅뿅 지구오락실'은 가장 예능적 재미에 매우 충실한 활약을 보여줬다는 점에서도 이목이 집중된다.

이에 대한 관심은 시청률에도 조금씩 반영되고 있다. 1회가 2.2%(이하 닐슨코리아 전국유료방송가구 기준), 2회가 2.5%, 3회가 2.6%를 달성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제작발표회 당시 나영석 PD가 "내가 금광을 캤다"고 밝혔을 만큼, 기대 이상의 독보적 케미를 보여준 이들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