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역(逆)환율전쟁 이미 시작됐다

세계 각국 통화당국, 물가 잡기 위해 자국 금리인상 경쟁 나서

금융입력 :2022/07/15 13:26    수정: 2022/07/15 13:40

원·달러 환율이 15일 리먼브라더스 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촉발됐던 2009년 4월 30일 1323.0원 수준을 넘어서면서 연고점을 또 경신했다. 지난 연고점은 바로 직전 거래일인 14일 1312.0원(종가)이다. 

원·달러 환율이 높아지면서 국내 물가는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이는 국내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 달러화 강세로 인한 수입 물가 상승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걸 막기 위해 자국 통화 약세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통화 가치를 낮춰 성장률을 진작시키려던 '환율 전쟁'이 아닌 자국 통화 강세를 이끌어 물가 상승을 줄이려는 '역(逆) 환율 전쟁'이 촉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원·달러 환율 1325.4원까지 올라…연초 대비 10% 상승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318.0원으로 개장한 후 1325.4원까지 치솟았다. 시가 기준으로 2009년 4월 30일 1323.0원을 넘어 13년 2개월 여만에 최고치로 집계됐다.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연초 대비 10% 상승한 상황이다.

원화 가치는 지금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시장은 예견하고 있다. KB국민은행 문정희 연구원과 신한은행 백석현 이코노미스트는 "1350원까지 상단을 열어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달러화가 글로벌 통화 대비 '초강세'를 띄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통화에도 영향을 피해갈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오는 26~27일에서 기준금리 인상폭에 대한 불확실성도 남아있다.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지난 6월 0.50%p 혹은 0.75%p 기준금리를 올리겠다고 밝혔지만, 미국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9.1%로 치솟으면서 100bp라는 선택지도 제시된 상황이다.

6월 수입 물가 34% 올라…"소비자 물가 1%p 이상 올릴 수도"

(사진=이미지투데이)

고 환율은 수출 주도국에서 썩 나쁜 선택지는 아니다. 그렇지만 현재처럼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시점에서는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실제 6월 국내 수입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3.6% 상승했다. 

문정희 연구원은 "국내 수입 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33.6% 올랐는데 10% 오르면 소비자물가지수가 0.3%p 오른다고 본다"며 "여기에 유류비와 운송비 등을 감안하면 산술적으로도 1%p 넘게 소비자물가가 오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국내 물가상승률이 7%까지도 도달 가능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지난 13일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7%대 물가상승률 도달에 대해 말을 아꼈지만 "기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확산되고 물가 임금 간 상호작용이 강화되면서 고물가 상황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역 환율 전쟁 촉발?…국가 외환 시장 개입 나서

(사진=이미지투데이)

자국 통화 가치가 미국 달러화 대비 떨어지고 수입 물가가 오르며 고 물가를 잡기 위해 각 국은 통화 가치를 올리려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같은 작업이 '역 환율 전쟁'이라고 표현되고 있다. 인플레이션 시기에 경기 부양보다는 물가 안정에 초점을 맞추면서 자국 통화 약세를 제한하려는 정책 대응으로 2008년 이후 십 여 년간 디플레이션과 경기 부양을 위해 자의적으로 통화 약세를 일으키는 '환율 전쟁'과 대조되는 개념이다.

실제 국제금융센터가 14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외환 시장 개입이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국 중 스위스가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한 물가 안정 목적 차원서 외환시장에 개입했다고 분석했다. 크레딧 스위스는 스위스 프랑화 약세에 따른 수입 물가 상싱 및 인플레이션 악화를 막기 위해 외환 순매도에 나설 소지도 있다고 관측했다.

외환 개입으로 다수 국가들의 중앙은행 외환보유액이 소진되고 있다. 올해 4~5월 중국·홍콩·인도네시아·필리핀 등의 외환보유액은 2020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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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 이 같은 외환 시장 개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공개한 올해 1분기 외환 순거래액은 83억1천100만달러가 감소했다. 역외 시장서 외화를 순매도하면서 통화 가치 약세를 방어하는데 소진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역 환율 전쟁의 시점을 꼬집어 말하긴 어렵지만 이미 역 환율 전쟁이 시작됐다고 평가하는 곳도 있다"며 "다만, 물가 안정을 위한 시장개입 과정에서 각국의 외환보유액이 우려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수준까지 감소할 경우 또다른 환율 불안이 야기될 수 있음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