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이 교수, "경계 넘어 편견 깨면 우리, '사람'이 보인다"

필즈상 수상 허준이 교수, 기자간담회 및 강연회

과학입력 :2022/07/13 20:04    수정: 2022/07/15 15:59

"수학은 끊임없이 경계를 넘어갈 것을 요구하고, 그럼으로써 우리가 편견을 넘어설 기회를 줍니다. 이것이 바로 수학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교훈이라고 생각합니다. "

허준이 프린스턴대학 교수는 13일 서울 고등과학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와 필즈상 수상 기념 강연에서 조합과 대수 등 수학의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공통의 구조를 찾아내는 자신의 연구를 소개하며 "보편적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경계를 넘고 허물고, 다시 새로운 경계를 만드는 과정을 수학은 우리에게 요구한다"라고 말했다.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 겸 고등과학원 석학교수가 13일 서울 고등과학원에서 열린 필즈상 수상 기념강연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뉴스1)

거리가 멀어 보였던 수학의 두 분야를 연결, 대수기하학의 방법론으로 조합론의 난제를 해결한 그의 연구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허 교수는 이 과정을 '경계와 관계'로 풀어 설명했다. 경계를 넘어 대상 사이의 관계의 구조를 새롭게 풀어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는 이 과정에서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수학적 대상 사이에서 별다른 논리적 이유 없이 공통의 구조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을 발견, 필즈상 수상으로까지 이어졌다.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 겸 고등과학원 석학교수가 13일 서울 고등과학원에서 열린 필즈상 수상 기념강연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허 교수는 자신의 성장 과정에서도 서로 다른 분야의 접목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언어는 생각을 전개하는 도구인데, 어린 시절 친구와 함께 시를 쓰며 언어를 다루는 훈련을 자연스럽게 받았다"라며 "이런 배경 갖고 수학을 시작해 (다른 수학자와) 좀 다른 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인문학 등 다른 분야의 방법론을 수학에 적용하는 방식의 증인이 바로 나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어릴 때 사전을 펼쳐 단어 뜻풀이를 보고, 이어 거기에서 다른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 또 풀이를 살펴보는 놀이를 즐겨했다"라고도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학생들은 경쟁적 수험 환경에 내몰려 찬찬히 수학의 즐거움을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 겸 고등과학원 석학교수가 13일 서울 고등과학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허 교수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학창 시절을 공부가 아니라 평가받는데 쓰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경쟁에서 이겨야 하고, 완벽하게 잘 해야 하는 사회문화적 배경이 원인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미국 명문대학에서 만나는 학생들이 실수 없이 잘 푸는 건 훌륭하지만, 특별히 (학문을 할) 준비가 잘 되어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라며 안타까운 마음도 드러냈다.

그는 "학생들이 현실에 너무 주눅들지 말고, 실수없이 완벽하게 하기보다는 마음 가는대로 폭넓고 깊이 있는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한다"라며 "평가도 유연해져 서로 다른 학생들이 다른 방식으로 잘 평가받는 환경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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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학생들에게 "수학은 어렵기 때문에 재미있다"라며 "일시적 스트레스에 압도당하지 않도록 스스로에게 친절하고 지쳐 쓰러지지 않도록 잘 쉬면 준비가 됐을 때 성장할 수 있다"라고 권했다.

이와 함께 허 교수는 "정책을 만드는 분들은 학생들의 용기가 배신당하지 않도록 정책적 틀을 짜 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