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3주가 지났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디지털 정책 수장 인사는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산적한 정책 과제 추진에 동력을 잃고 실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진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직후 연이어 장차관 인선이 발표됐지만 과기정통부 2차관은 6월 지방선거 이후에나 지명될 것이란 이야기가 지배적이다. 일부 국무위원 후보자가 국회 청문 과정에서 낙마한 뒤 새 후보자를 찾으면서 차관 인사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이유다.
적임자를 찾는 과정에서 고심을 거듭하는 점을 나쁘게 볼 것만은 아니다. 더욱 적합한 인사를 찾기 위한 노력이 깃든 것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때부터 불거진 ICT 홀대론에 이어 특정 인사 발표만 늦춰지는 것은 분명 논란을 키울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디지털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속도감을 고려하면 자꾸 늦어지는 인사가 달갑지 않다. 정보통신기술(ICT)을 담당하는 과기정통부 2차관 조직은 여러 부처를 통틀어 정책 환경의 변화가 가장 빠른 곳으로 꼽힌다.
이를테면 지난 정부에서 5G 통신 세계 최초 상용화에 집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새 정부에서는 6G 통신의 글로벌 리더십 확보를 논하고 있다. 불과 몇 년 만에 통신기술 방식의 세대 변경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디지털은 새로운 기술을 바탕으로 창업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분야다. 정부의 각종 지원 정책을 비롯해 규제 개선 논의도 수시로 이뤄져야만 한다. 이종호 장관이 취임 후 첫 현장방문에서 규제를 언급하며, (2차관 조직이) 가장 할 일이 많은 곳이라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또 공직은 물론 산업계에서도 늦어지는 인사에 우려가 커지는 점도 같은 이유로 볼 수 있다.
디지털 분야를 단순 특정 산업으로 보는 구시대적인 관념도 벗어날 필요성이 크다. 과거에는 체신에서 통신방송산업으로 바뀌는 정도에 불과했지만, 현대 사회에서 ICT는 사회적 인프라 역할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사회적 디지털 인프라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학생들의 등교조차 할 수 없던 시기에 EBS를 통해 온라인학습을 지원하고, 기업들의 원격근무를 가능케 했던 것도 모두 디지털 정책이 낳은 결과다. KT의 네트워크 장애 사태와 같은 일이 벌어졌을 때 사회 경제 활동이 일시적으로 중단된 점만 보더라도 가벼이 볼 분야가 아니다.
이 때문에 ICT 정책 수장의 인선이 하루라도 빨리 이뤄져야 한다. 이종호 장관이 반도체 인력 양성을 논하는 자리에서 2차관 임명 지연을 두고 “제가 가장 속이 탄다”는 토로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