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택시’(카카오T) 운영사인 카카오모빌리티 내부가 회사 매각설로 시끌벅적하다. 갑작스러운 매각 검토 소식에 직원들이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모빌리티 최대주주인 카카오(지분율 57.5%)는 보유 지분을 사모펀드사인 MBK파트너스에 매각하는 논의를 진행 중이다.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긴 어렵지만, 카카오가 시장 상황과 사업 확장 등 다각적인 관점에서 모빌리티 사업 처분에 힘을 주는 모양새다.
취재 결과, 모빌리티 매각 추진 과정에서 카카오에 대한 구성원들의 불만이 팽배한 것으로 보인다. 원인은 '소통의 부재'다. 회사 주인이 바뀌는 중차대한 문제인데, 카카오 행보를 보면 그간 천신만고한 구성원들의 ‘피·땀·눈물’이 배제됐다는 것. 내부 구성원들이 갑작스러운 회사 매각 소식에 특히 더 당혹스러워하고, 본사에 아쉬워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지난 6일 배재현 카카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매각 추진 관련, 2대 주주로 전환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분 전량이 아닌 일부만 매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배 CIO는 카카오 본사 구성원들에게만 이 사실을 공지했고, 이 역시 카카오모빌리티 직원들은 나중에야 알게 됐다.
작년 카카오모빌리티 핵심 관계자에게서 들었던 이야기다. 그는 카카오 택시 사업 초창기, 지방 가맹 사업자 한 명 한 명을 만나 카카오 시스템을 이식하는 데 상당한 공을 들이며 밤잠 설쳤던 일화를 소개했다. 문서를 통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던 택시 사업에, 카카오 기술을 곁들인 것. 승객, 기사 모두 ‘윈윈’하는 모습에 흡족했다고 한다. 카카오 택시 성장에 이바지한 이 관계자 역시 회사가 시장 매물로 나온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
카카오의 모빌리티 매각 논의 과정에서 소외된 그룹은 또 있다. 바로 카카오택시 기사들이다. 성장 과정에서 여러 불협화음과 갈등도 적지 않았지만, 카카오택시가 현재와 같은 국민 서비스로 발돋움하기까지 이들의 노력과 역할도 작게 볼 수 없다.
카카오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들끓던 지난해 취재차 택시 기사들을 만났다. 유료 프로멤버십, 수수료 등 카카오 택시(카카오T)가 지닌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한 견해를 가맹·개인택시 기사들에게 물었다. 카카오가 ‘택시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질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장 목소리는 달랐다.
기사들은 분통을 터트리기보다, 카카오 택시 이점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했다. 이들은 카카오가 택시 시장에 불어넣은 편의성에 합격점을 줬다. 수수료를 지불하는 대신 일감이 늘었고, 운행 동선을 효율화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물론 납세와 승객 평점, 수수료 등 고충도 토로했다. 단 어디까지나 시스템 문제지, 기사들은 카카오의 시장 독점을 지적하는 데 혈안이 되진 않았다. 당시 한 기사는 카카오 시장 우위를 인정하며, “현장 기사들과 소통해 애로사항을 발 빠르게 해소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카카오와 보다 원활한 소통을 바랐던 기사에게 오랜만에 연락했다. 작년 말 법인에서 개인택시로 전환했고, 택시 옆면엔 여전히 카카오가 박혀있다고 한다. 기사는 기자에게 “카카오 로고를 'MBK'로 바꿔야 하는지” 물었고, 이에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모빌리티 매각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은 회사 구성원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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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카카오 지휘봉을 잡은 남궁훈 대표는 여러 차례 '국민'을 외쳤다. 지난 1월 내정될 무렵 "국민에게 사랑받는 카카오를 만들겠다"고 했다. 취임 전 기자회견에선, 글로벌 시장 진출을 두고 "국민 명령에 가까운 메시지"라고도 했다.
남궁 대표 제언대로 카카오가 '국민 기업', 카카오톡, 카카오 택시를 잇는 국민 서비스를 발굴하려면, 금번 이슈를 반면교사 삼아 소통하는 방법과 깊이를 더욱 고민할 필요가 있다. 회사 인수합병 과정과 계약 조건들을 구성원들과 이해 관계자들에게 소상히 공유하라는 것은 아니다. 회사가 더 나은 길을 찾아가는 데 그들과 머리를 맞대는 것이 우선일 수 있다는 뜻이다. 국민 절반이 사용하는 카카오 택시가 카카오와 승객들, 그리고 카카오모빌리티 직원과 기사들의 노고가 집약돼 탄생했다는 점을 새삼 상기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