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 뇌에서 사람 뇌에 있는 전이인자 발견

이탈리아 연구진, 학습 능력 관련 물질 공통적으로 존재

과학입력 :2022/06/27 13:50    수정: 2022/06/27 16:34

문어는 진화적으로 인간과 거리가 먼 무척추동물이지만 높은 수준의 인지 능력을 가진 특이한 동물이다. 이렇게 문어의 뇌가 정교하게 발달한 이유에 대한 새로운 가설이 제시됐다.

이탈리아 고등과학원(SISSA) 등 국제 연구팀은 문어의 뇌에서 사람의 뇌에 있는 것과 같은 전이인자(transposons)를 발견, 관련 내용을 학술지 'BMC 바이올로지'에 공개했다.

(자료=GLORIA ROS)

전이인자는 스스로 복제하며 염색체 안의 한 위치에서 다른 위치로 움직일 수 있는 DNA 서열을 말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점핑 유전자(jumping genes)'라고도 한다. 2001년 마무리된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 따르면, 인간 게놈의 무려 45%가 전이인자로 구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체내 전이인자는 유전자에 변이를 일으켜 유전병 등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도록 유전자를 변화시키는 역할도 한다. 세대를 거치면서 변이가 쌓이거나 세포의 방어 작용에 의해 차단되어 대부분 작동하지 않으나, 일부 적은 빈도로 이동이 일어나면서 진화와 적응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전이인자 중 사람 뇌에 있는 '길게 산재한 핵 성분(LINE, Long Interspersed Nuclear Elements)'의 활동에 대한 연구가 쌓이면서, 최근 LINE 전이인자가 뇌의 인지와 기억 능력과 연관돼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LINE은 인간 뇌 중에서도 학습 과정을 관장하는 해마 부분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문어 유전자에서도 전이인자는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대부분은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 연구진은 유전자 시퀀싱 기술을 활용, 일반적인 참문어(Octopus vulgaris)와 캘리포니아 문어(Octopus bimaculoides) 등 두 종의 문어 뇌에서 여전히 작동하는 LINE 전이인자를 발견했다. 문어 뇌에서 인간 해마와 비슷한 학습과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수직엽(vertical lobe)에서 활발한 활동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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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이 발견은 LINE 전이인자가 단순 복제 이상의 기능을 함을 지지하는 증거를 발견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라며 "사람과 문어 뇌 모두 학습 기능을 담당하는 부분에서 LINE이 발견된 것은 유전적으로 거리가 먼 생물이 독자적으로 비슷한 분자적 과정이 일어나는 '수렴진화'의 좋은 예"라고 밝혔다.

LINE은 향후 지성의 진화 과정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적절한 연구 주제가 될 것으로 연구진은 예상했다.