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처럼…자동차도 '월 구독 시대' 열리나

BMW-GM 등 잇단 시도…원격 업데이트 늘면서 가능성 커져

카테크입력 :2022/07/14 09:32    수정: 2022/07/14 10:06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한 때 윈도나 오피스 같은 소프트웨어를 단품으로 구매하던 시절이 있었다. 새로운 버전이 나오면 패키지를 구매한 뒤 개인적으로 깔아서 썼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MS)는 어느 순간부터 월 구독료 모델로 전환했다. 지금은 구독료를 내고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이 상식이 됐다.

애플이 하드웨어 구독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도 있다. 아이폰, 아이패드 같은 핵심 하드웨어를 월 구독료 기반으로 제공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테슬라가 월 구독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는 오토파일럿.

■ BMW, 핸들 열선 월구독 공지했다가 서둘러 취소 

구독 경제는 이제 일상 소비의 기본 문법으로 자리 잡았다. 신문이나 잡지처럼 정기적으로 제공되는 상품에 한정됐던 구독 모델이 이젠 생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엔 자동차 업체들도 구독 모델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고급차 브랜드인 BMW다.

BMW는 최근 열선 시트 등 편의 기능에 대해 월 구독료를 적용하겠다고 공지하면서 한바탕 논란에 휘말렸다. 이를테면 운전석·조수석 열선 시트를 이용하려면 월 구독료 2만4천원을 내야 한다. 열선 핸들은 1만3천원이다.

안드로이드 오토가 실행되고 있는 BMW 차량 모습 (사진=BMW 코리아)

논란이 커지자 BMW 코리아는 “한국 시장엔 아직 도입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구독 모델을 둘러싼 공방을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BMW가 구독 서비스를 시도한 것은 이번은 아니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에 월 80달러 구독료를 부과하려다 역시 소비자들의 반발 때문에 포기한 적 있다.

문제는 BMW의 구독료 시도가 자동차업계에서 예외적인 행보가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 IT 전문매체 더버지에 따르면 BMW 뿐 아니라 폭스바겐, 토요타, 아우디, 캐딜락, 포르쉐, 테슬라 등도 이런 저런 구독 서비스를 시도하고 있다.

자동차업체들은 주로 주행보조나 음성 인식 같은 옵션들에 월 구독료를 적용하는 방안을 시도하고 있다.

■ GM 작년 구독 매출 20억 달러…"10년내 넷플릭스 수준 성장"

자동차 시장에 구독 모델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는 이유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자동차 제작 비용이 갈수록 늘어나고, 마진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 뿐 아니다. 자동차에 컴퓨팅 기능이 확대되면서 ‘원격 업데이트'가 수월해 졌다. 부가 기능에 월 구독료를 적용하기 한층 수월한 상황이 됐다.

더버지에 따르면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 해 차내 구독 서비스 매출이 20억 달러를 넘어섰다. GM은 2030년 경에는 구독 매출이 250억 달러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정도 매출이면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같은 대표적인 구독 서비스와 비슷한 수준이다. 참고로 넷플릭스의 지난 해 매출은 296억달러였다.

(사진=제너럴 모터스)

GM 자동차는 미국 내에서만 1천600만 대 가량이 운행되고 있다. 이 중 4분의 1 정도는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이 회사 알란 웩슬러 혁신 및 성장 담당 부사장은 더버지와 인터뷰에서 “조사 결과 고객들은 구독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월 평균 135달러 가량 지불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자동차업계에서 구독 모델을 한 발 앞서 적용한 것은 테슬라다. 테슬라는 주행 보조 시스템인 완전자율주행(FSD) 기능을 월 구독료 199달러(약 23만원)를 적용하고 있다. 오토파일럿 패키지를 구매할 경우 월 99달러(약 11만원)에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자동차 구독 서비스에 대해선 부정적인 의견이 더 많은 편이다.

미국의 차량 판매·서비스·평가 전문 회사 콕스 오토모티브(Cox Automotive)가 올 초 신차 구입 의향이 있는 고객 2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월 구독료 지불 의향이 있다고 답한 고객은 25%에 불과했다. 나머지 75%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BMW의 월 구독료 모델에 대해 강한 반발이 제기된 것도 이런 상황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다보니 ‘구독 서비스’는 주로 고급 자동차 브랜드들이 적용하고 있다. 부유한 고객들을 상대하고 있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기 때문이다.

■ 소비자 반발에 아직은 조심스런 행보…대세로 떠오를 가능성 많아 

하지만 자동차 구독 모델은 앞으로 보급형 차량들로 확대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더버지가 전망했다.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야 하는 자동차업체들이 가장 먼저 눈을 돌릴 가능성이 많은 분야이기 때문이다. 전기차가 늘어나고, 컴퓨터와 통신 기능이 확대 적용된 커넥티드 카가 증가하면서 IT 시장의 문법을 적용하기 적합한 환경으로 바뀌고 있는 점도 구독 서비스 확대 가능성을 점치는 근거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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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자동차업체들은 아직은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포드, BMW, 캐딜락 등은 소비자들의 반발 때문에 한 발 물러선 상태다. 다른 주요 자동차업체들도 아직은 조심스런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시장에 처음 구독료 모델이 적용될 당시에도 비슷한 저항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자동차업체들의 ‘월 구독료 모델 시도’는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