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누워 있는 환자들을 괴롭히는 것 중 하나가 욕창이다. 의학적으로 욕창은 한 자세로 계속 앉아 있거나 누워 있을 때 신체 부위가 지속적으로 압력을 받아 그 부위에 순환 장애가 일어나 피하조직이 손상(궤양)된 상태를 말한다. 팔꿈치, 엉덩이, 발뒤꿈치, 발목, 등, 어깨 등 신체 뼈 부위 피부에서 발생한다. 2019년 기준 국내에 약 2만6000명의 욕창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전문 간호 인력은 태부족한 상태다.
4일 신현경 파인헬스케어 대표는 "내년 하반기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욕창 방지 솔루션 '스키넥스(Skinex, Skin Explainable AI)'를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라면서 "이 솔루션이 나오면 욕창 환자에게 큰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욕창 전문 간호사 부족 해소와 임상 간호사 업무 피로 감소, 미숙련 간호사의 부적절한 처치 예방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인터뷰에는 신 대표 외에 현역 의사로 올 1월 파인헬스케어에 합류한 신현웅 의학총괄책임자(CMO, Chief Medical Officer)도 배석했다. 신 CMO는 화상 전문병원인 '베스티안 오송'에서 근무하고 있다. 파인헬스케어는 2020년 3월 설립한 헬스케어전문기업으로 AI 전문기업 아크릴(대표 박외진)과 삼성서울병원과 협력해 '스키넥스'를 선보인다.
욕창은 증상에 따라 6단계(1~4단계, 심부조직손상, 미분류)로 나뉜다. 파인헬스케어가 개발중인 '스키넥스(Skinex)'는 스마트폰에 설치한 앱을 통해 욕창 부위를 촬영하면 실시간으로 욕창 단계를 분석해 알려준다. 뿐만 아니라 치료에 적합한 드레싱 제품도 추천해준다. '스키넥스'는 욕창 이미지 약 1만 건을 AI로 학습했다. 파인헬스케어는 '스키넥스'를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수출도 추진한다. 미국만해도 약 250만명의 욕창 환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세계 욕창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18년 669억 달러에서 2026년 113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 평균 성장률이 6.7%에 달한다. 북미 시장이 가장 크다. 한국이 속한 아시아태평양 시장도 빠른 속도로 규모가 커지고 있다. 욕창 단계 중 2~4단계 치료제가 가장 큰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신 대표와 신 CMO는 '스키넥스'에 대해 "욕창 단계를 알려줄 뿐 아니라 치료제까지 제시하는 AI 기반 제품은 국내 처음"이라며 "세계적으로도 유래가 없어 K-의료가 세계 시장에 이름을 떨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키넥스' 앱은 구글과 애플 스마트폰 모두에서 사용할 수 있다. 현재 API는 만들어진 상태다. 임상 실험을 거쳐 내년 하반기께 정식 론칭된다.
파인헬스케어가 '스키넥스'를 개발하는 이유는 욕창 환자에 비해 국내에 전문자격증을 가진 간호사(WOCN, Wound Ostomy Continence Nurse)가 턱없이 부족한 것도 한 이유다. 우리나라 간호사 중 약 0.8%만이 WOCN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신 CMO는 "WOCN 자격증을 가진 간호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할 뿐 아니라 있더라도 대부분 대학병원에 있다. 그런데 대학 병원은 급성 환자를 주로 보기 때문에 만성에 꾸준한 케어를 요하는 욕창 환자를 제대로 돌 볼 수 있는 환경이 안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양병원과 각 가정에 있는 욕창 환자들도 WOCN 간호사가 부족하다 보니 제대로 된 케어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피부에서 발생하는 모든 질환에 관심이 크다는 신 CMO는 "AI로 피부 환부 이미지를 분석해 보다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 파인헬스케어에 합류했다"면서 "세계적으로 보면 욕창 치료에 AI를 활용하는 기업이 미국과 유럽 등에 8곳 정도 있지만 파인헬스케어처럼 치료 가이드라인까지 제공하는 건 세계 처음이다. 북미 시장 진출에 필요한 FDA 승인을 받기 위해 컨설팅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스키넥스'는 삼성서울병원이 10년간 모은 10만명의 데이터를 기초로 했다. 이중 정련 작업을 거쳐 약 2만건의 데이터를 이미지로 분석했다. 신 CMO는 "삼성서울병원에서 임상테스트를 한 결과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면서 "욕창을 간호하는 전문자격증을 가진 간호사와 버금가는 욕창 판별 및 치료제를 AI가 제시해준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파인헬스케어는 '스키넥스'를 국내에 확대 보급하기 위해 타 기업 및 기관과 협력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미 의료기기 드레싱을 만드는 회사 및 재건 성형 전문병원과 협력을 약속했다. 앞으로 전자의무기록(EMR)기업들과도 손을 잡을 생각이다. ERM에 '스키넥스'를 얹거나 모둘형의 단독 제품으로 공급할 수 있다. 보험 등 금융 회사와도 협력을 고려하고 있다. 욕창 환자를 잘 케어하면 그만큼 보험료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신 CMO는 "욕창 초기 단계에 있는 사람을 인공지능이 진단해 이에 맞는 치료 가이드를 제공하면 환자의 고통을 줄일 뿐 아니라 진료 기간도 단축할 수 있다"면서 "그동안 욕창에 대해 관심이 높았지만 체계적으로 욕창을 관리해주는 솔루션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키넥스' 개발이 쉽지 않았면서 "기획부터 테스트 종료까지 약 3년이 걸렸다. 양질의 데이터 확보가 어려웠기 때문"이라면서 "앞으로 식약처의 소프웨어 의료기기(SaMD) 허가를 획득한 후 다양한 의료기관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