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통신서비스 중단 사고로 인한 이용자 피해구제의 실용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음 달 통신사의 이용약관을 개선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개선된 이용약관이 피해자에게 충분한 배상금액을 제공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개정될 약관은 손해배상 기준 시간은 단축하고 금액은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다. 초고속인터넷과 이동전화 서비스 제공이 연속 2시간 이상 중단되면 해당 서비스 장애시간 요금의 10배를 배상해야 한다.
그동안 주요 통신사의 이용약관은 서비스가 연속 3시간 또는 1개월 누적 6시간 이상 중단될 경우 초고속인터넷은 해당 서비스 요금의 6배, 이동전화는 8배 상당의 금액을 배상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었다.
그렇다면 배상금이 6배~8배에서 10배로 늘어났으니 이용자들은 훨씬 더 만족할 만한 금액을 배상받게 될까. 만약 5만5천원짜리 5G 요금제를 이용하고 있다면 통신서비스 중단 사고가 발생하면 최대 얼마를 배상받게 되는 것일까. 개정안의 핵심은 '시간당 금액'에 있다.
가장 저렴한 5G 요금제인 5만5천원을 기준으로 계산해 보자. 한 달을 30일로 계산했을 때 해당 요금제의 시간당 금액은 약 76원이다. 서비스 장애가 2시간 발생한 경우 이용자가 받을 수 있는 금액은 1천520원에 불과하다.
고가 요금제인 10만원짜리 요금제에 가입했다면 어떨까. 그런다 해도 이용자가 받을 수 있는 금액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10만원 요금제의 시간당 금액은 약 138원으로, 서비스 장애가 2시간 발생한 경우 이용자가 받을 수 있는 금액은 2천777원이다.
소상공인을 위한 구제책이 빠졌다는 점도 아쉬움 대목이다. 스마트폰과 카드결제로 대부분의 일상생활이 이뤄지는 오늘날 통신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은 곧 누군가의 생계를 위협할 수 있다. 카드결제가 불가능해져 장사를 할 수 없게 된 소상공인에게 몇 천원의 배상액이 위안이 될 리 만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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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통신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주식, 금융거래, 온라인학습, 원격근무 등 우리 일상은 이제 대부분 원활할 통신서비스 위에서 이뤄진다. KT 네트워크 장애 사태가 발생했을 때 사회 경제 활동이 일시적으로 중단된 점만 보더라도 통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통신서비스 장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용자 피해구제책 강화는 물론이고 기업들이 통신서비스를 어떤 상황에서도 원활하게 지원할 수 있도록 강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그리고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