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인앱결제 규제 딜레마

규제 따르지 않을 빅테크 대응에 이용자 보호 방안도 고려해야

기자수첩입력 :2022/07/13 07:40

구글의 인앱결제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세계 최초로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이 마련되는 과정에서도 입법 저지를 위한 로비로 시끄럽더니, 법이 시행되고 나서도 국내 실정법을 따르지 않는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애플도 구글과 함께 새로운 인앱결제 방식을 제시하며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때만 하더라도 구글과 애플이란 글로벌 공룡 회사 목에 방울을 매달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가졌지만 지금은 기대가 사라졌다.

되살펴 보면 구글과 애플이 입법 취지를 존중하고 따를 것이란 기대는 오판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법안을 회피할 꼼수부터 마련한 것으로 보이고, 설사 법 위반 판단에 따른 제재를 받을 경우에도 행정소송으로 맞설 것이 뻔해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공정거래위원회가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사에 자사 OS 탑재를 강요했다는 이유로 행정처분을 내렸지만, 구글은 곧장 시정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인앱결제 관련 규제에서도 구글에 다른 행보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글로벌 테크 공룡 기업들이 국내 법제도를 따르지 않는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앞서 페이스북(현 메타)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이용자 피해 제재에 행정처분 취소 소송으로 맞서 현재 대법원까지 법적 다툼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행정소송이 두려워 제재를 못할 이유는 없다. 정부는 법에서 정해진 대로 행정절차를 밟으면 된다. 사후 규제를 맡는 방통위가 구글과 애플이 법을 회피하려는 이행계획을 제출했을 때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위법성 판단을 마치는 대로 행정처분에 나서면 된다.

또 인앱결제법 입법 과정에서 공정거래법과 중첩된다며 일부 조항이 삭제된 만큼 공정위도 관련 법에 따른 행정절차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최근 애플의 경우에는 인앱결제 새 정책에서 표시광고법 위반 논란이 일기도 한 만큼 공정위가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다.

문제는 이처럼 법에 따른 집행이 되더라도 최종적으로 이용자의 피해를 줄이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디지털콘텐츠 기업들은 구글의 인앱결제 정책 변경에 대비하는 과정에서 콘텐츠 사용료를 인상하고 있다. 이유는 각각 다르지만 앱마켓의 입김에 최종 소비자에 피해가 넘어가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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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가 먹혀든다 하더라도 콘텐츠 기업들이 가격을 다시 낮출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고, 행정처분 집행정지 신청과 행정소송이 동시 다발적으로 이뤄지면서 대법원의 확정판결에 이르는 5년 가량의 시간 동안 소비자를 보호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

최근 앱 업데이트 심사 제한과 같은 행위로 볼 때 정부의 개입 여지는 늘었지만, 규제의 딜레마가 줄어들지는 않았다. 때문에 경쟁환경 조성과 이용자 선택권 확대라는 입법 취지는 물론 디지털콘텐츠 이용자를 보호할 방안은 계속 고민해야 한다. 법 개정이 이뤄졌다고 모든 게 해결될 것이란 기대는 욕심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