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원격근무, 온라인 학습 등으로 급격히 성장했던 전세계 PC 시장이 올 하반기부터 하락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가트너·IDC 등 주요 시장조사업체는 최근 올해 완제PC 출하량 예상치를 전년 대비 9% 가량 적은 3억 대 초반으로 낮췄다. 주요 PC 제조사의 노트북 재고도 늘어나고 있다.
2020년 2분기 이후 지속 성장한 국내 PC 시장의 성장세도 올 하반기 이후 한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사각지대인 조립PC 시장도 얼어붙었다.
■ IDC "올해 완제PC 출하량, 소폭 증가→감소"
시장조사업체 IDC는 지난 해 3분기까지만 해도 올해 완제PC 출하량이 소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올 3월 이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양적 완화로 인한 인플레이션, 이를 잡기 위한 각국 금리 인상 등 예상치 못했던 변수가 등장하고 있다.
결국 IDC는 지난 달 초 올해 완제PC 출하량 예상치를 전년(3억4천880만 대) 대비 8.2% 줄어든 3억2천120만 대로 낮췄다. 라이언 레이스 IDC 부사장은 "일반 소비자와 교육 부문은 PC 주문을 줄이고 있으며 불확실성도 크다"고 분석했다.
또다른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도 지난 1일 "올해 완제PC 출하량은 전년 대비 약 9.5%(3천200만대) 줄어든 3억 1천만 대 수준으로 예상되며 PC 시장은 태블릿, 스마트폰 등 다른 기기 대비 가장 가파른 하락세를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대만계 PC 업체 노트북 재고량 증가중"
주요 시장조사업체가 발표하는 출하량은 각 제조사가 필요로 하는 기업이나 유통 업체에 공급하는 대수만 집계한 것이다. 출하량은 줄어도 실제 판매량은 오히려 줄거나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주요 PC 제조사들은 당분간 전년보다 출하량을 줄일 수 밖에 없다. PC 수요가 차츰 줄어들고 있어 재고 과잉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달 초 대만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제이슨 첸 에이서 회장은 "노트북 공급량이 이미 수요를 넘어섰다"며 우려를 표했다.
또 디지타임스가 올 1분기 대만계 PC 업체의 실적 발표를 바탕으로 노트북 재고량을 추산한 결과 전년(2021년) 1분기 대비 에이서의 재고량은 26.59%, 에이수스의 재고량은 79.51%, MSI는 77.62%, 기가바이트는 64.59% 늘어난 것으로 추측된다.
■ 국내 PC 시장, 5월 이후 수요 감소...생산량 감축
국내 완제PC 출하량은 2020년 2분기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한국IDC에 따르면 국내 완제PC 출하량은 코로나19 범유행이 시작된 2020년에는 2013년 이후 7년만에 최고치인 526만 대를 기록했다.
지난 해 출하량은 607만 대까지 올라섰다. 또 올 1분기 국내 완제PC 출하량은 214만 대로 2011년 1분기(206만 대) 이후 11년만에 처음으로 200만 대를 넘었다.
그러나 국내 완제PC 출하량도 올 하반기부터 감소세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주요 PC 업체들이 재고 부담을 덜기 위해 생산량 조정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국내 PC 업계 관계자들은 "기준 금리 인상이 본격화된 5월부터 PC 판매량이 줄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각급 학교나 주요 공공기관들이 지난 2년간 대규모 조달 사업을 선집행해 공공 수요도 기대하기 어렵다.
■ 그래픽카드 가격 내려도 조립PC 시장은 '찬바람'
주요 시장조사업체의 사각지대인 국내 조립PC 시장은 이미 지난 4월 말부터 급격한 침체기에 들어섰다. 소비자들이 PC 구매를 미뤘던 가장 큰 원인인 그래픽카드 가격은 계속해서 내리고 있지만 이것이 판매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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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그래픽카드 제조사 국내 법인과 유통사는 마케팅 예산까지 투입해 그래픽카드 가격을 내리고 있지만 수요는 자취를 감췄다. 조립PC 주요 부품인 전원공급장치를 판매하는 한 대형 업체 관계자는 "지난 6월 매출이 지난 해(2021년) 6월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또 올 3분기 말에서 4분기에 걸쳐 인텔과 AMD가 각각 새 프로세서를 시장에 투입할 예정이라 이를 기다리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한 대형 조립PC 업체 관계자는 "오는 9월까지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소규모 업체들은 한계를 맞을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